10월부터 구글 인앱 결제 30% 수수료 논란…작가들 “카카오가 더 떼가, 우린 절반도 못 받아”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 부과 결정이 불러온 파장이 웹소설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구글은 앞으로 구글플레이 시스템을 이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결제가 일어나면 앱 개발사는 구글에 관련 매출의 100만 달러(약 11억 원)까지는 15%, 그 이상에 대해선 3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앱 결제의 30% 매출을 구글이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은 오는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가 애플의 IOS 기반 휴대전화보다 훨씬 많다. 또한 웹툰, 웹소설 특성상 결제는 대부분 휴대전화에서 나오기 때문에 파급은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웹소설 업계는 비상이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등 웹소설·웹툰 플랫폼들은 구글 정책에 대대적인 반발을 표하고 있다.
플랫폼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비상이다. 그동안 웹소설 업계는 웹툰보다 시장이나 개별 작품 매출은 작지만,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가져가는 몫이 높았던 것을 위안 삼았다. 웹소설은 개별 작품 매출이 웹툰보다는 훨씬 적지만 대부분 작가 혼자 일하고 웹툰처럼 어시스턴트 등을 고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구글 결정으로 웹소설 플랫폼, 에이전시와 나누던 몫에 구글이란 숟가락 하나가 더 생기게 되면서 작가가 가져갈 몫이 줄어들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웹툰·웹소설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지가 과도하게 가져간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이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가들이 네이버보다 카카오에 더 부정적인 이유는 네이버시리즈보다 카카오페이지 수수료가 일반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구글도 나쁘지만, 구글에 반발하고 있는 카카오가 더 나쁘다. 구글이나 카카오나 별다른 역할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는 반응도 나온다.
웹소설 작가 B 씨는 “구글이 30%를 가져간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가져가는 카카오에 대한 불만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B 씨는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가수가 가져가는 비율이 극도로 작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나아졌다는 얘긴 들어본 적 없다. 한번 줄어든 몫이 늘어나긴 어렵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웹소설 시장에서도 안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걱정했다.
일반적인 웹소설 수익 분배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먼저 전체 매출의 30%를 가져간다. 나머지 70%를 작가와 에이전시가 나누는 형식인데 여기서 일반적인 요율은 작가가 7, 에이전시가 3이다. 즉, 전체 매출에서 작가가 49% 에이전시가 21%를 가져간다. 하지만 이건 기본 요율이다. 기본 요율을 적용할 때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다리면 무료는 웹툰·웹소설 등 유료 콘텐츠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카카오페이지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카카오가 전체 매출의 45%를 가져가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45%를 가져가는 대신 카카오는 작가에게 MG(미니멈 개런티)라고 불리는 선인세를 준다. 매출이 나오면 선인세부터 제하고 지급하게 된다. 나머지 55%를 작가와 에이전시가 나누는 형식인데 여기서 기본 요율은 일반적으로 작가가 7, 에이전시가 3이다. 55% 중 38.5%가 작가 몫이고 나머지 16.5%를 에이전시가 가져가게 된다. 이제 앞으로는 여기에 구글 몫까지 떼어줘야 하게 된다.
그렇다고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포기하고 요율이 작으니 30%를 선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카카오 관계자는 “요율을 정확하게 공개하긴 어렵지만, 요율 선택을 우리가 강요하는 건 아니다. 작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반면 작가들은 대부분 ‘사실상 반강제’라는 입장이다.
A 씨는 “'기다리면 무료'는 작가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프로모션이다.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통해 최소 15만 명 정도가 한 번에 유입이 되고, 그 독자들을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유료 결제율이 10% 이상이면 중박, 30% 이상이면 대박이라고 한다”면서 “요율 때문에 이걸 포기하면 아예 수익이 안 나온다. 기다리면 무료와 아닌 작품은 10배 이상 수익 차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을 볼 때 요율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시장을 키우고 작가와 협업하는 측면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작가와 플랫폼은 함께 협업, 마케팅 기획을 펼쳐 작품을 유통하는 파트너 구조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웹소설을 쓰는 진문 작가는 “작가와 플랫폼이 무슨 협업을 하는지 기억나는 바 없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카카오가 작가에게 어떻게 쓰라고 가이드를 하거나 기획을 같이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결국 작품은 작가가 기획한다. 플랫폼은 그저 돈 되는 작품을 선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진문 작가는 “카카오페이지가 마케팅 한다고 하는데 넷플릭스처럼 TV나 전광판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앱에 배너 띄우는 게 가장 큰 광고다”라면서 “카카오페이지가 시장을 키운 측면은 인정한다. 그런데 현재는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구글, 카카오 수수료에 민감한 이유는 ‘작가들 당장의 수입도 있지만, 수수료에 결국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진문 작가는 “과거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 시장이 나타나게 된 건 도서대여점 때문에 매출에 한계가 생기면서 신규 작가들 유입은 없고 기존 작가들이 똑같은 내용만 계속 써냈기 때문”이라면서 “작가들 수입이 줄어들고 생활이 어려워지면 앞으로 신규 작가 유입은 적어지고 익숙한 소재로 똑같은 얘기가 늘어나면서 웹소설 시장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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