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늘고 사건은 줄어 브로커 몫도 급감…2~3명이 한 사건 알선, 5~10%씩 나눠 갖기도
#변호사 개업식이 ‘공식 접촉일’
통상 법조 브로커들은 ‘전관’들에게 은밀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검찰이나 법원 출신의 법조인이 ‘변호사 사무실 개업인사’를 언론 지면 기사 등으로 노출하면, 개업일에 맞춰 찾아간다. “제가 아는 경찰, 검찰 관계자가 많아 변호사 수임 도움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운을 띄운 뒤 사건 선임료의 일부를 수수료를 달라고 약속을 받는 방식이다. 아예,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수수료를 인센티브처럼 받기도 한다.
검찰 출신의 중소형 로펌의 대표는 “처음 시장에 나와서 몇몇 브로커들한테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더니, 몇몇은 개업식에 찾아와 ‘내가 사건을 많이 아는데 잘 처리해줄 수 있냐’고 묻기에 ‘나는 브로커를 끼고 하지 않겠다’고 답하니 그냥 가더라”며 “시장에 나온 모든 전관 변호사가 그런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을 떠난 한 변호사 역시 “개업식에 찾아온 한 브로커를 따로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사무장으로 고용한 뒤에 가져오는 사건의 일정 퍼센티지(%)를 현금으로 떼어달라’고 제안하더라”고 덧붙였다.
#줄어들기 시작한 수수료 비율
하지만 최근 늘어난 변호사 수에 비해 줄어든 검찰·법원 사건으로 인해 ‘일감이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변호사 업계 흐름이 브로커들의 제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수료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브로커들이 특정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받는 몫은 선임료의 30% 정도였다. 1억 원의 선임료를 변호사가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면 이 중 3000만 원은 브로커가 챙기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브로커보다도 못한 수익을 챙기게 된다. 보통 40% 이상의 고세율 구간의 소득을 올리는 변호사들에게 1억 원의 사건은 사무실 운영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5000만 원 이상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수수료(30% 가정 시 3000만 원)를 떼어주고 나면 2000만 원 정도가 온전히 변호사 손에 들어갔다.
최근 사건이 줄어들면서, 선임료도 크게 감소했다. 선임료가 1억 원이 넘는 사건은 대형 로펌이 아니고서는 거의 사라졌고, 5000만 원 정도의 사건만 해도 ‘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앞선 수수료(30%)를 적용했을 때, 변호사들에게 남는 몫도 없어지게 됐다. 5000만 원짜리 사건이라고 가정할 때, 30%의 수수료 1500만 원을 제하고 세금 및 경비(50%) 몫으로 2500만 원 정도를 빼면 변호사가 챙길 수 있는 돈은 1000만 원 남짓이다. 사건에 들어가는 변호사의 노동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변호사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연스레 30%로 오랜 기간 고정되다시피 했던 수수료에도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25%나 그보다 낮은 20%의 수수료가 등장한 것이다. 단순한 사건일 경우 15%만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등장했다는 후문이다. 사건 수가 급감하다 보니 한 사건을 놓고 2~3명의 브로커들이 엮여 5~10%씩 수수료를 떼어가는 경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지난해 옷을 벗고 나온 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만난 한 브로커는 25%만 받겠다고 하면서 ‘혹시 생각하시는 비율이 있냐’며 더 조정을 해줄 가능성도 시사하더라”며 “주변에 들어보니 15%만 받겠다고 하는 브로커도 있다더라. 사건이 줄어들면서 불법 브로커 시장도 확실히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앞선 올해 사임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무장으로 본인을 고용하면, 사건을 가져오는 브로커와 10~15%씩 나눠 가지거나, 사건 당사자 측 브로커(10%)와 연결 브로커(10%)의 몫을 떼고 본인은 5%만 받겠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당연히 불법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서초동 유명 중소형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들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면서 ‘다들 브로커한테 사건을 받아 성장한 곳’이라고 홍보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관 변호사는 “전관 출신의 법조인이 법률 사무소를 꾸렸는데, 1년 만에 로스쿨 출신 어쏘 변호사(소속 변호사)가 1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면 사건이 많고 인건비 등을 충당할 충분한 수익이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브로커를 쓴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로펌들도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하다.
#다급한 전관 변호사 노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법률 사무에 대한 알선과 중개를 유료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법률가의 경우 돈을 받고 알선과 중개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법조 브로커’는 명백한 불법인 터라 사건 소개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법조인들도 많다. 특히 로톡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 매칭 방식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법조 브로커 시장은 분명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법조 브로커 시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다수의 설명이다.
앞서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관들이 시장에 나오면 2~3년 안에 소위 말하는 ‘전관 빨(효과)’이 있을 때 거액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브로커들은 그 심리를 파고들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과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사건도 그렇고 브로커들이 영업하고 다니면 선임료는 과도하게 올라가는 데 반해 법률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법조 브로커 없이도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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