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10일 영등포 당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대의 ‘빅매치’로 꼽히는 강원도지사 선거의 경우 이광재 전 지사만큼 지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광재 하차’를 단정적으로 거론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후보군을 놓고 따져볼 여력이 없었던 점도 인물난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거론 중인 후보군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조일현 전 의원, 춘천 출신의 비례대표 최문순 의원 등이다. 이 전 지사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최종원(태백·영월·평창·정선) 의원의 차출설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이 전 지사 부인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동해 출신의 이화영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롯해 이계진 전 의원,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인지도가 높은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고 있어 그보다 더 ‘파격적인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그야말로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가 ‘백가쟁명’식이다.
‘노무현 바람’이 변수인 경남 김해을에선 다른 야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가 난제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지난해 ‘7·28 재보선’ 때 “다음 선거에서는 다른 야당을 먼저 배려한다”고 했던 민주당의 약속을 앞세워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후보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참여당은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예비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카드’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최근 이 전 지사와 서갑원 전 의원의 현직 상실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권은 두 분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고 ‘노무현 정신’의 부활을 막기 위한 대못을 박았다고 자축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맞대응 카드를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해을 재보선의 의미는 다른 곳과 다르다”면서 “문(재인) 변호사처럼 상징성 있는 분이 직접 나서 노무현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사무총장도 문 전 실장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고 인간적으로도 대단히 매력적인 분”이라며 “얼마나 완강한지 알지만 그 분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문재인 카드’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여권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야권도 거물급을 내세워야 한다는 정서에 따른 것이다.
거물급이 나와야 야권연대가 보다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전 실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김해 선거는 이겨야 하나 당에서 제 얘기가 나온다 해서 자꾸 (의사를) 물어보지 말라”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참여당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권 단일후보로 뛸 경우 전체 선거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변의 출마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에서도 정치적 텃밭이지만, ‘반(反)민주당’ 연대가 변수로 부상한 데다 다른 야당들의 ‘공천 양보’ 목소리가 커지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민주당이 순천지역 공천 양보라는 진전된 태도를 보여 달라”고 공식 요구한 상태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신택호 변호사,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민노당은 이 지역에서 후보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여권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성남 분당을 역시 한나라당에서는 거물급 영입론이 나오고 있는데, 대항마가 마땅치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에 이어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영입설에 대응할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재·보궐선거의 야권연대와 관련해 “당선가능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기계적인 나눠먹기는 안 된다”면서 “누가 나와야 이길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공천 양보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마냥 다른 야당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정세균,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측은 “이번 재보선이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단일 정당의 새로운 출발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연대를 이뤄 승리하려면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민주당의 양보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양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손 대표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남 순천을 제외하고 경기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등 3개 선거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거물급 인사를 투입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자칫 재보선 성적표가 순천 1곳의 승리에 그칠 수도 있다. 지역 정서는 물론 야권 내 연대 정서, 당선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민주당의 ‘공천 해법’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