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실적 반영 시간 필요하고 증자 일반주주 동의 중요…‘골치 덩어리’ 드릴십 판매 등 변수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무상감자, 수권자본금 확대, 액면가 변경 등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는 증자에 앞선 조치다. 1분기말 자본은 3조 2941억 원으로 자본금 3조 1505억 원을 간신히 웃돈다. 삼성중공업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는 14개 분기 연속이다. 1분기에는 무려 5295억 원의 순손실이 났다. 2분기 흑자전환이 안된다면 자본잠식 돌입이다.
올해 글로벌 조선업황 개선으로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만 42척, 금액으로는 51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를 수주했다. 수주잔고는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6조 2000억 원까지 높아졌다. 조선은 보통 5년에 걸쳐 선박 대금이 나눠 입금된다. 1분기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추월한 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간 흑자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 후 증자를 위해 수권자본금(발행가능주식수)을 8억 주에서 15억 주로 늘렸다. 무상감자 후 자본금은 6301억 원으로 줄어든다. 감자로 인한 자본금 감액분 2조 5000억 원이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되면서 회계상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다. 연간 기준 자본잠식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회사 측은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증자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의 미래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 정도다.
최근 신규 수주잔고가 제대로 매출로 잡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변수는 원유시추에 사용하는 드릴십이다. 고유가일 때 만들었다 계약 취소된 드릴십이 남아돌고 있다.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129억 원 가운데 미인도 드릴십 5척의 평가손실만 2140억 원이다. 현재 장부가는 약 12억 달러다.
주목할 점은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시추 비용효율이 높아져 드릴십 수요가 되살아 날 수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미인도 드릴십은 이미 제작이 완료돼 바로 인도받아 해상광구 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 지난해 3~4분기에는 드릴십 3기에 관한 매매를 협상이 이뤄지기도 했고, 매입조건부 용선 계약 의사를 타진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육상유전들이 생산을 더 늘릴 여지가 있다. 굳이 해상유전을 개발할 이유가 많지 않다.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해상유전의 환경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주가 흐름을 봐도 한국조선해양이 24%, 대우조선이 34%, 현대미포조선이 85% 오르는 동안 삼성중공업은 오히려 5%가량 하락했다.
삼성중공업 주주구성을 보면 삼성전자 15.98%, 삼성생명 3.06%, 삼성전기 2.16% 등 특수관계인이 21.87%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배정 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삼성전자 등이 이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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