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현상 위기감 속 청년과 소통 위해 신설…‘대학생 박성민’ 1급 공무원 벼락출세 놓고 갑론을박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2일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박성민 청년비서관은 1996년생으로 올해 25세에 불과하다. 민주당 청년대변인·청년 태스크포스 단장·지명직 최고위원·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 등을 거쳤다. 현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다.
박경미 대변인은 “박성민 비서관은 민주당 청년대변인을 역임하며 현안들에 대해 본인 의견을 소신 있게 제시하고 균형감각을 보여줬다”며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조정해가는 청년비서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청년비서관은 청년과의 소통·협력 추진 및 각 부처에 나뉜 청년정책 조정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정부의 청년 정책 제안·수립·추진 과정에서 당·정과 긴밀히 협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됐다. 2019년 5월 청년정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청년을 담당하는 기구와 협의체 구성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등 2030세대의 민심 이탈을 감지,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위기감이었다.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처별로 쪼개져 있는 청년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정식 당시 정책위원장도 “정책 수요자인 청년의 시각에서 관련 정책을 발굴, 청년이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통로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청년미래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시민사회수석실 산하에 청년비서관을 신설, 총리실·당과의 소통 역할 창구를 맡아달라는 방안이 나왔다. 실제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청년 ‘당사자성’이 강조되며 비서관 자리에 만 45세 이하 중 적임자를 물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당초 방안과 달리 논의 끝에 처음에는 1급 비서관 대신 2급 선임행정관급으로 직제를 낮추고,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시민참여비서관실 소속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했다. 초대 청년소통정책관으로 여선웅 전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현 직방 부사장)을 임명했다. 여 부사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7개월 만에 사퇴했다. 후임은 임세은 현 청와대 부대변인이 맡았다.
그 사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이 통과, 7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8월부터 시행됐다. 이로써 청년의 권리 및 책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가 법으로 정해지고, 청년정책의 수립과 청년 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이 규정됐다.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소통정책관을 비서관급(1급)으로 승격, 지난해 9월 1일 초대 청년비서관에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이번에 임명한 박성민 비서관은 2대 청년비서관이다. 김광진 전 비서관은 청년기본법 제정에 따라 정부의 청년정책을 입안하고 진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박성민 비서관은 시스템 속에서 개별 청년정책의 디테일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청년 정책을 다루게 되는 만큼, 현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치권에 세대교체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이에 부응해 청와대도 청년정책을 담당하는 청년비서관으로 젊은 인물을 임명했다”며 “박성민 비서관은 민주당에서 청년 기구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오며 누구보다 현장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을 맡으며 청년비서관과 교감을 해왔다. 청와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고 조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무 경험 없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크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일자리·교육·주거 등 청년 정책 관련 예산은 2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 예산들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 시스템이 갖춰졌다 해도 청와대의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1급 비서관은 각 부처의 1급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직원들과 조율과 설득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박성민 비서관의 나이를 문제로 삼는 게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박 비서관이 당의 청년 기구 및 최고위원 활동은 했기 때문에 자질이 된다고 하지만, 그 외 사회경험 실무나 성과는 없다”며 “수십조 원의 돈을 각 부처 고위급 직원들과 조정하는 중책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25세 대학생’이 1급 상당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돼 ‘벼락출세’ 불공정 논란이 불고 있다. 청와대 청년비서관직은 1급 공무원 상당의 대우를 받는다. 2021년 직종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특정직 및 별정직 1급 공무원은 월 급여 412만 2900원(1호봉 기준)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5000만 원이다. 이 외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더 많이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지사, 광역시 부시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군의 준장·소장 수준의 의전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박 비서관의 임명을 두고 “평범한 청년들이라면 평생을 일해도 올라가기 힘든 청와대 1급 비서관 자리에 25세의 민주당 전직 최고위원 출신을 임명한다고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허울 좋은 이벤트성 정치를 멈추고, 기회의 박탈 앞에 한탕을 꿈꿀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허탈함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청와대가 25세 대학생을 1급 청와대 비서관 자리에 임명한 것은 청년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만 살 뿐”이라며 “파격이 아니라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국보협은 6월 22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청년들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석·박사를 취득하더라도 취업의 문을 넘기 어렵다. 몇 년을 준비해 행시를 패스해 5급을 달고 근 30년을 근무해도 2급이 될까 말까 한 경우가 허다하다”며 “수많은 청년들이 이번 인사에 성원을 하겠는가, 박탈감을 느끼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결국 박성민 청년비서관의 발탁은 야권의 ‘이준석 열풍’에서 시작된 청년 정치에 대한 열망의 영향을 받아 급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을 이번 인사로 반등의 계기를 모색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의 문제가 다시 제기되며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준석 돌풍’을 의식한 인사라는 지적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6월 2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청년비서관 인사 검증이) 시작된 지 따져보면 두 달 전인데, 이준석 대표가 제1야당 대표가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을 안 하고 있을 때였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청와대는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과 함께 시민사회수석실 산하에 있던 청년비서관실을 정무수석실 밑으로 이동시키며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청년비서관실이 담당해오던 청년 문제에 정무수석실이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부터다. 이철희 정무수석을 단장으로 청년TF가 출범했고, 김광진 전 청년비서관이 간사를 맡았다. 정무수석이 직접 청년 문제를 챙기면서 청와대가 2030세대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년TF 출범에 이어 청년비서관실을 아예 정무수석실 산하로 두기로 한 것은 청와대가 청년 문제를 정책 문제와 더불어 정무적 시각에서 다루겠다는 의미로, 청와대가 청년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성민 비서관은 이제 정치권과 청년들의 혹독한 검증대에 섰다. ‘25세’ 파격적인 나이로 임명부터 관심이 집중된 만큼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청년정치'의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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