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랑구 면목동 한신아파트(왼쪽), 동작구 상도동 강남아파트(오른쪽 위), 양천구 신월동 동방아파트. 이 아파트들에는 아직도 1억 원대 미만 매물이 있었다. |
양천구 신월동 동방아파트는 15층 건물에 모두 136세대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28세대가 매매가 8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 역시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또 3~4분 간격으로 오고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한 정거장만 가도 2호선 신정네거리역이 나오고, 다섯 정거장을 더 가면 목동역이 나왔다.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아파트 밀집촌에 위치해 있는 데다 바로 뒤에 중학교가 있어서 조용한 편에 속했다. 대로변에 있긴 하지만 차량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 곳은 아니라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주상복합형 아파트라 1층에는 대형마트가, 2층은 찜질방이 들어서 있었다. 1999년도에 지어져 강남 아파트에 비해 외관도 그렇게 낡은 편은 아니었다. 별다른 단점이 보이지 않는 이 아파트가 왜 1억 원 미만에 매매되는 것일까.
인근에 있는 신성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두 라인이 36㎡(11평) 원룸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매물이 1억 원 이하로 거래되는 것이다”며 “더 넓은 평수는 매매가가 2억 원 이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좁은 공간이라도 욕조와 발코니 시설이 돼 있어 일반 원룸 건물보다는 살기 좋아 주로 신혼부부나 미혼여성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파트의 원룸형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봉천동에도 1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었다. 관악캠퍼스 타워는 외관상 오피스텔에 가깝지만 아파트로 허가받은 건물이다. 때문에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오피스텔에는 없는 욕조와 베란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가 2분 정도 걸으면 오피스텔이 빼곡히 들어선 건물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면적 49㎡(15평)짜리 22 세대가 있는데 9500만~1억 1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역세권인 데다 오피스텔형 아파트라는 강점 때문에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번 매수했다 하면 월세 60만 원에 보증금 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어 은행에 목돈을 맡겨두는 것보다 훨씬 투자가치가 높다고 추천했다.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강남아파트.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매매가로 9250만~9750만 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다.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내려 대로변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 편에 서 있는 회색 빛깔의 낡은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어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어 시청, 서울역, 신촌 등지로 가는 버스 노선을 5분 간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교통만 본다면 최적지인 셈이다.
그러나 1983년도에 지어진 아파트다보니 외관은 상당히 낡아 있었다. 6층짜리 건물 한 채뿐이지만 그 안에 244세대가 살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어떻게 이 작은 건물에 그 많은 세대가 살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1층은 상가 건물로 쓰이고 있었는데 숭실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상가입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대부분 리모델링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커피숍이나 호프집으로 꾸며져 있어 낡은 아파트 분위기를 그나마 밝게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2층부터는 지난 28년 동안 한 번도 수리한 적이 없어 벽 사이의 틈을 컨테이너나 스티로폼으로 덕지덕지 막아놓은 모습도 보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게 아파트에 대해 문의하자 평가가 분분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지 지분이 없는 아파트(대지 지분은 1층 상가만 소유)라 싼 값에 매매되는 것이다”며 “재건축이 돼도 큰 메리트가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1억 원 미만으로 나오는 것은 아파트 내 원룸형으로 만들어진 36㎡(11평), 39㎡(12평), 42㎡(13평)짜리 매물인데 244세대 중 6세대뿐이라고 설명했다. 36㎡의 경우 매매가는 9250만 원이었다.
그러나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같이 전세값이 오를 때 미혼 남성이 잠시 살다가기엔 좋은 곳이다. 지금은 매물이 없지만 찾는 손님들은 여전히 많다”며 “인테리어만 손을 보면 살기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아파트이긴 하지만 공간이 분할돼 있지 않은 원룸으로 혼자 살기 적당한 거주지였다. 그러나 중랑구 면목동 한신아파트의 경우는 거실과 방, 부엌까지 공간이 분할돼 있어 신혼부부가 살기에 적당해 보였다. 이 아파트는 1억 원에 매매되고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다른 아파트들보다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운 면목역까지는 마을버스로 10분 정도 걸렸다. 이 아파트는 10개 동으로 이뤄진 중단지다. 그러나 건축한 지 22년째라 외관은 그만큼 낡아 있었다.
인근 한마음부동산 관계자에게 시세를 물어봤다. 이 관계자는 “싼 값으로 나온 매물은 소형 아파트(36㎡·11평)로 지어진 10동이고, 나머지 9개 동은 평수가 넓다”며 “10동은 현재 1억 원에 매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두었던 임대용 아파트가 계약기간이 지나면서 매물로 나와 싼 값에 거래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 측의 도움으로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나마 거실과 방이 분리돼 있어 활용만 잘한다면 두 사람이 사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소형 아파트지만 큰 단지 내에 있어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에서 3~4분만 걸어가면 재래시장이 있었고, 중랑천 공원까지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가족단위로 여가를 즐길 수도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복도식이라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호재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역이다”며 “일단 사놓고 전세를 주면 은행 금리보다 훨씬 낫지 않겠느냐”며 매입을 적극 권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