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본사 이전이 지지부진한 1차 원인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진 지자체 간 싸움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진주는 LH 본사의 일괄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전주는 분할 이전을 하되 핵심 부분은 반드시 유치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해당 지역 출신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본사 이전 갈등은 정치권 이전투구 양상으로까지 확대됐다. 유치에 실패할 경우 2012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주 출신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과 김제·완주 출신 최규성 민주당 의원이 각각 국토해양위원회 간사를 맡아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크다. 본사 이전에 앞장서야 할 국토해양부가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역시 수개월째 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LH지방이전협의회는 합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황식 총리가 “6월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전주와 진주 지역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동안 공수표만 남발했던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이다. LH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논란이 큰 본사 이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선 여권 핵심부가 본사 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여권 고위 관료도 “지금 본사 이전을 둘러싸고 야권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LH를 진주로 가져오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를 향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 또한 영남권에서도 친박 의원들 사이에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압박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솔직히 우리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지속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지역 갈등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애꿎은 주민들만 본사 이전 문제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