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4당 대표와 시민사회원로 대표들이 2월 22일 4ㆍ27재보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합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정희 민노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6ㆍ15선언공동실천남측본부 상임대표.연합뉴스 |
이들은 민주당의 이념으로 ‘진보의 강화’와 ‘통합야당의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국민들은 민주당의 변화와 야권의 연대를 원하고 있다”면서 “진보개혁모임이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김근태 상임고문은 야권연대와 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결단과 역할을 촉구해왔다. 김 고문은 민주당 지도부에 편지를 보내 “(4월 재보선 지역구인) 분당, 김해, 순천 등에서 적어도 한 곳은 비민주당 야권단일후보가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어려운 고통도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그래야 국민 속에서 부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486그룹들은 4월 재보선에서 선거연대를 성사시킨 뒤 통합야당 건설을 위한 제 정파 간 정치협상기구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국민참여당의 통합 논의를 올 연말까지 마무리한 뒤에 새해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세력과 최종 통합을 논의하는 단계적인 통합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진앙지는 정동영 최고위원이다. 최근 그는 “야권통합정당 건설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면서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았다. 정 최고위원이 야당 간의 연대 수준이 아닌 ‘단일정당 창당론’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선거연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야권통합 논의를 뛰어넘어 ‘통합야당론’을 제기함으로써 야권 재편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다수다. 손학규 대표나 정세균 최고위원과는 차별적으로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4·2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야권 전체가 통합논의에 착수해 오는 11월까지는 통합정당이 창당돼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5월에 진보통합 논의가 가닥이 잡히면 그 시점에 야권단일정당, 통합정당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12월에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물러나고 총선과 대선을 관리하는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에 통합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5~6월부터 시작해 6개월 사이에 정치판 지각변동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연대가 통합보다 어려운 이유들은 너무 많다”며 “제일 좋은 건 전체가 100% 통합되는 것”이라고 ‘통합야당론’을 주장했다. 손 대표가 대선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12월을 기점으로 야권 전체가 총선에서 단일한 전선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당권이 공백상태가 되는 것을 계기로 통합야당의 당권, 대권 분리 문제, 총선에서 제 정파 간 공천지분 문제 등을 마무리 짓기 위한 협상이 앞서 진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오는 3월 2일 야권단일정당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문성근 대표가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해 단일통합야당 창당론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세 번째 축은 민주당과의 일차적인 통합대상인 국민참여당이다. 3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될 것으로 보이는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이 주도하는 흐름이다. 유 원장 진영에선 국민참여당이 민노당, 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들과 먼저 통합한 후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통합야당론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반(反)한나라당의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만 야권에게 승산이 있다는 전망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4당의 정당지지율이 30% 수준으로 한나라당에 뒤지고 있는 현실도 통합론에 이끌리는 동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8개월의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총선에서 이겨야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전망에도 동의를 하고 있다. 여기에 총선 야권연대가 대선 야권연대로 이어지려면, 복잡하고 지루한 후보단일화 협상보다는 이해가 상충되는 제 정파의 지분을 보장하는 통합협상이 더 낫다는 현실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최종단계로 설정된 통합정당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낙관보다 비관적인 기류가 강하다. 손 대표나 유 원장의 경우, 야권의 단일후보로 가장 앞서 있는 만큼 정치기반을 흔들 수 있는 통합정당보다는 후보단일화 협상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손 대표의 야권 연대 발언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통합정당 건설에는 정파 간 이해 조정뿐만 아니라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을 놓고도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야권 전체를 하나의 틀에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통합야당을 주창하면서 ‘가치의 동맹’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4·27 재보선 이후 전개될 통합야당론의 추이가 주목된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