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4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구단 감독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
FC서울과 수원 삼성, 울산 현대가 겨울 이적시장을 주도했다. 올해 유력한 우승 후보로 이들 3개 클럽들을 꼽는 데 전문가들은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인 앤드 아웃(In & Out)이 확실했다. 전력이 많이 빠져나갔으나 그 공백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채워냈다.
서울은 해외 진출자가 유독 많았다. 전 포지션에 걸쳐 스타들이 빠져나갔다. 주포였던 정조국은 프랑스 르 샹피오나 오세르로 이적했고, 주전 센터백 김진규 역시 중국 슈퍼리그 다롄스더에 안착했다. 대신 거의 완벽한 보강을 했다. 울산에서 오른쪽 풀백 김동진을 데려왔고, 성남 일화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주역 몰리나를 영입했다. 특히 공격진이 초호화급이다. 우즈베키스탄 특급 제파로프를 완전 이적시켜 기존 데얀과 함께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여기에 몰리나와 이승렬까지 합치면 어디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그러나 수비진은 다소 걱정스럽다는 지적이다. 김동진의 경우, 처음 구단 수뇌부에서 영입을 결정한 뒤 선수단의 의견을 물었을 때 100% 동의까지는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일본 J리그에서 지도자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황보관 감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K리그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황보관 감독으로서도 구단 측에 뭔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원도 만만치 않다. 리그와 FA컵, 컵 대회와 챔스리그까지 네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둔 수원은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골키퍼 정성룡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임했다.
그 결과, 환상적인 스쿼드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센터백 마토와 주장 최성국, 미드필더 오장은의 영입은 전력 완성을 의미하는 마지막 방점이었다.
하지만 오랜 라이벌 서울과는 정반대로 공격진이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용병들이 만족스럽지 않다. 브라질 용병 베르손과 반도는 서울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도 수원은 환상의 스쿼드를 갖췄지만 용병 농사에 실패, 어려움을 겪은 아픈 기억이 있다. 결론은 원톱 스트라이커 하태균인데, 국내 동계전지훈련이 실시된 남해스포츠파크에서 보여준 하태균의 플레이는 수원 윤성효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자존심 회복을 선언한 ‘전통의 강호’ 울산은 어떨까. 역시 국내파 영입에 집중했다.
공격-미드필드-수비까지 고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송종국과 곽태휘를 영입해 디펜스를 안정시켰고, 이호에게 중원을 맡겼다. 공격수 설기현을 데려와 공격진까지 완성시켰으니 김호곤 감독으로서는 남부러울 게 없다.
다만, 뚜렷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해결사’가 필요한데, 용병이 뚜렷하게 보강되지 않아 수원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 3개 구단들의 사정은 매우 좋은 편이다.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 등은 비교적 조용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정성룡을 내준 전북은 충격파가 심했다. 전남 드래곤스에서 염동균을 데려와 상주 상무에 입대한 골키퍼 권순태의 빈 자리를 메웠지만 전북 최강희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다. 임상협과 이요한을 내주고 부산 아이파크에서 정성훈-이승현 듀오를 영입했음에도 축구계 평가는 ‘전북보다 부산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경남FC에서 김동찬을 영입한 것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지난해 파란을 일으켰던 제주는 특급 미드필더 구자철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 ‘울며 겨자먹기’로 보냈지만 이에 걸맞은 보강에는 실패했다. 서울에서 최원권을 데려왔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강수일을, 수원에서 신영록을 연이어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자철의 공백은 아무래도 너무 크게 느껴진다.
#떠난 스타 돌아온 스타
앞서 거론된 구자철의 이적은 K리그에 있어 큰 타격이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스타 마케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구자철과 정조국의 이적으로 당분간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 수 있는 뚜렷한 대어는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전남 스트라이커 지동원과 경남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이 있지만 큰 파급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만약 독일 명문 클럽 바이엘 레버쿠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동원이 독일로 떠난다면 시즌 하반기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네임 밸류에서는 다소 뒤지긴 해도 일부 스타들의 복귀 소식이 끊임없이 들렸다.
사실 송종국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주역이었고, 이호도 ‘한물갔다’는 얘기를 듣지만 2006독일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의 든든한 신뢰 속에 크게 성장한 주인공이다.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곽태휘도 일본 J리그 교토 상가에서 돌아왔다. 카타르 리그 알 와크라 등 중동 클럽들의 러브콜도 쇄도했으나 곽태휘로서는 ‘마지막’이란 절실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방출된 조재진도 여전히 영입 1순위로 남아있다. 울산행이 조심스레 점쳐졌으나 설기현의 이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실제 울산 김호곤 감독은 조재진의 몸 상태와 정확한 컨디션을 알아오도록 구단 스태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봉은 약 10억 원선.
감바에서 활약하는 또 다른 ‘특급 스타’ 이근호의 복귀설도 꾸준히 들려온다. 대구FC에 지불해야 할 이적료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근호는 사실 전북행이 가시화된 바 있다. 이근호의 에이전트는 오사카와 국내를 5차례 이상 오가며 협상을 진행했으나 일단 잔류 쪽으로 무게를 뒀다. 다만 해외파의 복귀와 외국인 선수 등록마감은 3월 20일까지로 돼 있어 극적인 타결도 기대해볼 만하다.
아울러 K리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용병들이다. 2010년은 아시아 쿼터로 한국에 안착한 아시아권 선수들이 스타로 급부상한 시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우즈베크 용병들이 각광을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즈베크 대표팀 주장으로 현지에선 국민 영웅으로까지 칭송받는 제파로프와 인천행을 확정한 티무르 카파제는 차치하고라도 여러 명의 우즈베크 대표 멤버들이 계속 거론됐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독일계 플레이메이커 게인리흐와 윙 포워드 아흐메도프도 여러 팀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수원은 물론이고, 울산과 전북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제주 및 대전 시티즌 또한 바카예프 등을 놓고 고심했다. 호주에서도 부산으로 온 이언 파이프와 경남의 루크 등 여러 명의 선수들이 성남 사샤를 보며 한국을 새 행선지로 삼았다.
이제야 밝혀진 얘기지만 사샤의 경우, 호주에서 활약할 때 정통 축구 선수로서의 코스를 밟은 것이 아니라 밤에만 선수로 뛰고, 낮에는 공사장 등을 누빈 소위 ‘투잡족’이었다. 결국 아시아 쿼터와 호주 선수들의 영입으로 인해 또 다른 모습의 ‘코리안 드림’이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승강제 ‘백태클’ 위태위태
올 시즌 K리그의 흥미 요소에는 단순히 치열해질 순위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끌어올 수 있는 충분한 이유들이 여럿 남아있다.
무엇보다 2013년 시행 예정인 프리미어리그 출범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프로연맹과 각 구단들은 승격 및 강등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 AFC도 이미 승강제가 없는 리그에는 챔스리그 출전 티켓 숫자를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줄 것임을 공표한 바 있다. 별개의 문제였지만 싱가포르도 정식 리그로 인정받지 못해 지난해부터 챔스리그가 아닌, 유럽 축구의 하부 국제 대회인 유로파 리그의 개념인 AFC 컵에만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2부 리그로 떨어질 팀들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로서는 리그 성적이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까지 두 시즌 성적표를 통합해 순위로 매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시(도)민 구단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일방적으로 성적에 기준을 두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자금력이 부족한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구단들의 논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축구계에서는 비단 성적 외에도 구단 운영 및 행정 등 외부적 요소를 살펴봐도 기업형 구단들에 비해 시민 구단들이 뒤처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래저래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란 얘기다.
사실 시민 구단들이 항상 축구 외적인 압력과 입김에 흔들려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구단 사무국의 구성도 기준이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시청과 도청의 낙하산 인사가 당연시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마저 부족해 ‘꼭 축구판에 있어야 하나’싶은 불필요한 보직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해당 시청에서 파견된 공무원 출신 인사가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심지어 현행법상 시청에서 프로 구단에 직접 직원을 파견할 수 없는 관계로 해당 지역 체육회를 통해 이동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 인사 조치도 자주 이뤄진다. 모 지방 구단은 시장 선거를 기점으로 한 2년 뒤 ‘마스터플랜’이 나왔다는 소문도 돈다. 차기 구단 사장과 사무국장 이름까지 자주 거론되고 있고, 차기 감독이 누구인지 이름까지 나왔다.
또 다른 지방 구단의 경우, 사무국의 한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이틀 만에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놀랍게도 해당 직원의 부친이 지방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였다. 가장 정치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프로 스포츠에 버젓이 정치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셈. 당연히 기존 공채 출신 직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한 축구인은 “프리미어리그 출범을 통해 안타깝지만 ‘남아야 할’ 팀과 ‘없어져야 할’ 팀을 구분해놓는 것이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