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단란주점, 집합금지 해당 안돼 반색…“명령 주체만 다를 뿐” 헛된 희망 가능성
“클럽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만 집합금지라고 써 있으니 된다는 거 아니겠어?”
“이렇게 1년 넘게 문을 못 열게 하고 갑자기 풀어주겠어? 우리는 당연하니까 이름조차 안 적어놓은 거겠지.”
최근 만난 서울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두고 오고간 갑론을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자료의 4단계 다중이용시설 관련 부분은 ‘22시까지 제한 확대. 클럽,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집합금지’라고만 적혀 있다.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거론이 안 된 룸살롱, 단란주점 등의 유흥업소는 최고 수위인 4단계에서 집합금지 대상이 아닌 밤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일요신문은 관련 내용을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질의했고, 7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식 답변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기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4단계가 되면 22시 이후 운영제한이 되게 되어있고 클럽, 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는 집합금지가 된다. 다만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같은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판단해 집합금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례브리핑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에도 룸살롱과 단란주점은 영업이 가능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앞다투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18시 이후에는 2명만 만날 수 있고 퇴근 후엔 바로 귀가하라고 하면서 룸살롱은 지자체 판단에 맡긴다는 말은 2명은 가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글은 7월 8일 오후 2만여 개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단란주점이야말로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동시에 접객원과 손님 간 접촉도 있는 곳이다. 전자출입명부를 정확히 작성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여론과 달리 유흥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7월 1일이 지났으니 방역 당국은 약속대로 조속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하라는 입장이다. 애초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것이었지만 서울시의 강력 반발 등으로 6월 30일 갑자기 수도권은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주일 연장하는 방안이 나왔고, 7월 7일 방역 당국이 다시 1주일 연장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 개편안이 시행되면 4단계로 직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유흥업소들은 4단계라도 좋으니 빨리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는 2단계에서도 유흥업소는 집합금지 대상이지만 개편안으로는 최고 수위인 4단계가 돼도 밤 10시까지는 영업이 가능하다. 3단계에서도 동일하며 2단계가 되면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다. 유흥업소 입장에서는 개편안이 무조건 유리한 셈이다.
다만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적모임이 2인까지 허용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룸살롱 등 접객원이 있는 유흥업소의 경우 손님이 혼자 오는 것만 가능하다. 룸 안에 손님 한 명과 접대여성 한 명이 입장하면 허용 기준인 2명을 채우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변종 불법 영업이 급증할 위험성이 크다고 얘기한다. 강남에서 상당히 규모가 큰 룸살롱에서 근무 중인 한 영업 상무의 설명이다.
“우리처럼 규모가 있는 가게에서 혼자 오는 손님만 받는 것은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의미다. 손님이 내는 술값보다 업소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업을 한다면 단골 관리를 위한 서비스 차원일 것이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가게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손님 둘이 와서 한 룸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느 순간 룸을 두 개로 나누고 접대 여성이 각각 들어가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그만큼 술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손님과 접대여성 단 둘이 룸에 있는 형태라 룸 안에서 2차(성매매)까지 이뤄지는 불법 영업이 성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3단계까지는 모르지만 4단계가 되면 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시 “지자체에서 판단해 집합금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4단계는 물론이고 3단계만 돼도 영업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비난은 결국 방역 당국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은 룸살롱 영업을 허용해주고 서울시가 이를 막은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유흥업소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으로 인해 괜한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방역 당국에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동선 프리랜서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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