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로 꼽히는 진도 세방마을 낙조.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엔 희망도 많다….”
덩덩더쿵덕, 세마치장단의 흥겨운 진도아리랑을 읊조리며 진도대교를 건넌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를 잇는 큰 다리다.
1984년 준공된 이 다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로 길이 484m, 너비 11.7m의 규모를 자랑한다. 학동리와 녹진리 양쪽에 높이 69m의 강철교탑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한 형태다. 중간에 따로 세운 교각이 없어 아름답다.
이 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진도다. 다리 아래로는 울돌목의 물살이 거세다. 멀리서도 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울돌목이다.
진도대교를 건넌 후 803번 지방도와 만나는 삼거리를 그냥 지나치자 잠시 후 다시 길이 갈린다. 가짓길은 군내면 간척지로 안내한다. 군내면 간척지는 진도가 겨울과 작별하고 봄을 맞아들이는 곳이다. 군내면 덕병리 해안 일대의 간척지에는 떠날 준비를 하는 고니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일대는 서남해안 최고의 고니 도래지다. 천연기념물 제101호로 지정된 덕병리 고니 도래지에는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수십만 마리의 고니가 날아와 겨울을 난다. 겨울 한철을 머물던 고니들은 짐을 꾸리며 작별을 고하려 한다.
진도읍으로 향한다. 번다한 읍내에 뭐 볼 게 있냐고 물을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그곳에는 소리와 서화, 그리고 술이 있다. 진도의 삼락들이다. 진돗개야 진도 어디서든 볼 수 있고 구기자와 돌미역 또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삼보야 그렇다 치지만, 삼락은 진도여행에서 반드시 체험해봐야 할 것들이니 읍내로 접어듦이 당연하다.
일단 진도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향토문화회관이다. 이곳에서는 토요일마다 민속공연이 열린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돼 그동안 총 470여 회의 공연을 실시했다. 농악, 사물놀이, 단막창극, 진도북놀이, 진도아리랑 어울마당 등이 매주 토요일이면 펼쳐진다. 토요일에 맞출 수 없다면 임회면 상만리로 찾아가면 된다.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 금요상설국악공연이 열린다. 소리 좋아하는 마을사람들의 주고받는 노랫가락을 듣고 싶다면 지산면 소포리를 찾는 것도 좋다. 토요일 저녁 무렵이면 마을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서로들 소리를 뽐낸다.
서화로 말하자면 읍내에 있는 소전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진도는 수많은 유배자들이 거쳐 간 곳으로 그들이 남긴 문화적 유산이 상당하다. 또한 그들로부터 이어진 서화의 맥이 아주 튼튼하다. 소전미술관은 추사 이래 대가로 추앙받는 소전 손재형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1903년 전남 진도군 진도읍 교동리에서 출생한 소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 혼용비인 이충무공 전첩비문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 숭모비문, 불국사 관음전 현판 등을 썼다. 그는 ‘소전체’라는 그만의 기풍이 담긴 서체를 확립했으며, 우리나라 서예가 대부분이 그의 제자라고 할 만큼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썼다. 1981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소전미술관에는 그의 가족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주로 전시돼 있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초기작부터 1970년대 작품까지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 첨찰산 기슭에 위치한 운림산방 앞에 있는 연못. 오른쪽 사진은 남도석성. |
홍주는 멥쌀과 보리누룩으로 만든 청주를 소줏고리에 넣어 만든다. 소주를 내릴 때 지초로 걸러내는데 홍주 색깔의 비밀이 여기 있다. 지초를 통과하면서 술이 무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소전미술관을 둘러본 것만으로는 진도의 자랑인 서화의 전통을 논할 수는 없다. 운림산방을 찾아볼 일이다. 운림산방은 한국 남화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의신면 사천리에 자리한 이 고요한 산방은 구름이 숲을 이루는 첨찰산 기슭에 있다. 조선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가 기거하던 곳이다. 소치는 추사 김정희로부터 사사한 이다.
정면 3칸 좌우측면 1칸의 작은 한옥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고 손님을 맞았다. 곁에는 검은 대나무인 오죽이 심어져 있다. 앞으로는 연못을 조성했고 그 가운데는 백일홍을 심었다. 여름이면 빨간 꽃을 피워 올려 더욱 운림산방을 돋보이게 만드는 나무다. 운림산방 뒤편으로는 초가인 안채와 사랑채가 있다. 소치의 작품과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도 곁에 있다.
운림산방 왼쪽으로 돌아가면 쌍계사가 있는데 한번 들러볼 만하다. 신라 말기에 창건된 이 절은 진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에 덮여 있다.
운림산방 외에도 진도에는 남진미술관과 나절로미술관 등 글과 그림의 분야에서 전통의 명맥을 이어오는 미술관이 있다. 특히 임회면 상만리에 있는 나절로미술관은 폐교를 활용한 것으로 온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 넝쿨이 인상적이다. 이 근처에는 꾸밈없는 미륵불과 오층석탑을 간직한 구암사가 있고, 그 앞에 ‘200세’가 넘은 비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111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높이가 25m, 둘레가 6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줄기에서 계속해서 가지가 뻗어 나오는데,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숲이다.
상만리에서 약 10분 거리인 임회면 남동리의 남도석성도 둘러봐야 할 곳이다. 삼별초가 몽골과 항쟁을 벌일 당시 해안방어를 위해 쌓은 성이다. 둘레는 400m 정도 된다.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성곽 안에는 마을이 있다. 돌담이 정겨운 옛마을이다.
여러 소중한 것들이 진도에는 많지만 가장 큰 보물은 바다다. 자연이 준 위대한 선물이다. 팽나무가 많은 팽목항과 다도해 유람선이 다니는 쉬미항 등 미항이 곳곳에 있고, 가슴 시원함을 선사하는 시닉해안도로가 지산면 가학리 쪽에 나 있다. 특히 이 해안도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 포인트가 있다. 세방마을에 있는 낙조전망대다. 눈앞에 발가락섬, 손가락섬, 장도, 소장도, 당구도, 혈도, 사자섬, 불도, 가사도 등 무려 20여 개의 섬이 떠 있고 그 뒤로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며 해가 떨어진다.
한편, 이곳 낙조전망대에서 약 5분 거리에는 급치산전망대가 있다. 해발 221m의 급치산 정상에 설치된 전망대로 한눈에 바다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목포IC→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진도
▲먹거리: 진도는 간재미회무침으로 유명하다. 간재미는 지금이 제철로 홍어처럼 생겼지만 조금 작다. 홍어사촌동생쯤으로 보면 되는데, 진도에는 간재미회무침을 내놓는 곳이 흔하다. 고춧가루, 고추장, 참깨, 식초, 참기름, 설탕 등으로 양념을 한 후 간재미회와 미나리를 듬뿍 넣어 무친다. 읍내에 제진관(061-544-2419), 문화횟집(061-544-2649) 등이 유명하다. 잠자리: 진도읍내에 로즈파크모텔(061-544-7181), 태평모텔(061-542-7000) 등 숙박시설이 있다. 시설 면으로 보자면 진도읍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자리한 군내면 월가리 별천지모텔(061-544-0069)이 낫다.
▲문의: 진도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jindo.go.kr), 문화관광과 061-544-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