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원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혜미자 선생. |
전주한옥마을로 들어서면 전방 50여m 지점에 전주한옥마을관광안내소가 있다. 이지원은 이 안내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간판도 작고 집으로 안내하는 골목도 좁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이곳 한옥마을에 이지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지원은 한지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다. 흔히들 한지공예라고 하면 종이인형이나 혹은 스탠드 갓 치장품 등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지원에 들면 그런 시각이 너무도 좁았음을 곧바로 깨닫게 된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삶고 불리고 으깬 후 발로 떠서 만든다. 닥나무의 섬유가 가늘어 종이로 만들었을 때 입자가 섬세하다. 전주한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고로 치는 명품이다. 철분 함량이 적어 산화가 일어나지 않고 탈·변색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보존력이 좋다. 책도 오래가고 당연히 전주한지로 만든 공예품도 오래간다.
이지원을 이끌어가는 이는 김혜미자 선생(71)이다. 사실 이지원은 그의 집이자 작업실이며 전시관이다.
이지원 안으로 들어서면 한지로 만든 공예품들이 눈길을 잡아챈다. 갓과 함지박, 색실보관함 등 도무지 한지로 만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믿기가 힘들어 정말 종이로 만든 것이 맞느냐고 물으면 김혜미자 선생은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다.
그는 잘나가는 꽃꽂이연구가였다. 한국꽃꽂이협회 상임위원과 문양회 전북지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그러던 그가 20여 년 전 어느 날 한지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그 길로 한지공예가로서의 운명을 개척했다. 3년 넘게 한지공예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사하고 그들의 장점을 취합해 계승 발전시켰다. 오려붙이는 전지기법과 꼬아 만드는 지승, 물에 불려 만드는 지호, 그림을 그려 넣는 지화, 두껍게 붙이는 후지 등 선생은 두루 한지공예의 기술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를 바탕으로 개성적인 작품들을 하나씩 발표해나갔다.
이지원에 있는 작품들은 그 결과물들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길어올리기>에서도 선생의 작품들을 일부 만나볼 수 있다.
한지로 국새받침을 완벽히 복원해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김혜미자 선생은 요즘 사라져가는 전통한지공예품을 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궁중규방유물인 색실첩을 비롯해 도전할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선생은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쉴 틈이 없다.
한편, 이지원을 찾고자 한다면 꼭 지켜줬으면 하고 당부할 게 있다. 사전 연락을 하고 방문하라는 것이다.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쑥 찾아가는 것은 실례다. 물론 그렇더라도 맘씨 좋은 선생은 대문을 열어주기는 하겠지만.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 이지원 063-232-3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