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의‘별장 동영상’은 대한민국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에 대한 첫 수사가 시작된 지 8년이 흐른 지금 김 전 차관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사건은 현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19년에 내려졌던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이었다는 주장이 등장하며 한순간 피해자로 전환된 김학의 전 차관. 해당 사건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차관은 말레이시아행 티켓 현장 발권을 시도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항공은 인천공항에서 현장 티켓을 판매하지 않았고 김 전 차관은 태국행 티켓을 발권했다.
그는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탑승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출국자 명단에서 김 전 차관의 이름을 확인한 담당 공무원이 법무부 등에 출국 사실을 알렸다. 법무부는 즉시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김 전 차관은 비행기 탑승 직전 출국이 제지되었다.
한 편의 첩보영화와도 같았던 그 날의 상황. 바로 그때 검찰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익명의 검찰 관계자로부터 그 답을 들어본다.
이연주 변호사는 "그날 김 전 차관이 출국했다면 검찰의 위신은 완전히 추락했겠죠. 검찰의 존폐가 달린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은 중대한 혐의로 재수사를 받고 있었고 해당 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은 시기였다. 따라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적법한 절차로 여겨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태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2020년 12월 6일 국민의힘은 긴급기자회견을 소집했다.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공익 제보가 접수됐음을 밝혔다. 제보의 내용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이라는 것. 근거로는 출금 요청서에 기재된 허위 사건번호를 들었다.
그러나 사건번호가 잘못된 긴급출국금지 서류는 이전에도 존재해왔다. 특히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노건평 씨는 출국 시도를 한 적 없음에도 잘못된 사건번호로 긴급출국금지 처분을 받았다.
반면 대역까지 준비해 한밤중에 출국하려던 김 전 차관의 긴급출금이 대대적 수사로 이어진 것은 선택적 정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2017년 12월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가 발족했다. 곧이어 2018년 2월 대검 산하의 진상조사단 역시 설치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검찰의 과거사를 조사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검찰이 스스로의 허물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모였다. 그러나 용산 참사를 재조사하던 일부 진상조사단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며 조사단에 대한 검찰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한 관계자는 당시 진상조사단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들은 어떤 한계와 압박을 경험했던 걸까.
진상조사단 관계자 R 씨는 "압박이 심했어요. 검사들이 민사 소송 하겠다, 형사고발 하겠다고 하는데 무섭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논점이 '별장'에서 '불법출국금지'로 이동하며 김학의 전 차관은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환됐다. 김학의 전 차관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지금 모순적이게도 그가 유린했던 피해 여성의 인권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해자는 지워지고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별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 씨는 "지금 김학의가 피해자라는 거잖아요. 피해자의 말을 한 번도 들어주려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이라고 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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