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대에서 해금강 유람선터미널 쪽으로 이어진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앞에서부터 다포도, 대·소병대도, 매물도 등이 보인다. 신선대 해안에는 유채꽃이 노랗게 피었다. |
거제는 지심도 동백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이맘 때 이 지면(932호)을 빌어 소개했던 바로 그 섬이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굳이 거제에서 배를 타고 지심도로 건너가지 않더라도 편히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다. 바로 학동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변이 그곳이다.
이 길에는 무려 4㎞에 걸쳐 동백숲이 길 양옆으로 조림돼 있다. 붉디붉은 동백꽃이 푸른 바다와 대비돼 더욱 선연하다. 지난해 11월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길을 달리다보면 그야말로 붉은 꽃구름을 드리운 듯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동백숲은 그러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숲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길 위에서 아래로 펼쳐진 동백숲과 바다를 조망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숲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팔색조가 산다. 빨강, 노랑, 파랑, 자주, 회색, 흰색, 보라, 검정 등 여덟 가지 색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팔색조다. 자동차에서 내려 팔색조의 지저귐을 감상하는 것도 이 길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한 가지다.
▲ 학동에서 도장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변에 있는 거대한 동백숲. |
그물개는 학동 몽돌해변에서 남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해변의 모양이 그물을 펼쳐놓은 형상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늙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드문드문 동백과 후박나무도 보인다. 그물개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도 커다란 몽돌들이 깔린 해변이다. 학동해변의 것이 주먹만 하다면 그물개의 것은 축구공만 하다. 이곳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아서 조용하게 산책하고 몽돌의 상쾌한 노래도 즐길 수 있다.
유채꽃은 해금강유람선터미널 근처와 다포삼거리 쪽에 활짝 피었다. 동백군락지가 끝나고 조금 더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해금강 가는 길이 나온다. 해금강에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도장포 마을 우측으로 폐교가 된 초등학교 분교 길을 내려가면 바닷가 큰 바위인 신선대가 나오고, 바람의 언덕은 신선대 방향으로 빠지기 전 좌측에 자리하고 있다. 잔디로 뒤덮인 민둥산에 불과한 바람의 언덕은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TV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도장포를 지나 해안으로 400여m 더 달리면 드디어 해금강선유람선터미널에 닿는다. 외도와 해금강으로 가는 유람선이 구조라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해금강은 선착장에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자리 잡고 있다. 깊은 산 속 험한 계곡을 떼어다 놓은 듯 해금강은 원래 바다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자태를 풍기며 유혹한다. 해금강은 유난히 약초가 많다고 해서 ‘약초섬’이라고도 불린다. 사자바위가 북쪽에 떨어져 있고, 썰물 때면 절벽 사이로 십(十)자 모양을 드러내는 수로가 섬 가운데에 있다. 그 수로는 사방으로 길을 열어 놓아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저어 갈 수 있다.
유채꽃은 도장포에서 해금강유람선터미널로 내려가는 우측에 곱게 피었다. 면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지만, 학동 동백숲과 마찬가지로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채꽃 뒤로는 다포도, 대·소병대도, 매물도 등이 올망졸망 떠 있다. 눈을 뗄 수가 없는 풍경이다.
해금강에서 다시 남쪽으로 길을 달리면 다포삼거리에 이르는데, 이곳에도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누구든 들어가서 꽃과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개방했다. 한편, 다포삼거리까지 내려왔다면 여차-홍포해안도로 드라이브를 반드시 즐길 일이다. 다포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하면 3㎞ 남짓한 멋진 비포장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드넓은 바다, 오른쪽으로는 산이 우뚝 버틴 길이다. 도중에 만나는 전망대에서는 대소병도, 등가도, 매물도, 가익도, 가왕도, 어유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잡힌다.
아직 진달래는 다소 이른 편이다. 드문드문 피어 있기는 하지만, 이달 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거제의 진달래는 대금산이 제일이다. 438m에 지나지 않는 산이지만, 봄이면 다홍빛 물감 속에 풍덩 빠졌다 나온 듯이 산 전체가 진달래로 불탄다. 산을 따라 도는 임도가 뚫려서 중턱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도 있다. 때문에 별 힘들이지 않고 진달래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진달래의 더딤에 실망하긴 이르다. 바다에도 ‘맛꽃’이 피었으니 그것으로 달래면 된다. 거제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멍게와 도다리가 제철을 맞이했다. 멍게는 우렁쉥이라고도 한다. 멍게에는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글리코겐의 함량이 많아 건강식으로 최고다.
거제에서는 이 멍게를 가지고 비빔밥을 내놓는다. 멍게를 단장한 후 숙성시켜 내놓는 곳과 생멍게를 그대로 회쳐서 내놓는 집이 있다. 거제포로수용소 근처 백만석식당(055-638-3300)이 소문난 곳이다. 이곳은 멍게의 맛과 향이 한창 물이 올랐을 때 단장을 해두었다가 숙성시켜 손님상에 올린다. 생멍게 비빔밥을 맛보려면 바닷가 쪽으로 가야 한다. 해금강이나 학동몽돌해수욕장 주변에 생멍게 비빔밥집들이 더러 있다. 학동몽돌해수욕장 앞 고구려횟집(055-636-0708)을 추천한다. 20년 넘은 전통을 자랑하고, 봄맛의 또 다른 대표주자인 도다리쑥국도 잘한다. 예부터 ‘봄 도다리, 가을 광어’라 했다. 봄에는 도다리가 맛있고, 가을에는 광어가 입에 감긴다는 소리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도다리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거기에 들에서 직접 캔 쑥을 듬뿍 올려 담백하게 국을 끓인다. 부들부들한 살이 입에서 녹고, 쑥향 가득 밴 봄이 또한 입에서 피어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경부고속국도→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통영IC→거제대교 잠자리: 거제는 유명 여행지마다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다. 장승포에는 라이트하우스호텔((055-681-6363), 구조라에는 푸른너울펜션(055-681-0424), 해금강에는 바람의언덕펜션(055=633-1404), 학동에는 몽돌비치호텔(055-635-8883)이 있다.
▲문의: 거제시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geoje.go.kr) 055-639-3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