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가대표 유도선수인 이원희가 모교인 용인대학교 유도과 교수로 변신을 했다. 지난 2일 이원희 교수가 첫 실기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예요.”
지난 3월 2일, 모교인 용인대학교에서 첫 실기 수업을 마친 이원희가 설레는 목소리로 임용 소감을 밝힌다. 이원희는 유도경기지도학과에서 유도전공 실기과목을 주당 9시간씩 가르치게 된다. 선수 시절, 3년간 시간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그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기술을 세세하게 지도해줘 벌써부터 인기 강의로 자리 잡았다고. 이원희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강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유도를 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던 내 인생 경험을 전달해주고 싶다”며 강의 계획을 밝힌다.
용인대는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빛낸 많은 선수들이 후배양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미정, 한국이 낳은 유도 천재 전기영, 여성 최초 선수단 총감독·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계의 여걸 이에리사, 남자 유도 국가대표팀 안병근 감독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스포츠계 거목들이 용인대 교수진에 포함돼있다. 그렇다면 용인대가 선수 출신의 교수를 임용하는 자격 요건 및 기준은 무엇일까.
용인대의 교수 임용 방식은 공개 채용이다. 용인대는 특별채용, 이른바 특채 방식의 교수 임용방식을 오래전에 버렸다. 때문에 김미정, 전기영 등 선수 출신 교수 대부분이 일반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 임용심사는 1차 서류, 2차 연구 실적평가, 3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2차 연구 실적평가 과정엔 실기 시험이 포함돼있다. 금메달 개수, 시간 강사 경력은 1차 서류 심사에서 반영되나 따로 가산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다.
용인대 관계자는 “체육, 예술 분야에선 규정상 ‘실기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실기 시험을 통해 평가를 하려한다. 이번에 임용된 이원희, 이태현 교수 역시 3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실기 테스트를 받았다”며 평가 방식을 설명했다. 용인대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눠 전임교원을 채용한다. 비정년트랙은 올해로 2년째 시행된 제도다. 정년보장이 안되며, 호봉제인 정년트랙과 달리 연봉제를 원칙으로 한다. 급여 체계가 다르지만 대략 1000만 원의 차이를 보인다고. 2년 계약을 기본으로 3번 계약 갱신이 가능해 최대 6년까지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원희, 이태현 역시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됐다. 연구실적, 교수평가 등을 기준으로 정년트랙으로 변환될 수도 있다. 김미정, 전기영, 안병근, 이에리사 교수 등은 비정년트랙을 시행하기 이전에 초빙돼 정년트랙으로 임용됐다고 한다.
용인대만큼 선수 출신의 화려한 교수진을 자랑하는 한국체육대학 역시 일반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1차 기초심사, 2차 전공심사, 3차 면접 절차를 거쳐야 한다. 면접이 끝나면 서울대에서 주관하는 영어 필기시험을 거쳐 점수를 합산한다. ‘역도 영웅’ 전병관,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등 한체대 선수 출신 교수들 모두 위의 공개 채용과정을 거쳤다.
반면, 특별채용을 통해 선수 출신 교수를 임용하는 대학교도 있다.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교수가 재직 중인 동아대의 경우 상시 특별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경희대 역시 우수 인재의 경우 특별채용 방식으로 상시 임용한다. 그러나 2003년 경희대 강단에 오른 ‘체조영웅’ 여홍철은 일반 채용 과정을 거쳤다. 용인대 김미정 교수의 남편이자 유도 스타인 김병주는 공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년 특별 채용 절차를 거쳐 강단에 올랐다. 김병주는 현재 부교수로 공무원 4급 연봉을 받고 있고, 교수 직급에 맞는 별도의 수당을 부여받는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기회 된다면 정치판도”
‘씨름판 위의 황태자’ 이만기가 인제대학교 강단에 오른 지 올해로 벌써 20년을 맞았다. 1980년대 씨름판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는 은퇴 이후 체육계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편, 자연과학대학 교수로서 생활체육의 안전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이만기 교수는 지난 3일, 용인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천하장사’ 이태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후배를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장 경기 경험이 있는 교수들은 보다 생생하게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선수로서의 역량도 출중하기 때문에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 지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울산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시작한 이 교수에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강의 전에 준비를 엄청 많이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시간 동안 말도 못할 정도로 긴장이 돼서 준비한 내용은 10분밖에 이야기하질 못했다. 식은땀만 줄줄 흘렀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는 교수 체질인가보다. 교수평가 50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현재 그는 인제대학교의 1등 교수로 자리매김했다.
얼마 전 홍준표 최고위원은 4·27 재보궐 김해을 지역구 한나라당 후보로 이 교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보다는 해당 지역 대학인 인제대에서 20년간 대학교수를 한 그가 후보로 나서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식으로 제의를 받은 바는 없다. 후보자 등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출마하고 싶다. 여러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되지 않겠나. 지금은 지켜보는 단계다”라며 정계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