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투자했는데 나한테 무례하게 굴어”…앙심 품은 끝에 청부살인
20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 씨(57)와 권 아무개 씨(56)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1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9월 필리핀 현지에서 킬러를 고용해 호텔 운영주 박 아무개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씨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김 씨는 지난 2013년부터 박 씨의 호텔에 5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박 씨가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자 앙심을 품었다.
권 씨는 김 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뒤 박 씨를 살해할 살인청부업자를 구해주기로 했다. 김 씨는 그 대가로 호텔 식당 운영권이나 5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의 현지 애인을 통해 살인을 의뢰받은 현지 살인청부업자는 박 씨가 있는 사무실로 찾아가 그를 살해했다.
이 사건은 당시엔 범인을 찾지 못했으나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지난 2018년부터 재수사를 시작한 끝에 지난해 김 씨 등을 검거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김 씨는 장기간 박 씨에 대한 살해를 계획했고 거액의 대금으로 적발되기 어려운 킬러를 고용해 사건의 실체를 미궁에 빠질 수 있게 시도했다"면서도 "다만 박 씨에게 거액을 투자하고도 모욕적인 대우를 받게 되자 그러한 사정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권 씨에 대해서는 "박 씨와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범행했다"며 "다만 중간교사자로 범행의 발단은 아니었고 수사기관에서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며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역시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을 살펴 보면 원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형을 확정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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