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탄핵’ ‘형수 욕설’ 등 상대 아킬레스건 공격…이낙연 지지율 상승하자 1위 싸움으로 전략 수정
“원팀은 없다.” 최근 경선을 지켜본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공방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공격하지 말고 금도 있는 논쟁,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정책질의와 상호공방이 벌어지는 수준 높은 경선이 되기를 바란다”며 양측을 향해 자제를 당부했다.
양측 싸움의 분기점은 7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비경선 때 다른 후보들 공격에 수비로만 일관해 ‘김빠진 사이다’로 불렸던 이재명 지사가 직접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날이다. 이 지사는 7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본인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면서 ‘옵티머스 환매 사기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을 언급했다.
이때는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이 SNS와 언론 접촉 등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김부선 스캔들’을 비판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지사는 “(숨진) 그분이 그냥 개인적인 사람이 아니고 (이 전 대표의) 전남지사 경선 때 당원명부, 가짜당원을 만들고 해서 시정을 받은 분이지 않느냐”며 “그런 부분에 대해 먼저 소명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저희 가족을 걸고넘어지니까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이재명이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컷오프 때는 부자 몸조심 기류가 있었다. 후보가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어할 것 있겠느냐는 것이었는데 착오였다. 막기만 하다 지지율을 까먹었다. 또 공세를 취했던 이낙연이 올라갔다”면서 “이재명은 이재명다워야 한다는 게 캠프의 판단이었다. 이 지사가 다시 시원한 사이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경기도 유관 기관의 한 임원이 만든 단체 SNS 방에서 이 전 대표를 비방하는 글이 공유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 전 대표는 7월 18일 “고위공직자가 단톡방(단체채팅방)을 열어 특정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불법선거운동”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 박광온 총괄본부장도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이 경선에 개입해 이낙연 후보를 비방하고 선동하는 것은 중대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재명 캠프의 조직적인 여론조작 의혹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 차례 공수를 주고받은 양측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전면전으로 돌입했다. 이 지사 측은 이낙연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탄핵 표결에 참석했던 195명 중 반대표는 단 2명이었다. 김종호 자유민주연합 전 의원은 표결 후 반대했다고 밝혔고, 나머지 1명은 이낙연 전 대표로 알려졌었다. 당시 여러 기사에도 이 전 대표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도됐다.
이 지사 측은 당시 표결이 이뤄지던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이 전 대표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투표를 강하게 막는 동안 이 전 대표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지사는 “과거 자료를 보니까 (이 전 대표가)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서서 한 것 같은 게 사진에도 나오더라”며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국민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탄핵에 대해 말을 아꼈던 이낙연 전 대표는 7월 21일 “반대한 게 맞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다음 날 이 지사는 “제가 봤을 땐 탄핵표를 던진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이 전 대표의 말을 거짓말로 규정한 셈이다. 이 지사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도 “탄핵에 반대하면서 왜 탄핵에 찬성하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과 함께했는지 국민과 당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한 것은 이 전 대표 측의 적통성 공격에 대한 응수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를 향해 “민주당 적통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공격해왔는데, 이를 이 지사가 정공법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또한 컷오프 이후 친문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낙연 캠프로 몰려들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으려는 포석도 담겼다. 앞서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탄핵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반대표결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논란과 난타전만 벌어질 뿐이다. 반대표를 던진 또 다른 1인이 나온다면 이 전 대표는 거센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 전 대표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진실은 밝혀지기 어렵다. 어찌됐건 이 전 대표가 소속된 새천년민주당이 탄핵 논의 과정에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 전 대표로선 아킬레스건이 분명하다. 친문과 친노 표심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 지사가 제대로 공격 포인트를 짚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는 다시 이 전 지사의 아픈 부분을 들고 나왔다. 핵심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 전 지사가 형수에게 욕설 한 부분을 부각했다.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은 “도를 한참 넘은 욕설을 듣고도 (이재명 지사가) 지도자의 품격과 자질을 갖췄다고 믿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7월 20일 이 전 대표 지지자로 알려진 한 유튜버가 이 지사의 새로운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하자 이재명 캠프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될 수 있으면 형수 문제와 같은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그게 또 후보의 뜻이기도 하고”라면서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허위 공격을 했다. 도를 넘었다. (형수 욕설 공세는) 그런 차원의 대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또 다른 관계자는 “파일을 공개한 유튜버 배후가 짐작이 간다. 이낙연 캠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법적 대응까지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 지사가 '이건 내 허물'이라면서 참고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최근 지지율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대세론을 형성하며 큰 차이로 앞서가던 이 지사 지지율이 하락하고, 대신 이 전 대표 지지율이 올라가자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내부 경선보다는 야권 후보와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던 이재명 캠프 선거에서도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이 전 대표를 앞서고 있긴 하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월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18.1%를 기록했다. 이재명 지사는 26.9%였다. 전주에 비해 이 전 대표는 5.9%포인트(p) 올랐고, 이 지사는 3.4%p 하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1위는 윤석열 전 총장(29.9%)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 동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에 의뢰해 발표한 2021년 7월 2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 상승세는 뚜렷했다. 이 전 대표는 6월 4주 조사 때보다 7.2%p 오른 15.6%를 기록하며 이재명 지사(26.4%)와의 격차를 좁혔다. 이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이 27.8%로 이 지사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낙연 캠프가 고무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민주당 텃밭이자 경선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지지율과 윤 전 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이 지사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광주 전라’ 지역에서 35.7%를 기록했다. 이 지사와의 격차(36.6%)는 불과 0.9%p였다. 1주 전 같은 조사에서의 격차는 12.1%p였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는 전체 지지율은 이 지사에게 뒤처졌지만 광주·전라 지역에서만큼은 30%로 이 지사(27%)를 앞섰다.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적합도 순위는 이 전 지사가 27.2%, 이 전 대표가 16%였지만 광주·전라에선 이 전 대표가 34.4%, 이 지사는 32.2%로 나타났다.
보수 야권 1위인 윤석열 전 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보다 유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7월 15일 매일경제·MBN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는 33.7%를 기록, 윤 전 총장(37.9%)에 비해 4.2%p 낮았다. 이 전 대표는 35%(윤석열 38.2%)로 그 격차가 이 지사보다는 적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이낙연 캠프는 뒤집기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호남은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 전략적 투표를 한다. 호남 지지세가 오르고 있다는 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은 이낙연밖에 없다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어차피 결선 싸움이다. 지금 이 지사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건 분명하지만 결선으로 가면 대선 경쟁력이 곧 투표로 이어진다. 이 전 대표가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계 한 재선 의원은 “어차피 우리의 최종 상대는 야권 후보다. 그런데 이렇게 아군끼리 총질을 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느냐. 나중에 공격받을 거리를 지금 다 알아서 주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2007년 대선 때 물고 뜯던 친박과 친이가 대선이 끝난 후에도 앙금을 못 풀었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부담을 줬다. 지금 친박과 친이가 어떤 꼴이 됐나. 또 그 수장들은 어떻고.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는 그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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