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동문파’·이재명 ‘외연확장파’·이낙연 ‘의리파’ 모셔…역량에 따라 후원금 규모 달라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금원 전 회장이 2009년 4월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면목 없는 사람 노무현”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노무현의 후원회장’이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은 데 대한 참담한 심경을 밝힌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주자와 후원회장은 밖에서 보는 관계 이상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대선주자 후원회장 특징은 동문파, 외연확장파, 의리파, 홍보파 등으로 세분된다. 대표적인 동문파로는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를 영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꼽힌다. 이들은 서울대 선후배(윤석열 79학번·황준국 78학번) 사이다. 윤 전 총장은 황 전 대사가 공직자 시절 보여준 국가관과 활동에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지만, 젊은 시절부터 교류한 게 영입에 한몫했다고 한다.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삼고초려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외연확장파에 속한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수장을 맡았었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헌정사상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을 지낸 데다, 개혁성까지 갖췄다”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지사가 ‘강금실 영입’ 카드를 꺼낸 것은 약점으로 치부된 ‘친노·친문(친문재인)’ 지지층 표심을 노리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리파도 있다. 최근 이재명 지사를 매섭게 추격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4·15 총선에 이어 또다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경북대 교수)에게 후원회장을 맡기기로 했다. 이 전 대표의 김사열 카드에는 ‘영남 친노·친문’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포석도 담겼다. 영남 시민사회 출신인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몸을 담았다. 당 내부에선 호남 주자인 이 전 대표가 보완재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홍보파에 속한다. 정 전 총리는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한 배우 김수미 씨를 후원회장으로 모셨다. 정 전 총리의 ‘밥 짓는 경제 대통령’과 김 씨의 ‘반찬을 만드는 후원회장’의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직을 자처한 장영달 전 의원에게 후원회장을 맡겼다. 전북 남원 출신의 우석대 명예총장인 장 전 의원을 통해 호남 구심점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은 안광훈 신부다. 박용진 의원은 한평생 빈민 구제 활동을 한 안 신부에게 후원회장직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선주자들이 후원회장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궁극적인 이유는 ‘현금 실탄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 후원회장 역량에 따라 후원금 규모가 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대선 출마 기탁금은 3억 원이다. 각 당 예비경선 참여를 위한 기탁금은 별도다. 민주당은 1억 원, 국민의힘은 3000만 원이다. 최소 3억∼4억 원이 없으면 대선 출마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중앙선관위가 정한 제20대 대선후보자 선거비용 제한액은 513억 900만 원이다. 각 예비후보들은 이 중 5%인 25억 6545만 원까지 후원금을 거둘 수 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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