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양조는 2020년 4월 신제품 '영탁막걸리'의 광고 모델로 영탁을 발탁, 당시 전통주 업계 최고 모델료를 경신하며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영탁의 계약금은 1억 6000만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는 영탁의 부모가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예천양조는 지난 2020년 1월 23일 영탁이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경연에서 선보인 '막걸리 한 잔'을 보고 같은 해 1월 28일 '영탁' 상표를 출원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특허청은 "TV조선 '미스터 트롯'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의 예명 '영탁'(본명 박영탁)과 동일하므로 상표 등록에 관한 타인의 승낙서가 제출돼야 한다"며 "비록 '영탁'이 출원인과 광고모델에 관한 전속계약을 맺고 상표 사용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했더라도 상표 등록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서명 또는 날인된 별도의 승낙서가 필요하다"고 출원을 거절했다.
이에 예천양조 측은 영탁의 부모에게 특허청에서 온 서류를 주며 승낙서에 사인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영탁의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수개월 간 승낙서를 받지 못했다. 두 차례의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결국 기한을 넘겨 지난 4월 19일 상표 등록이 거절됐다.
예천양조가 등록하지 못한 '영탁'의 상표는 영탁의 부모와 영탁이 지난 2020년 8월 19일 출원한 상태다. 막걸리를 포함한 술 종류 전체의 도매·소매업 등을 사용 상품으로 지정했다. 현행 상표법 제34조 20항에 따르면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으나 영탁이 모델로 활동 중인 기간 중에 출원한 것이다.
예천양조 측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들(영탁 측)이 출원을 했으니 상표가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해 재계약 금액을 50억 원으로 올린 것 같다"며 "회사 작년 매출이 50억 원인데 단기순이익은 10억 원이었다. 도저히 (요구 금액이) 안 내려가서 드릴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후 2021년 5월 경 재개된 협상에서 양 측은 영탁이 출원하는 상표를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방안으로 협의하되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 사용에 적절한 조건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리인들끼리 협의하기로 했다는 게 영탁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예천양조 측 대리인이 예천양조가 상표를 출원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을 제안해 다시 무산됐다는 것.
세종 측은 "이후 예천양조는 쌍방이 협상 시한으로 정했던 2021년 6월 14일에 이르러 갑자기 대리인을 대형 법무법인으로 교체한 후 이메일로 '상표 영탁의 라이센싱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문건을 송부했는데 그 내용은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도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라며 "이에 법무법인 세종은 영탁 측과 협의한 후 예천양조 측에 예천양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며 본건 협상은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답신을 송부함에 따라 쌍방 사이에 있었던 상표 관련 협상은 완전히 종료됐다"고 일축했다. 이후에도 영탁 상표에 대한 사용 권한을 행사할 경우 결국 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식 재판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현행 상표법상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의 이름이나 명칭, 예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영탁막걸리의 경우 영탁이 '내일은 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뒤 출시된 제품이고, 영탁을 그 모델로 기용하기까지 한 상품이기 때문에 예천양조가 영탁의 허가 없이는 '영탁' 상표를 등록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예천양조 측은 "영탁이 상표 '영탁'의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니고 상품표지 '영탁'의 보유자도 아니므로 예천양조는 그동안 막걸리에 사용해 온 상표 '영탁'을 앞으로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탁 측은 "예천양조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탁' 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영탁 측에게 있다는 점은 많은 부연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만일 정식 재판에서 영탁 측이 승소할 경우 예천양조 측은 '영탁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영탁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