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한 공간 머문 순간 숨겼다가 들통 사태 확산…수원 숙소 이탈 장시간 음주 한현희·안우진 더 큰 징계
발단은 이랬다. NC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이 지난 9일과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감염 경로가 문제였다. 이들이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잠실 원정 숙소로 사용하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외부 여성 2명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 술자리에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선발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박민우까지 총 6명이 모여 있었다. 박민우는 백신 덕에 감염을 피했지만, 결국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리고 술자리를 함께한 선수 네 명은 16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서 72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 중징계를 받았다.
#한화 선수들 "선배가 불러 가봤더니…"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태는 상벌위원회 종료 직후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도 NC 선수들보다 하루 앞서 '그 여성들'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한화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지난 2~5일 선수단이 머문 서울 잠실 원정 숙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8일부터 15일까지 선수단 전원에 대한 면담과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미보고 외부인 접촉' 2건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잠실 원정 때 NC 선수들과 같은 호텔을 숙소로 쓴다. 이 여성들은 한화 선수들이 머물기 전인 6월 말부터 이 호텔에 묵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자진신고를 받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각각 호텔 내에서 구단에 보고하지 않고 지인을 만난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선수들과 면담한 결과 방역 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지인 외에 초면인 2명을 더 만났는데, 나중에 이들이 해당 확진자들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설명한 사건 개요는 이랬다. "서울 원정 중이던 지난 4일 잠실 경기 후,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C가 후배인 한화 소속 선수 2명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 숙소에 왔으니 잠깐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한화는 "먼저 방에 도착한 선수 D는 C가 지인 2명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분 뒤에는 또 다른 선수 E가 그 방에 도착해 2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A 씨로부터 '곧 다른 지인이 오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 경기가 있다'며 나란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수 D와 E는 구단 조사에서 "C 씨의 방에 머물던 시간이 짧았고, 다른 2명은 초면이라 누군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최근 타 구단과 관련된 사건을 접하고 C 씨에게 '혹시 같은 방에 있던 지인들이 그 확진자들과 동일 인물이냐'고 몇 차례 확인했지만, C 씨는 '모르겠다'고만 했다. 그러다 나중에 '동일인물이 맞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구단에 알렸다"고 했다.
이 선수들은 또 "먼저 도착한 D는 선배가 따라준 맥주를 두 모금가량 마셨고, 뒤에 도착한 E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8일 한화 1군 선수단 전원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으로 판명된 뒤였다.
한화 구단은 "두 선수 중 한 명은 올림픽 예비 엔트리 멤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인원에서 제외된다"고 자체 해석하면서 "그러나 15일 저녁 이 사실을 파악한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알렸고, 해당 선수들의 '미보고 외부인 접촉' 건에 대해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어 즉각 팀 내규 최고 수위에 가까운 중징계를 내렸다. 자체 징계인 만큼 수위를 밝힐 수는 없으나, 구단 내규 최고 수위를 가까스로 피한 수준의 중징계임을 말씀드린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또 "일부 선수들의 안일한 행동으로 한화와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방역 수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역학조사 등 감염 방지를 위한 모든 절차에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키움 한현희 외 1인도 같은 술자리
키움 역시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5일 새벽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해 술자리에 참석한 선수 두 명에게 자체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15일 자체 조사 결과, KT 위즈와 원정경기를 위해 수원에 머물던 선수 2명이 지인의 연락을 받고 원정숙소를 무단이탈 해 확진자가 머물던 호텔에서 술자리에 참석한 점을 파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키움은 "이 자리에 소속 선수 2명과 소속 선수의 선배 1명, 선배의 지인 2명 등 총 5명이 자리한 것으로 확인했다. 최근 타 구단 관련 이슈가 발생한 장소와 동일한 호텔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사결과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동시에 KBO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팀의 지침에 따라 강남구청 보건소 코로나19 역학조사관에게도 내용 전달 및 역학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키움은 또 "해당 술자리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사람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인원에서 제외되던 시기에 벌어졌다. 소속 선수 두 명 중 한 명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뒤라 방역수칙 위반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키움의 설명에 등장하는 외부인 3명은 모두 한화 선수들이 만난 사람들과 동일인이다. 선배 1명이 C 씨, 선배의 지인 2명이 A 씨와 B 씨다. 키움 선수 둘은 구단에 이 내용을 진술한 뒤 16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둘 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 키움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17일 오전 훈련을 취소하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현장 프런트 전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키움 투수 한현희가 다음날 자필 사과문을 발표하고 올림픽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하면서 문제의 선수 두 명 중 한 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한현희는 "엄중한 시국에 잘못된 행동으로 팬 여러분께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코로나19로부터 프로야구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헌신한 구단과 리그 관계자 모든 분들, 그리고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해 훈련 중인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께도 사죄드린다. 나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까지 생겨 동료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현희는 이어 "올림픽에서 국민 여러분께 응원의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래서 대표팀에서 물러난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팀 일정에도 지장을 초래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난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한다. 팬 여러분께서 주시는 지탄과 질책을 달게 받고, 구단에서 내리는 징계 처분도 달게 받겠다. 프로야구 선수가 느껴야 하는 도덕적 책무와 행동 규범을 깊이 되새기겠다"고 강조했다.
키움 역시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구단은 상벌위원회를 꾸려 선수 두 명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도 높은 징계를 처분할 방침"이라고 사과했다.
#뒤늦은 해명에 거짓말까지
그러나 이 해명에는 중요한 거짓말이 포함돼 있었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각각 외부인 세 명을 별개로 만난 것처럼 진술했지만, 서울 강남구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들 모두가 짧게나마 한 자리에 머물렀던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구청은 17일 "한화와 키움 선수 각각 2명은 4일 밤에서 5일 새벽 전직 프로야구 선수 C 씨, C 씨의 지인인 여성 2명 등과 6분간 '사적 모임'을 했다. 여성 2명이 4일 오후 11시 36분 방에 입실한 뒤 C 씨가 5일 밤 12시 54분, 한화 선수 D가 오전 1시 1분, E가 오전 1시 22분 차례로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키움 소속 선수 2명이 오전 1시 30분 방에 도착하면서 총 7명이 한 공간에 머물게 됐다. 이어 6분 뒤인 오전 1시 36분 C 씨와 한화 선수 2명이 그 방을 나갔고, 이후 키움 선수들과 여성들의 술자리가 이어졌다"는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한화와 키움은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각각 선수 E와 한현희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을 언급하면서 "5명이 모였더라도 이들은 사적 모임 인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7명이 한자리에 있었다면 백신 접종자를 빼도 방역지침 위반이 확실해진다. 해당 선수들이 이에 따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구단 조사에서 '문제의 6분'을 숨긴 것이다.
실제로 양 구단도 자체조사 초기에는 7인이 함께 머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팀은 17일 다시 입장문을 통해 사과하면서 "역학조사 과정에서 당 구단 선수들이 타 구단 선수들과 일부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구단은 해당 내용을 추가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정정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은폐와 거짓말은 '가중 처벌' 대상이다. 처벌 수위는 방역지침을 어겼을 때보다 역학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때 훨씬 더 높다. 감염병예방법 18조(역학조사) 3항은 "시·도·군·구 차원의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회피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면 안 된다. 고의로 사실을 누락시키거나 은폐하는 것도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미 NC 선수들과 확진자 A 씨와 B 씨는 지난 14일 "감염 후 역학조사에서 해당 여성들과의 술자리를 숨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유일한 미 감염자 박민우는 지난 16일 가장 먼저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도 예외는 없었다. 강남구청은 결국 20일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동선을 허위로 진술한 한화, 키움 소속 선수 등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5인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선수들이 16일 이후 '5인 이상 집합 금지' 위반과 관련한 진술과정에서 정확한 언급을 피하거나 동선을 누락시켰다. 또 도쿄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됐던 키움 소속 선수(한현희)는 초기 단계에서 전화를 회피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초 확진자가 아니라 수사의뢰 대상에선 제외했지만, 밀접 접촉자 역시 이 법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선수들은 당장 눈앞의 소나기를 피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가 더 큰 태풍을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키움과 한화도 결국 상벌위 징계
결국 KBO는 23일 다시 상벌위원회를 소집했다. NC 선수들이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구단이 KBO리그 역대 최고액인 벌금 1억 원을 물게 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이번엔 한화와 키움 선수들이 심의 대상이었다.
그 결과 키움 한현희와 안우진에게는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경기를 앞둔 날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호텔에서 장시간 음주를 하는 등 책임이 엄중하다"며 36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 징계를 부과했다.
또 한화 주현상(D)과 윤대경(E)에게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항을 위반했지만, 해당 모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회피하려고 노력한 점이 참작된다"며 1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만 원 제재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KBO 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키움과 한화 구단에게도 각각 제재금 1억 원과 5000만 원을 부과했다. 두 팀 다 "KBO의 전수조사 때 일부 선수의 진술을 허위 보고했고, 선수관리에 소홀했다"는 게 이유다. 키움 구단의 경우엔 "원정 숙소 무단이탈과 장시간 음주 등 선수 관리에 문제점이 더 크다"고 판단해 NC와 같은 벌금 1억 원을 물게 했다.
NC발 코로나19 확진 사태는 이렇게 '역대급' 상흔을 남긴 채 서서히 봉합되고 있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과거엔 구단들이 기사를 통해 (사건·사고가) 밝혀진 뒤에야 KBO에 알렸다면, 최근엔 사건이 터졌을 때 곧바로 신고하는 추세다. 다만 클린베이스볼센터는 벌을 주려고 생긴 곳이 아니다.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신고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KBO, 구단, 선수가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들의 인식과 태도 개선은 필수다. 정 센터장은 "프로 선수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왜 그 많은 야구팬이 나를 보고 환호하고, 내가 이렇게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후배들은 감독, 코치보다 선배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후배들에게 나쁜 길을 알려주는 선배들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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