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근, 유재학, 허정무, 김경문, 조범현 |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개 종목 중 감독의 연봉을 공개하는 종목은 프로야구와 남자 프로농구가 유일하다. 그 외 프로축구, 배구, 여자 농구는 나름의 사정과 이유를 들어 ‘감독 연봉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성적만큼이나 감독의 연봉을 좌우하는 요소가 바로 흥행성이기 때문이다. 재미난 경기, 화끈한 팬 서비스,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종목일수록 흥행이 보장되고, 구단의 지갑은 더욱 열리기 마련이다.
올 시즌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인 만큼 감독에 대한 대우도 화끈하다. 프로야구는 연봉과 별도로 최하 2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 계약금 랭킹 1위는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2007년 부임 이후 세 차례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일궈낸 그다. 2007년 SK와 2억 50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맺을 당시 김 감독이 받은 계약금은 3억 원이었다. 두 번의 우승 직후, 그의 계약금은 8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009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KIA 타이거즈의 조범현 감독이 계약금 5억 5000만 원,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이 3억 5000만 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2010년 삼성 라이온즈와 5년 계약을 맺었던 선동열 전 감독이 김성근 감독과 동일하게 8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바 있다.
연봉 역시 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 역대 사령탑 중 최고다. 2009년 SK와 4억 원에 연봉 계약(2009~2011년)을 체결해, 2008년까지 최대 3억 5000만 원으로 형성돼있던 감독 연봉의 상한선을 깼다. 그 외 역대 프로야구 감독들 중 3억 5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이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2010년 연봉 30만 달러; 약 3억 6000만 원)과 선동열 전 감독(2010년 연봉 3억 8000만 원)이 유일하다. 2011시즌을 맞이한 현 프로야구 사령탑의 연봉을 살펴보면 KIA 조범현 감독(2010~2012년)과 두산 김경문 감독이 3억 5000만 원, 남은 5구단 감독들은 모두 2억 원에 연봉 계약을 마쳤다. 초보 감독의 연봉은 2억 원에서 출발한다. 김성근 감독의 연봉에 유일하게 대적했던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상 올 시즌을 마친 후 4억 원 연봉 기록을 깰 이는 김성근 감독이나 김경문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감독 모두 2011년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축구는 감독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감독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 모두 연봉에 관해선 굳게 입을 다문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적으로 축구 감독의 연봉을 공개하는 리그는 단 한 곳도 없다. 파격적인 인상안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전부다. K리그 한 관계자는 “하다못해 일본, 중국, 호주, 중동 쪽에서 감독 연봉을 공개한다면 우리도 공개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외국 감독이 K리그 감독이 될 수도 있고, K리그 감독이 외국 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는데 연봉을 공개하면 우리만 손해 아닌가. 중국 광저우 헝다 이장수 감독이 K리그 감독 연봉의 배 이상 받는단 말도 들었다. 반대로 외국 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았다가 K리그보다 훨씬 못한 연봉을 제의받아 계약이 파기된 적도 있다. K리그의 경쟁력을 생각해서도 연봉 공개는 무리다”고 설명한다.
감독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는 이유도 크다. 시·도민 구단의 경우 기업 구단보다 감독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이 제한되기 때문. K리그 관계자들 모두 “시·도민 구단과 기업 구단 감독의 연봉이 1억 원 이상 차이난다”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연봉 1억 원을 받고 구단을 이끌어간 감독도 있었다고.
취재 결과 시·도민 구단 감독의 평균 연봉은 1억~1억 5000만 원, 기업 구단의 경우 2억 5000만~3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재정 형편상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어려운 시·도민 구단의 경우 능력 있는 지도자를 영입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K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허정무 감독이 4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고 들었다. 기업 구단이라도 초보 감독은 프로야구처럼 2억 원선에서 시작한다. 경력과 연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2억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감독도 있다”고 귀띔한다.
프로농구 감독 연봉은 남자부와 여자부에서 차이가 크다. 남자농구의 경우 최하 2억 5000만~4억 원 수준으로 형성된다. 농구는 프로야구와 달리 계약금 없이 순수 연봉만으로 계산된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연봉이 4억 원(2010~2015년)으로 가장 높고, 부산 KT 전창진 감독(2009~2012년)과 전주 KCC 허재 감독(2009~2012년)이 3억 5000만 원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대구 오리온스와 연봉 2억 5000만 원에 계약한 김남기 감독의 경우 지난 시즌 직후 연봉이 2억 2500만 원으로 삭감돼 가장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
여자농구는 남자부와 달리 감독의 연봉을 비공개에 부친다. WKBL(여자프로농구연맹) 관계자는 “남자농구와 감독 연봉 차이가 많이 날뿐더러 여자농구는 구단 수가 적어 연봉 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 또한 감독과 코치 연봉이 비슷해 선후배끼리 자존심상 공개를 꺼린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WKBL 구단 관계자들은 “감독 연봉을 공개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옵션 빼고 순수 연봉 2억 원에 3년 계약을 했고, 그 외 감독들이 1억 5000만~1억 70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1억 원 이하로 받는 감독은 없다. 예전에 신세계 정인교 감독이 코치에서 감독이 되자마자 연봉이 1억 원이 안됐는데 지금은 연봉 체계가 달라져 1억 원 초반 대 연봉을 받고 있는 걸로 안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배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각 구단별 연봉 편차가 매우 심하다. 3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감독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유일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배구 감독 연봉 평균이 2억 원이라고들 하는데 3억 넘게 받는 두 감독 연봉을 고려해도 겨우 2억 원을 넘을까 말까다. 1억 초·중반이 대부분이다. 모 구단 감독은 8000만 원 부장급 연봉을 받는다더라. 구단별로 연봉 편차가 심하다보니 감독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법인데 두 팀이 나눠 먹기식이니 감독 연봉도 인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낸 신영철 감독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감독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긴 어렵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대우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상무 신협 최삼환 감독은 별정직 공무원 4급에 준하는 대우(연봉 약 6000만 원)를 받는다. K리그 광주 상무 이수철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판공비는 감독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운영비조로 지원된다고 한다.
여자배구 역시 남자부와 같은 이유로 감독 연봉 액수를 비공개에 부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이 옵션 포함 1억 5000만 원으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고, 그 외 구단 감독들은 1억 1000만~1억 3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3억 원 이상 받는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감독을 제외하면 배구는 남자부와 여자부 감독의 연봉 차이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귀띔했다.
결론적으로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개 종목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감독은 SK 김성근 감독으로 추정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연봉이 5년 계약 4억 원, 총액 20억 원으로 김 감독(계약금 8억 원+3년 계약 연봉 4억 원=총액 20억 원)과 동일하지만 인센티브가 가장 후한 프로야구 특성을 고려할 때 김 감독이 최고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 역시 4억 원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K리그 관계자들은 “허 감독 연봉이 4억 원가량 된다 해도 축구 감독 연봉은 옵션 포함 가격이기 때문에 계약금 8억 원에 각종 지원을 받는 김성근 감독만큼은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고급 세단에 법인카드는 ‘덤’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네 종목 모두 감독들에게 연봉 외 차량, 비자금 성격의 활동비, 통신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각 종목별, 구단별로 지원되는 수준에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감독 능력에 따른 차별이라기보단 각 구단 관행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프로야구의 경우 SK 와이번스는 에쿠스, 두산 베어스는 혼다 어코드, 삼성 라이온즈는 체어맨을 감독에게 지원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SM7, LG 트윈스는 제네시스,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KIA타이거즈는 오피러스를 제공한다. 삼성 관계자는 “프로야구 감독에게 지원되는 자동차는 오피러스를 기준으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올해 부임한 류중일 감독도 오피러스와 체어맨 중에 검정색 체어맨을 골랐다”며 지원 경위를 밝혔다. 유류비와 통신 보조금은 실비 지원이 보통이고, 200만~300만 원 수준의 활동비가 현금으로 주어진다. 그 외 경비는 감독과 동행한 구단 관계자가 법인카드로 해결한다. 물론 감독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구단도 있다. 최대 1년에 3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프로축구, 농구, 배구는 모두 임원급 대우를 받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쿠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제네시스)을 제외하곤 그랜저TG급 자동차(K7, SM7 등)를 제공한다. 여자농구는 구단별로 특색 있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자농구를 금융권이 운영하다보니 묘한 경쟁구도가 생겨난다. 따라서 모 은행에 이기면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 탭을 준다든가 승리 수당을 더 챙겨주는 식의 인센티브가 있다”고 전했다. 프로배구의 경우 월 150만~200만 원의 활동비가 현금으로 주어진다.
많이 벌어도…카드값은 무섭더라
“감독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하지만, 정작 수중엔 돈이 없어. 매달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올 때마다 스트레스 왕창 받는다니까.”
연봉 3억 5000만 원을 받는 전주 KCC 허재 감독은 고소득군에 포함된 감독들의 연봉이 겉으로 보기엔 엄청난 액수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고 말한다.
“물론 회사에서 판공비를 받기도 하고 법인카드도 제공되지. 그러나 그건 정말 회사를 위해 써야 하는 돈이라고. 그 돈을 개인적인 일에 썼다간 큰일 나는 거지. 기자들과 식사를 해도 식사는 법인카드로 하지만, 2차로 술 마실 때는 내 돈을 낸다고. 그게 속 편하고 깔끔해. 뒷말도 안 생기고. 그러다보니 카드값이 날아올 때마다 기절 직전이라니까. 내 소원은 그저 카드만 정지 안 되고 썼으면 좋겠어.”
허 감독은 월급은 모두 아내 통장으로 들어가지만 그 돈을 다시 빼오는 건 자신의 몫이라면서 선수 때보다 감독 되고나서 지출이 더 늘었다고 한다.
2억 6000만 원을 받는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도 연봉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농구 한 감독은 법인카드 1년치를 한 달 만에 다 썼다고 하더라. 감독되고 나니까 은근히 돈 들어가는 데가 많다. 특히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있다보니 어딜 가나 나서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통장 관리를 하는 바람에 엄청난 액수의 카드명세서가 날아들었을 때는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메우기도 했다.”
한편, 모든 종목을 통틀어 ‘비공식적 통계’로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A 감독은 연봉 액수를 묻는 질문에 “내 연봉은 와이프도 정확히 모른다. 액수가 알려지면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