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이미 친윤세력 형성, 치맥회동으로 국면 전환…‘대체재’ 최재형이 최대 라이벌
#왜 마음 바꿨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7월 30일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처음부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축이 돼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초기 경선부터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고 맞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당적을 가진 신분만으로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힘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까지 (입당을) 끌어가는 것보다는 (지금) 입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성격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사시 9수를 하면서도 사적 모임을 끊지 않고 지인들의 경조사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가 전해져올 만큼, 그는 특정 목적지를 향해 빠른 지름길을 쫓아다니는 인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만큼 여러 준비를 거쳐야 하고 모르는 것은 배워야 하는데, 특정 정당에 바로 들어가 버리면 행로가 좁아지고 식견과 지식 역시 편협해진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각계 전문가 방문 및 현장 탐방 등 배움 행보를 이어온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계층과 지역으로 확장, 국민 소환 후보가 되겠다는 시도 역시 국민의힘 직행을 주저하게 만든 요소였다.
주변 사람들의 전술적 판단도 있었다. 국민의힘으로 조기에 들어간다면 터줏대감들로부터 강한 견제구가 날아들 수밖에 없고, 일찌감치 여러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많았다. 더욱이 10여 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경선 주자 난립 현상은 입당 후 윤 후보의 존재감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었다. 윤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면 여당 1등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에 빨리 들어가면 원톱 후보가 아닌 ‘여러 후보 중의 한 명’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윤 후보가 바란 최선의 시나리오는 국민의힘에서 최종 경선 승자가 나오고, 그 후보와 윤 후보가 결선 매치를 치러 보수야권 대통합 후보로 윤 후보가 등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는 예측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윤 후보 측 예상과 달리 윤 후보 지지율은 7월부터 박스권에 갇히기 시작했고, 일부 언론은 여론조사 기관의 수치를 인용하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까지 내렸다.
이에 윤 후보 측에서도 “뭔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7월 25일 ‘치맥회동’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날은 일부 당내 인사들이 당 밖의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과 관련, 이준석 대표가 “상도덕이 없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라”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며 윤 후보 측을 공개 비판한 날이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날 윤 후보가 만남을 적극적으로 원해 회동이 성사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제1야당 후보들보다 윤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정치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상품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신상품이 자꾸만 똑같은 품질, 비슷한 외형만 보여주면 고객이 싫증을 느낀다. 윤 후보가 입당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내보이며 이 대표를 만난 것은 국면 대전환 전술”이라고 했다.
#윤석열 사단 세력화?
검사 재직 시절 윤석열 후보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이 이뤄지면 기꺼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꺼내는 등 호탕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검사로서 잘나갔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기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관련 항명으로 한직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상황 변화 속에서도 그에 대한 검찰 내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검사로서 잘나갈 때나 못 나갈 때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여전히 지갑을 꺼내 신용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좌천 인사를 당해 대구고검에 와있던 그를 기억하는 한 검찰 관계자는 “자신과 전혀 관련도 없는 대구지검 사건을 얘기하며 ‘열심히 수사해야 한다’는 격려를 내놨고 수사팀을 격려하면서 자기 돈으로 식사비도 냈다. 이후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을 듣게 됐는데 이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입당을 결심한 것도 정당 내에 윤석열 세력화를 조기에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현역 의원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다. 정진석 권성동 이양수 유상범 의원 등을 선두로 이른바 ‘친윤’ 계파가 벌써 만들어졌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 관측이다.
7월 27일 윤석열 후보의 부산 방문 때는 오찬 장소에 장제원 김희곤 안병길 의원이 동석, 부산·경남에도 ‘친윤’ 세력이 형성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부산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연고지로 평가받는 곳이고, 실제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 선언 후 첫 방문지로 선택한 장소다. 그런데도 윤 후보 부산 방문길에 적잖은 현역 의원이 동행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데, 이번에 윤 후보와 동석해 정치권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이뤄야 할 국민의힘은 도전자다. 도전자는 거칠고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호전적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데, 윤 후보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정치 상품”이라며 “친윤 계파가 만들어지고 그의 캠프에 요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편하고 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사람이 그에게로 모여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사단의 병참 기지도 튼튼해지고 있다. 윤 후보 캠프는 후원계좌를 연 바로 당일인 7월 26일 한도액인 25억 6545만 원을 모두 채웠다. 여야 통틀어 최단기간 내 최다 모금 기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짜고 있다. 예상보다 일정을 늦춰 8월 30∼31일쯤 경선후보 접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선 1차 컷오프에 100% 일반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한 것도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외부 영입인사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재형이 최대 강적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후보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는 역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대선 길목에서 대세론을 형성하던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이 네거티브 공격인데, 최 후보는 여기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최 후보는 네거티브 공격을 받고 있는 윤 후보의 대세론을 언제든 뒤집기할 수 있는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더욱이 최재형 후보는 현 집권세력에 대항했고, 정치권의 신상품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와 똑같은 유형의 정치인이다. 이에 윤 후보의 안성맞춤 대체재로 거론된다.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대안론이 급부상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세가 최 후보로 고스란히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형 후보도 6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 정치권 첫 출발이 좋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 후보는 ‘따라하기’가 아니라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점수를 땄다. 사퇴-정치권 진입-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절차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속전속결로 해내면서, 빙빙 둘러 달리고 있는 윤 후보와는 차별성을 띠었다.
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도 ‘마의 수치’라는 10%까지 치고 올라왔다. 특히 쿠키뉴스가 의뢰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7월 2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 후보는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를 보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격돌에서는 오차범위 내 차이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업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선두주자 이재명 지사를 집중적으로 때리면서 자신의 최대 약점인 낮은 인지도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최 후보는 7월 27일 “문 대통령이 지지율 방어에만 관심이 있고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게 기본”이라고 자신을 감사원장으로 지명해준 문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최 후보가 예정대로 8월 4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컨벤션 효과에 따라 지지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간판 정책인 탈원전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지적했던 경력을 내세워 관련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산한다면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원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 후보가 윤 후보의 훌륭한 페이스메이커는 될 수 있지만 선두로 치고 나가기는 어렵다는 게 아직까지 국민의힘 내부 중론이다. 사생결단으로 맞붙어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보수야권 입장에서는 지혜롭고 점잖은 이미지인 최재형 후보보다는 근육질의 상남자 스타일인 윤석열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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