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M사업부 물적분할 유력…고용불안 직원들 노조 설립 추진 ‘뒤숭숭’
#날카로워진 공정위의 칼날…엄격해지는 규제
8월 6일 S&I코퍼는 건설사업부와 시설관리사업부(FM)를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외부 지분투자 유치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I코퍼는 내부거래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S&I코퍼 전체 매출(1조 7045억 원) 중 68%(1조 1707억 원)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건설사업부(1조 160억 원)와 FM(6268억 원)은 전체 매출의 96%를 차지한다. 사업부 분할과 투자 유치 등이 진행될 경우, 모회사 (주)LG는 매출이 가장 낮은 레저사업부(곤지암CC·곤지암리조트)만 자회사로 두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S&I코퍼가 청소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에 10년 이상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지수아이앤씨 2019년 전체 매출액(1347억 원) 중 절반 이상(694억 원)이 LG그룹에서 나왔다. 문제는 지수아이앤씨가 2009년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딸이자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5억 원을 출자해 지분 100%로 설립됐다는 점이다.
결국 고모들은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S&I코퍼를 조사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인 셈이다. 최근 급식 물량을 손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는 이유로 과징금 총 2349억 원을 부과받은 삼성의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이 ‘상장사 30%·비상장사 20%’에서 일괄 20%로 변경된다. 또 이들 기업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된다. LG그룹은 규제 대상 기업이 0개에서 (주)LG(총수일가 지분율 28.94%)를 포함해 4개로 늘어난다. 나머지는 (주)LG 100% 자회사인 S&I코퍼,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등이다. 지난 3월 LG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그간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그룹 분할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해결해왔다. 지난해 11월 (주)LG는 이사회를 열고 ‘LG신설지주(현 LX홀딩스)’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와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70% 이상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판토스는 LX그룹에 편입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했다. (주)LG가 지분 50%를 보유한 MMA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 LG CNS 지분(35%) 매각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주)LG는 LG CNS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췄다.
#매각설에 일부 직원들은 노조 설립 논의
S&I코퍼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일부 직원들은 고용불안까지 호소하고 있다. 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이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직원이 실명으로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노조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I코퍼 한 직원은 “벌써 직원들은 매각돼서 임금 축소되기 전에 중간퇴직금을 받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안정성, 처우 개선 등을 위해서 노조 설립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9년 S&I코퍼(옛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매각한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9월 LG그룹은 서브원의 MRO 사업부 분할과 외부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MRO 사업부를 물적분할 하기로 결정했고, 12월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9년 2월 LG그룹은 MRO 신설법인의 지분 60.1%를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이규호 서브원 사장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 등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하에서 사업적인 어려움은 물론 MRO 사업부 성장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이에 회사는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여갈 수 있도록 MRO 사업분할 및 외부 지분 투자 유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S&I코퍼가 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LG그룹 계열사 일감 없이 경쟁력을 지닐지 의문인데, 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다.
실제 지난해 S&I코퍼 매출은 전년보다(2조 4007억 원) 29%나 줄었다. 폴란드와 중국에서 짓는 LG화학 배터리 생산기지 공사가 마무리된 것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실적 반등을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의 신규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FM 실적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S&I코퍼는 현재 매각설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사업부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I코퍼 관계자는 “매각설은 사실무근이고 모든 계획에서 구성원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2021년도 시공능력평가 결과, 광공업용 건물업종에서 삼성물산에 이어 S&I코퍼가 2위를 차지했다. FM도 그랑서울빌딩,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등 외부 물량을 수주하고 있는 등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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