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서류 찾는 비용” 지인 말 믿고 4000만원 입금 그러나…또 다른 피해자 존재 가능성도
최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을 두고 땅 사기를 당했다는 박 아무개 씨가 한 말이다. 7월 박 씨는 사기 혐의로 전 아무개 씨와 최 아무개 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은 친한 지인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 박 씨에게 지인인 이 아무개 씨가 찾아왔다. 이 씨는 박 씨에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소재의 필지 주소가 적힌 사진을 보여줬다. 이 씨는 “이 땅 주인 임 아무개 씨가 사망했고 임 씨는 가족도 자녀도 없어 상속받을 사람이 없다. 그런데 현재 몽골에 유일한 상속자인 동생이 생존해 있다. 다만 동생 임 씨가 연로한 데다 북한 출생에 몽골 거주 상태라 한국에 거주 중인 A 씨에게 자가 토지 상속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씨의 설명은 계속됐다. 이 씨는 “A 씨는 돈이 없어 사채업자를 통해 비용을 빌려 몽골 대사관 통해 서류 준비 등 작업을 했으나 이 돈을 갚지 못해 어려운 상태다. 사채업자들이 상속받기 위해 꼭 필요한 서류들을 갖고 있어 상속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사채업자에게 급한 돈만 갚아주면 서류를 받아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씨는 “서류 찾아오는 비용 5000만 원을 융통해주면 오전에 돈을 보내고 서류를 받아 일을 진행하고 곧바로 1억 원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박 씨도 처음에 다소 황당한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박 씨는 “처음엔 못 믿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씨가 친한 지인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5월 10일 박 씨는 제2금융권을 통해 5000만 원을 대출받는다. 그런데 입금하기로 한 날 당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박 씨는 다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 씨의 말도 바뀌어 애초 5000만 원이 아닌 4000만 원으로 입금 금액이 바뀌었다. 그날 오후가 돼서야 입금을 해달라는 말이 있자 박 씨도 ‘일이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입금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피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최 씨가 등장했다.
그때 이 씨 등과 같이 일을 본다는 최 씨가 박 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최 씨는 “5월 11일 오전에 일이 처리되고 오후에 돈이 입금될 것이다. 겨우 단 하루다. 나를 믿고 입금해달라. 일이 잘못되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며 “내일이라도 돈을 돌려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씨는 5월 10일 오후 6시 옆에 있는 최 씨를 믿고 4000만 원을 전 아무개 씨 계좌로 입금했다.
다음날이 됐지만 일은 어떤 진척도 없었다. 박 씨는 “내가 속은 것 같다”며 최 씨에게 “당신도 속은 것 같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 계좌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돈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최 씨는 “경찰에 신고해서 통장을 막으면 일이 진척이 안 된다. 이틀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소식은 없었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얘기로 최 씨는 박 씨에게 경찰 신고만큼은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참다못한 박 씨는 돈을 입금했던 계좌 주인 전 씨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전 씨는 박 씨에게 받은 돈을 ‘경비 처리 비용과 소개 비용 등으로 썼다’고 말했다. 기존에 다른 인물들과 나눴던 ‘사채업자에게 서류를 찾아오는 금액’이라는 말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만 박 씨는 “전 씨를 만났을 당시 전 씨가 책 몇 권에 해당하는 임 씨 자매 서류와 위임을 받았다는 A 씨 관련 서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당시 서류를 봤던 기억으로는 나 하나만을 타깃으로 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수천만 원대 사기를 위한 작업치고는 서류가 과다해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씨는 이후 실제 해당 토지가 상속됐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등기소에 문의해 봤다. 지난 6월 등기소 측은 ‘피상속인과 몽골에 거주하는 임 씨와 친족 관계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상속이 각하됐다는 결과를 받게 됐다. 7월 초를 마지막으로 박 씨는 전 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7월 박 씨는 이들을 상대로 인천 소재 경찰서에 고소했다. 박 씨에 따르면 경찰이 이들 계좌 명세를 확인해 본 결과 박 씨가 전 씨에게 송금한 금액은 생활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박 씨는 “난 이 씨가 상속 서류를 찾는 비용이라고 한 말을 믿고 돈을 입금시켰을 뿐이다. 전 씨 생활비와 그 일행 경비로 쓰일 거라면 대출까지 받아 이자까지 감당하면서 돈을 건네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그동안 전 씨, 이 씨 등과 통화했던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일요신문은 전 씨 등 사건 관계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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