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왼쪽)과 유재석. |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1일 방통위에 제출된 종편 채널 사용사업 승인 신청사들의 사업계획서에는 대략적인 종편 채널들의 나아갈 길이 들어 있다. 가장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조선TV였다. 조선TV가 내세운 킬러 콘텐츠는 드라마였다. 이를 위해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한반도>와 김수현 작가의 36부작 개국 특집 홈드라마 등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에 합창단 지휘자로 참여해 화제가 된 박칼린을 내세운 토크쇼 <박칼린의 헤라>를 비롯해 퀴즈 프로그램 <백만대군 퀴즈7>, 아시아 7개국 공동 스타발굴 프로그램 <슈퍼 아시아인>, 토론 프로그램 <시사배틀 진보의 눈, 보수의 눈>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 기획까지 발표했다.
가장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종편 사업자인 jTBC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방송’을 기치로 내걸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부각시켰다. 타임워너에서 1000만 달러, TV아사히에서 13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jTBC는 영국의 BBC, 미국의 폭스TV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방송사와 콘텐츠 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BBC의 <화성에서 생긴 일>, 폭스TV의 <사이퍼> 등을 공동 제작할 계획까지 밝혔다. jTBC의 킬러 콘텐츠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이다.
채널A와 매일방송 MBN은 외주제작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채널A는 기획 중심 개방형 방송사를 모토로 내걸었는데 이를 위해 이미 외주제작사 77곳과 MOU를 채결해 놓은 상황이다. 이 두 채널은 보도에 가장 중점을 둘 전망이다. 채널A의 경우 보도 프로그램만 자체 제작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주 제작할 예정이며 매일방송 MBN은 기존 케이블 보도채널 MBN의 특성을 확대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인력 수급과 외주제작사 관리다. 지상파 방송사 네 곳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방송계에 종편 채널 네 곳이 가세하면서 방송 인력과 외주제작사가 현저히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방송가에는 종편 열풍이 강하게 몰아쳤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종편 세 곳으로부터 30억 원을 베팅 받으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는 소문을 필두로 설들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 예상대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곳은 jTBC였다. 예능 스타 PD 출신인 jTBC 주철환 방송제작본부장은 “킬러 콘텐츠는 예능”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만큼 스타급 예능 PD 영입에도 가장 공격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MBC에서 여운혁 PD를 비롯해 임정아, 성치경 PD 등을, 또 KBS에선 김시규, 김석윤, 조승욱 PD 등을 연이어 영입했다. <황금어장>과 <무한도전> CP 등을 지낸 여운혁 PD는 방송가에서 몇 안 되는 유재석과 강호동을 움직일 수 있는 PD로 알려져 있다. 결국 여운혁 PD의 영입이 강호동과 유재석의 종편행과 맞물릴 수도 있다는 것.
jTBC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반해 다른 종편 채널들은 맞불을 놓진 않았다. 조선TV의 경우 드라마를 킬러 콘텐츠로 잡고 있으며 채널A와 매일방송 MBN은 예능 프로그램을 대부분 외주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jTBC의 독주를 막아선 곳은 케이블 채널 tvN, Mnet 등을 거느린 CJ E&M이었다. KBS에서 이명한, 이동희, 김석현 PD 등을, MBC에선 권익준 PD를 영입한 것. 이명한 이동희 PD는 ‘1박 2일’ ‘남자의 자격’의 <해피선데이> 전성기를 이끈 PD들이고 김석현 PD는 <개그콘서트> 등 공개 개그 프로그램, 권익준 PD는 하이킥 시리즈 등 시트콤 전문가다. ‘1박 2일’ 출신 신효정 PD도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남자의 자격’을 이끌고 있는 신원호 PD의 CJ E&M 행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 그대로 ‘CJ E&M의 역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
CJ E&M은 tvN과 M.net 등의 채널을 바탕으로 예능 전문 케이블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해 왔다. CJ E&M은 종편 채널처럼 의무전송 채널이 아닌 케이블 방송이지만 이미 케이블계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예능을 킬러 콘텐츠로 내건 jTBC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스타 PD 영입 경쟁에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한 jTBC와 CJ E&M의 진정한 승부처는 강호동 유재석 등 스타급 MC 영입전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드라마 시장에선 드라마를 킬러콘텐츠로 내건 조선TV가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들어 이런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조선TV가 종편 채널 사용사업 승인 과정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36부작 개국 특집 홈드라마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한반도>를 방영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렇지만 올해 초 SBS는 드라마 <한반도>를 하반기에 방영한다고 밝혔다. 조선TV의 드라마 청사진이 초반부터 삐걱거린 것.
최근 법정 소송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한반도>는 드라마 외주제작사 래몽래인이 제작하는데 조선TV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상당수를 제작한 삼화 프로덕션과 래몽래인 등 다수의 드라마 외주제작사와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래몽래인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한반도>가 조선TV에서 방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결국 <한반도>는 SBS에 편성됐다.
최근 들어 방송가에선 김수현 작가 역시 조선TV가 아닌 채널A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채널A가 사상 최고가의 집필료를 제기하며 김수현 작가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 아직 채널A와 김수현 작가 측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삼화프로덕션과 조선일보사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조선TV에서 방영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4월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이 폐암으로 타계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린 고 신 회장은 김수현 작가와 각별한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 사이였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드라마는 김종학 PD가 연출하고 김희선, 이필립, 김승수, 박상원, 최민수, 이민영 등이 출연하는 <신의>다. 고려시대 의관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한의학 드라마 <신의>는 300억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으로 현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MBC와 편성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항간에선 김종학 PD 측이 jTBC 측과 잦은 접촉을 갖고 있다며 jTBC에서 방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프터스쿨 유이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버디버디>를 비롯해 사전제작을 해 놓고도 지상파에서 편성을 받지 못한 창고 드라마 네 편도 종편을 통해 방영될 가능성이 크다. 창고 드라마를 제작한 외주제작사들이 종편과의 협상을 통해 창고 드라마를 편성해주면 제작 예정 기대 드라마를 제공하는 패키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묻지마 투자’ 그러다 탈 날라
그러나 향후 방송계에서 지상파 못지않을 영향력을 행사할 종편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톱2의 종편 예능 출연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종편에서 유재석 강호동과 친분이 두터운 PD들을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의 출연료에 대해 한 종편 관계자는 “두 MC 모두 돈이 아쉽지는 않은 부류라 무조건 개런티를 올리기보다는 제작진과 친분, 제작 환경 개선 등을 내세울 계획”이라며 “그렇지만 이들의 상징성도 고려해야 해 출연료는 현재 지상파에서 받는 수준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 귀띔했다.
이들의 개런티는 타 MC들의 몸값을 재는 바로미터가 된다. 두 사람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신동엽 남희석 탁재훈 등 A급 MC 개런티 역시 천정부지로 솟을 가능성이 있다.
작가들의 몸값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종편의 등장과 함께 드라마 편수도 늘기 때문에 좋은 작가를 ‘입도선매’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인> <주몽> 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는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회당 3800만 원에 계약했다. 50부작임을 감안하면 총 집필료는 19억에 이른다.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수현 문영남 작가의 경우 회당 5000만 원을 상회한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종편 시대를 앞두고 유명 작가의 몸값이 회당 500만~1000만 원 정도 올랐다. 예능 작가도 드라마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몸값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스타들의 개런티의 상승폭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스타가 시청률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개국 초반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현재 회당 5000만 원 안팎의 개런티를 받는 스타들이 회당 억대 개런티를 받는 것도 초읽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주연급 배우의 몸값 상승은 조연 배우들의 개런티도 끌어올린다. 제작 환경은 바뀐 것이 없는데 인건비만 오르는 셈이다. 손해를 줄이기 위해 향후 드라마에는 간접광고나 PPL이 판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거품이 빠진 다음이다. 엄청난 비용을 치르며 만든 작품 가운데에는 졸작과 실패작도 있을 수밖에 없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손해는 막대하지만 이미 개런티를 챙긴 스타와 작가 등의 눈높이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빤히 보이는 시나리오지만 현재 상황에서 피해갈 방법은 없다. 지금은 스타를 잡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늪인 줄 알면서 걸어 들어가려니 씁쓸하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화려한 외출’ 때 무르익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송가에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지만 이미 은퇴한 ‘심은하의 귀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은퇴한 심은하의 컴백설은 지난 10년 동안 수백 번 이상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었다. 따라서 심은하의 컴백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럼에도 최근 이런 분위기가 다시 조성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연예계 컴백이 가능한 시점이 됐다. 두 아이의 엄마인 심은하는 여섯 살과 다섯 살 연년생 딸을 두고 있다. 두 딸 모두 어느 정도 성장해 심은하의 연예계 컴백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것. 정치적인 이유도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 남편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측면 지원 차원에서 연예계로 컴백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지 전 대변인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선 거대 언론사 조ㆍ중ㆍ동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ㆍ중ㆍ동의 컴백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관측은 역시 아직까진 설에 불과하다. 심은하 지인들은 하나같이 결정적으로 심은하 본인이 컴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은하와 가까운 한 영화관계자는 “행여 컴백이 이뤄진다 해도 지 전 대변인 부인 자격으로 종편 채널의 개국 파티에 참석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한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