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음식’ 0%대 시청률, ‘맛남의 광장’ 폐지 수순…트렌드 변화 따라 같은 포맷 쇠퇴 기로
#백종원표 예능 예전만 못하다?
백종원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TV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후 6년간 각종 먹방을 섭렵했고,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거머쥐며 ‘치트키’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최근에는 거의 일주일 내내 백종원을 만날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KBS 2TV ‘백종원 클라쓰’가 방송되고 수·목에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이 기다린다. 금요일에는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이 시청자들을 맞이한다. OTT인 티빙에서는 4월 ‘백종원의 사계’를 선보였고 넷플릭스는 하반기 중 ‘백스피릿’을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면, 시청자들이 원하면 매일 그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7월 2일 첫 방송된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8월 13일 방송 분량이 전국 시청률 0.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0%대 시청률’이 내포하는 의미는 꽤 무겁다. 일주일 먼저 시작된 ‘백종원 클라쓰’ 역시 6월 28일 방송된 1회 시청률 4.6%가 최고 성적이다. 이후 3%대를 전전하고 있다. 백종원에 대한 기대치로 첫 회를 지켜봤으나 만족감이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식상한 포맷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기간 방송되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도 흔들린다. 수요일 최강자였던 MBC ‘라디오스타’의 인기를 넘어섰던 ‘골목식당’의 시청률은 전성기 시절 6∼7%에서 현재는 3∼4%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맛남의 광장’은 최근 마지막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결국 ‘새로운 것이 없다’는 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백종원이 글로벌 푸드를 소개하는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그가 출연했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나 같은 JTBC에서 기획했던 ‘양식의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현지를 찾아가 다양한 화면을 보여줬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와 비교하면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백종원 클라쓰’는 또 어떤가. 그가 외국인들에게 한식 요리 방법을 전파하는 포맷은 MBC ‘백파더’에서 비대면으로 소위 ‘요린이’(요리+어린이)들에게 요리법을 알려주는 포맷과 다름없다. 다만 대상이 한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각 방송사들이 백종원을 ‘소모적으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목식당’은 여러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성공시킨 백종원의 노하우를 살린 기획이었고, ‘맛남의 광장’은 그가 로컬푸드를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등 진가를 발휘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다른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백종원은 연말마다 연예대상 후보로 손꼽힐 정도로 실적이 뚜렷했다. 하지만 트렌드가 쉽게 바뀌는 방송가에서 ‘백종원 코인’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변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백종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백종원은 변하지 않았다. 원래 변덕이 심한 시청자들의 입맛이 달라졌을 뿐이다. 더 냉정히 말하자면, 뻔한 포맷을 들고 찾아가는 제작진과 그 뻔한 포맷 속으로 들어가는 백종원의 선택이 슬기롭지 못한 탓이다.
더 큰 틀에서 보자면, 먹방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먹방은 지난 10년 가까이 예능가의 주요 키워드였다. 여전히 유튜브에서는 먹방 유튜버들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니, 먹방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하는 ‘기성 아이템’이 됐다.
2015년부터 6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iHQ ‘맛있는 녀석들’은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등 몸무게 합이 500kg 넘는 먹성 좋은 네 멤버의 거침없는 흡입과 더불어 ‘진짜 먹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반응 속에서 주요 멤버인 김준현이 하차했다. 물론 먹방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김준현이 하차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김준현의 이탈은 먹방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맛있는 녀석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각 방송사는 먹방 혹은 쿡방의 비중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트렌드 변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로 대변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거쳐, 육아 방송, 부부 예능 등 한 시기를 풍미한 예능 아이템들이 점차 인기를 잃어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먹방 역시 이미 전성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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