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보은 인사” vs 황 후보자 “이낙연 정치적 생명 끊겠다”…이재명에 리스크로 작용 가능성
8월 13일 황교익 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낙연 캠프가 즉시 논평에 나섰다. 이낙연 캠프 김효은 대변인은 “전문성을 무시한 사적 임용”이라며 “관광 마케팅 개발의 전문성과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맛 칼럼니스트로 출연했던 방송에서도 부적절한 발언과 부족한 식견, 문화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자주 드러냈으며 정치적으로도 이 지사에 대한 옹호 행보를 해왔다”라면서 “무자격자에 대한 채용비리성 보은인사, 이제라도 그만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14일 같은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도 “2017년 경기관광공사 공고에는 고위 공무원, 박사 학위, 관련 분야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요구했지만 2021년 공고에는 경력 사항은 삭제되고 채용 조건에 ‘대외적 교섭 능력이 탁월하신 분’으로 두루뭉술하게 변경됐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황 씨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 조건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인 셈이다.
그러자 이재명 캠프에서 황 씨를 두둔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 반 이상은 먹는 즐거움이 아닌가요.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황 씨를 지원하는 글을 올렸고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황교익 씨는 관광과 홍보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했다.
방송인 김어준도 황 씨를 거들었다. 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서 “황 씨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다”라며 보은인사 주장을 일축했다. “황 씨가 몇 년간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이었다. 지역 관광과 음식, 영화를 결합한 것인데 이게 대박이 났다. 그때 부산시장이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황 씨를) 서병수의 보은인사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고 했다. 황 씨는 2017년부터 매주 금요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며 김 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교익 씨도 1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류와 면접 심사 등 경기관광공사 사장 채용 과정에 정당하게 응시해 후보자로 내정됐다”며 “이것은 한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고 밝히며 자진사퇴 요구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재명 캠프도 17일 ‘황교익 내정자 관련 팩트정리’를 통해 황 씨를 거들었다. 캠프는 모든 절차가 원칙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논평했다. 채용을 위한 응모 자격 변경도 2018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열린채용에 의한 것이며,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특정 분야 전문성만이 아닌 인문학적, 지리적 소양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과 대변인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적어도 17일까지는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캠프 내에서 우세했다.
하지만 황 씨의 18일 페이스북 게시물이 상황을 격랑으로 몰아넣었다. 황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죽이자고 덤비는 이낙연의 공격에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낙연의 네거티브에 걸려든다는 걱정이 있는 줄 압니다만, 저는 정치 따위 모르겠고, 저의 인격과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이낙연 후보를 조준하고 나섰다.
그는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저는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습니다. 제 공격이 이낙연에게 큰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저는 저를 죽이겠다는 공격에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더라도 당당히 지겠습니다. 그러니 물러나라는 소리는 제게 하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는 과격한 발언이 나오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박용진 후보가 입장을 냈다. 박용진 후보는 18일 “황교익 씨의 내정과 측근 인사, 낙하산 인사 등에 달리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그런 상식 밖의 일을 벌였으리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을 뗀 후 “하지만 오늘 이후 황 씨가 보여준 발언과 이로 인한 논란은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 우리 당의 당대표를 지내고 현재 대통령 경선 후보인 이낙연 후보에 대해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등의 섬뜩한 표현을 사용하며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 날 “황교익 씨는 스스로 어떤 사유와 계기로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했는지 그것이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경기도의 권유였는지, 권유였다면 누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제안했는지를 밝히면 될 일”이라면서 “인간 아닌 짐승, 정치적 생명 끊는 데 집중 등의 막말 대응은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를 욕보이는 일입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민주 진영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몇 차례 이 지사를 편드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던 송영길 대표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송 대표는 “황교익 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논란 과정을 통해 다 상식에 맞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황교익 씨 내정 소식에 민심도 출렁였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는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취소하기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18일 기준 7000명이 넘는 추천 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청원에는 황 씨가 “본인이 비판한 화학조미료를 쓰는 음식의 광고에 출연하거나 인터넷상에서 온갖 인물과 주제를 향해 근거 없는 비난을 던지는 등 그 처신에 문제를 보였고,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실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정가에서는 인지도만큼이나 비호감도도 높은 이미지의 황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인사는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행동대장 역으로 영입한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내놨다.
18일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에게 황 후보자 발언이 이재명 캠프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는지 묻자 “(해당 발언은 캠프와) 교감 없었다”는 답을 내놨다. 캠프 내에서 청문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한지에 대해서 묻자 “캠프 차원의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이재명 캠프의 판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권 도전을 위해 여러 계파와 함께하다 보니 각 세력 간 주도권 다툼으로 지난 예비 경선부터 이재명답지 않은 대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것. 예비경선 초기 상대 후보들의 노골적인 네거티브에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않은 것과 본 경선을 치르며 드러난 위기 대처 방식을 두고 후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불거졌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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