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느질과 염색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박정우 작가. |
염색화가 박정우(50)의 갤러리는 충북 제천 청풍호반에 숨은 듯 앉아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청풍호 나루터를 향해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보면 전망 좋은 호숫가 한 자리를 차지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박정우 염색갤러리다.
박정우는 우리나라에 몇 없는 염색화가다. 염색에는 날염, 침염, 그림염, 홀치기염 등의 기법이 있다. 도구를 이용해 도장 찍듯 색깔을 입히는 것을 날염, 염료에 천을 담가서 물들이는 것을 침염, 그림을 그리듯 염색하는 것을 그림염, 실로 묶은 후 적셔서 무늬를 만드는 것을 홀치기염이라고 한다. 이런 기법들이 염색화의 기본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 기법만으로는 보다 정밀한 그림을 그려낼 수가 없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염색화가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이용하곤 하는데, 박정우는 파라핀염 기법의 대가다.
파라핀은 양초의 원료다. 박정우는 백지와 다름없는 천을 캔버스에 고정시킨 후 파라핀을 물감 삼아서 밑그림을 그린다. 천에 입혀진 파라핀은 염색을 하더라도 번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파라핀을 제거할 때에는 신문지 사이에 천을 놓고 다림질을 한다. 그림은 찜통에 넣고 찌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천에 남아 있던 파라핀이 완벽히 제거되고 염료가 천에 고착된다. 하지만 파라핀염 기법이 박정우의 전부는 아니다. 바느질을 동원해 그림에 입체감을 더하는 등 얽매임이 없다.
박정우의 염색화는 블루 계통이 압도적이다. 파스텔톤의 블루는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고 환상적이다. 염색화 자체가 색번짐을 이용한 것이기에 그 그림들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그림에는 또한 꽃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갤러리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작업실과 카페, 2층은 전시장과 판매장이다. 1층의 카페는 사실 이름만 그렇다. 차 메뉴가 다양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중을 드는 것도 아니다. 아무나 1000원을 내고 커피를 타서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을 뿐이다. 이 셀프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보면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호기심에 쳐다보고 있노라면 염색화에 대해 친절히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 설명을 듣고 나면 2층 갤러리의 작품들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이해된다. 갤러리와 함께 2층에 있는 판매장에는 작가가 만든 생활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스카프, 보자기, 모자 등이 있다. 그림을 그려 넣은 것도 있고, 그냥 물만 들인 것들도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박정우갤러리(http://blog.naver.com/dyeart) 011-734-4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