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 엄격한 방역 조치 비합리적…금리 인상 불가피하더라도 타이밍 아쉬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영업자들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영업시간·모임인원 제한과 더불어 금리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 정책을 바라보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겐 여야가 없다. 다른 당 의원이 내놓은 자영업 정책에도 깊은 관심을 갖는다. 일요신문은 9월 1일 국회에서 정치권 ‘자영업 대변인’으로 불리는 최 의원을 만나, 그의 ‘자영업 담론’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인해 ‘K-자영업’이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국민 골목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많은 자영업자가 대책 없이 폐업하고 무너지는 형국이다. 그들의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폐업으로 자신의 사업체가 완전히 몰락해 극빈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영업시간 축소와 모임 인원 제한이 최근 들어 더 엄격해진 점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자영업자 행정 조치가 지금처럼 엄격해질 것이라곤 자영업자들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시민들의 이동 제한과 모임 제한에 대해 자영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협조를 구하고 행정조치를 했다. 외국계 프랜차이즈나 백화점 등 다른 곳보다 유난히 자영업자들에게 행정 조치를 집중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문제가 있다. 행정조치 이면에 과학적인 데이터나 타당한 근거에 따른 합리적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조치들은 ‘합리성’ 혹은 ‘공정성’과 거리가 있다. 아는 사람끼리 모일 때만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야간에 모이면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아니지 않나. 대기업 중심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자는 약자다. 육성을 해야 하고 보호를 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취약계층이 행정 조치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이 돼 버렸다. 이제 자영업자들은 생업과 폐업의 경계에서 최대한 버텨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8월 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자영업자들에겐 악재 아닌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금리 인상은 경제의 한 부분만 집어서 분석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였다.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 등에 돈이 몰렸다.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됐다. 금리 인상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자영업자 현금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타이밍에 있어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 있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빚의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셈이다. 돌 하나만 더 던지면 무너지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이 이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방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특별한 행정조치를 선행한 뒤 금리를 올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과거 대기업이 코너에 몰렸을 때와 비교해보면 공정성에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어떤 부분이 공정하지 않은가.
“과거 IMF 사태 때를 돌아보면 수많은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것은 국민이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쳐 대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줬다. 그 국민들 중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보면 이 분들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자영업자에 대한 금리 동결 혹은 부채 탕감 같은 소생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된다면 자영업자들은 한순간에 사회적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전 조치가 없는 점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자영업 삼중고’ 중 마지막 요소로 꼽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사실 지난 대선을 보면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최저임금은 지금까지 국민들 인식 속에서 '최저 생계비'라는 인상이 강했다. 임금 인상 역시 필연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현 정부의 문제는 임기 초반 최저임금을 급속도로 상승시킨 것이다. 임기 초반 2년 동안 최저임금 상승률이 30% 정도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들의 고용 여력이 줄어든다.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취약 근로자'들의 취업 여건도 타격을 입게 된다. 자영업자나 근로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잃어버린 셈이다. 경제 생태계 전반에 걸쳐 역동성이 줄어드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에 이어 꾸준한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자영업자들의 무덤을 파서 그 안으로 떠민 상황으로도 비칠 수 있다.”
―최승재 의원 역시 자영업자 출신이다. 만약 지금 같은 시기에 자영업을 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죽겠다. 못살겠다.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란 심정으로 거리로 나갈 마음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단계에서 자영업자분들을 바라보면, 정말 존경심이 저절로 생긴다. 그분들의 사회적 책임감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사회적 책임감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게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다. 재난지원금, 손실보상금도 그들에겐 힘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 행정조치는 자영업자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상당히 상실감이 드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소상공인협회장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서 활동한 뒤 느껴지는 ‘현실의 벽’이 있나.
“현장의 정서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나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가 정치권 입맛에 맞게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국엔 320만 개 업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업소들에서 직접 고용한 인력 수는 700만 명 정도다. 한국 노동 인구 35% 정도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국 경제 중추를 이루는 자영업 계층에 필요한 것은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돈이 아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드리려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그대로 스며들어야 한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부끄럽다.”
―이제 곧 추석이다.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선 국회에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송구스럽다. 이번 추석은 작년보다 좀 나아졌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집권을 해야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절대적인 가치를 잊지 않겠다.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누가 정치를 하든 아무 의미가 없다. 자영업자 분들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먹먹하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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