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선관위장 ‘룰 수정’ 시사 논란 확산…윤석열 측 “지지자 열망 수용” vs 홍준표 “특정 후보 편들기”
당 경선준비위원회는 1차 컷오프에서 ‘국민 여론조사 100%’, 2차 컷오프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 최종 후보 선출은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 기준을 정했다. 여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은 넣지 않았다. 그런데 정홍원 위원장이 경선룰 원점 재검토 뜻을 밝히자 일부 후보의 반발이 시작됐다.
당 선관위는 9월 1일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경선룰에 대한 공식의견을 수렴했다. 캠프 간 갈등을 고려, 역선택 방지 찬반 그룹으로 나눠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최재형 황교안 후보 등 3개 캠프는 찬성, 그 외 홍준표 유승민 후보 등 8개 캠프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원희룡 후보의 경우 선관위 결정에 따르겠다며 불참했다.
정홍원 위원장은 9월 3일 선관위 회의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두고 선관위원 사이에서 반대 6표, 찬성 0표, 중재안 6표로 의견이 양분되자, 5일 다시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박찬주 경선 후보는 9월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했던 경준위 원안을 즉각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선관위가 경준위의 원안을 뒤집고 역선택 방지 조항을 강행하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공정경선 서약식’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석열 후보와 함께 역선택 방지 조항에 찬성 의견을 보이던 최재형 황교안 후보는 입장을 선회했다. 최 후보는 자신의 SNS에 “(경준위에서) 정해진 룰을 (선관위가) 바꾸는 것이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정홍원 위원장은 9월 5일 이준석 대표에게 선관위원장직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8월 26일 선관위원장에 임명된 지 열흘 만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지지 정당을 묻는 방식 대신 정권교체 찬반을 물어 걸러 내는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조사와 적용하지 않은 조사의 결과를 합산하는 방법과 1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만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하지만 절충안을 두고도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선관위 측은 중재안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선룰에 따라 후보 간 당락이 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 선관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선관위가 경준위의 경선룰 재검토 뜻을 보이면서 경준위 활동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경준위는 당헌·당규에도 없는 기구였다. 그런데 민주당이 대선 경선을 먼저 시작해, 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최고위원회에서 특별기구로 승인해 만든 거다. 당초 목적은 경선 일정과 경선룰 준비 및 내부 주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벤트나 정책 토론회를 여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경준위가 월권을 해 토론회를 열려고 하다가 비판을 받아 결국 무산됐다. 이제 경선룰까지 손보겠다고 하면, 경준위는 경선 일정 확정한 것 말고 무엇을 한 것이냐. 그냥 선관위에서 다 만들고 확정했으면 됐다. 지도부가 경준위를 구성해서 논란만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은 이준석 대표 책임론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준석 대표는 역선택 방지 조항 논란 속에 선관위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9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적 논쟁을 막기 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 경준위는 3차에 걸친 경선, 여론조사-당원투표 반영 비율 등을 포함한 경선계획안을 (최고위에) 보고했고 최고위는 해당 안을 추인했다”며 “이와 별개로 선관위는 기 추인된 경준위 안을 수정하고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결론을 신속히 내려 논쟁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놓고 이 대표가 경준위 경선계획안 추인을 재확인하면서도 선관위의 수정 및 확정 권한은 인정해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정홍원 위원장은 최고위에 경선룰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경선룰을 결정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최고위는 선관위가 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권 부여를 명분으로 지도부가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고위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후보들이나 정치권에서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이준석 대표는 뒤로 빠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는 역선택 방지 조항 논란에 이준석 대표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한다”며 “선관위에 전권을 줬기 때문에 선관위가 최종 결정해야 문제가 없다. 경준위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선관위를 중심으로 정권탈환을 위한 대선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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