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접대했다는 조폭 출신 김씨 진술로 수사…김씨 수차례 진술 번복 허위 드러나, 차씨 결국 무혐의
무고 교사 혐의로 구속된 차 아무개 씨의 당시 변호인이었던 강 아무개 변호사의 말이다. 차 씨는 구속된 뒤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7달 동안 검찰청으로 49차례 출정을 간다. 한 번 검찰청에 갈 때마다 3명의 검사가 번갈아 조사했다고 한다. 차 씨는 예정된 출정이 취소된 사례도 많다고 주장했다.
차 씨가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된 건 로스쿨 입시 공부를 하며 변호사와 친하게 지냈고 이 가운데 일부가 경찰 특채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차 씨는 술집을 4곳이나 운영하면서 인근 수사기관 관계자들과도 친분을 쌓고 있었다. 차 씨는 “너 이대로 가면 오래 산다”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 등의 말에 압박을 느껴 검찰에서 불러주는 대로 일부 경찰의 비위를 허위진술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 5월 ‘금품 받은 현직 경찰 체포’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현직 경찰은 조 아무개 경장이었다. 조 경장은 차 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차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차 씨는 “검찰은 ‘조 경장은 어차피 구속된다. 수사를 원활히 해주기 위해 도움을 달라’고 했다”면서 “얼마라도 돈을 줬다고 해라”라고 압박했다. 차 씨는 여러 차례 조사가 계속되면서 결국 허위자백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백을 토대로 조 경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조 경장은 유흥업소 점주 김 아무개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결국 옷을 벗게 된다. 차 씨는 “검찰이 첩보를 입수했지만 수사를 진행할 단초가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조 경장이 돈을 받은 사실을 나는 모른다. 업체에 돈을 받았을 수 있다. 다만 나는 돈을 준 사실이 없고 정말 돈을 준 게 맞다면 뇌물공여죄 등으로 처벌 받았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한 조사는 없었고 기소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6월 22일 검찰은 서울 수유동 일대에서 조폭 생활을 하던 김 아무개 씨를 체포한다. 김 씨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휴대전화를 장물인 줄 알면서도 구매해 장물 취득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과거 부안식구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람을 연결고리로 또 다른 경찰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김 씨는 차 씨와 악연으로 얽혀 있었다. 2010년 차 씨가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나눠주자 “이 동네에서는 내 허락 없이 전단지를 나눠줄 수 없다”며 영업을 방해했고 조직원들이 차 씨 가게 안에 진을 치고 술을 공짜로 마시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내가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업장 뒤를 봐줄 테니 영업장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달라”고 압박, 결국 차 씨는 김 씨에게 사업장을 갈취당하게 된다.
그런데 김 씨는 차 씨에게 영업장 명의만 가져간 뒤 운영을 한 수익금을 주지 않았고 결국 차 씨는 김 씨를 고소한다. 김 씨는 이 일로 2011년 12월 사기죄로 처벌 받았다. 이런 악연으로 얽힌 둘은 2014년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린다.
2014년 8월 차 씨가 뺏겼던 가게 인근 건물을 매입하자 김 씨가 다시 연락이 해온다. 김 씨는 “이번에 산 건물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차 씨는 매일 찾아오는 김 씨가 부담스러웠다. 8월 26일에는 김 씨가 조직원들까지 데리고 왔다. 영업에 방해될 것으로 보여 차 씨는 이들을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가게 얘기하게 됐는데 술에 취한 행인 최 씨가 시비를 건다. 최 씨는 차 씨 목을 잡아 넘어뜨렸고 이들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에 조직폭력배였던 김 씨와 조직원들이 최 씨를 심하게 폭행했다. 넘어졌던 차 씨도 행인을 1회 때렸다.
주변의 행인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김 씨와 조직원들은 곧바로 달아났고 차 씨만 경찰에 잡혔다. 수사가 시작되자 김 씨는 차 씨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김 씨는 “나는 감방 가기 싫다. 그러니 나와 조직원들을 절대 불지 말고 나도 피해자들 병원비 등에 돈을 보탤 테니 모르는 사람으로 하고 해결해 달라”고 했다. 이어 김 씨는 “자신들만 성명불상으로 처리되면 담당 경찰관 술 사주고 100만 원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차 씨는 이들에게는 ‘절대 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담당 경찰관 김 아무개 형사에게 “사실 가해자들은 돈암동에서 조폭생활을 하는 김 씨와 그 동생들이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밝힌 뒤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 일행이 특정되면서 경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김 씨는 차 씨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차 씨는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피해자들과의 합의하고 자수, 자백으로 선처를 받자”고 설득했다. 이 일로 이들은 공동상해로 모두 처벌 받게 된다. 이렇게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이 2017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2017년 6월 검찰에 체포된 김 씨는 장물 취득 경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이기 시작한다. 김 씨 1차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씨가 자신은 잘못되면 안 된다면서 울기 시작했다’면서 “2014년 고소인과 연루되었던 공동 상해 폭행 사건 당시 담당 경찰관이었던 김 형사에게 성명 불상자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명목으로 차 씨를 통해 200만 원을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차 진술조서 말미에 “검사님 제발 불구속으로 재판 받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0만 원을 차 씨가 사용하던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지급했고, 김 형사에게 전달된 뇌물과 수사과장 등 경찰관들에게 제공된 추석 선물로 썼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2차 진술에서 김 씨는 더욱 구체적으로 “200만 원은 중국으로 출국하던 2014년 9월 1일 무렵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차 진술 내용과 달리 9월 1일 당일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도 이체 내역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 진술임이 드러난다.
그러자 3차 진술에서 김 씨는 다시 말을 바꿔 500만 원이 출금된 날을 지목한다. 김 씨는 “2014년 9월 5일 김 형사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강북경찰서를 찾아가 경찰서 앞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으로 500만 원을 출금하고 이 가운데 200만 원을 차 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로 김 형사는 조사를 받게 되는데 또 다시 진술의 허점이 드러나게 된다.
차 씨 변호인이 출금된 ATM 코드를 살펴본 결과 강북경찰서 앞 현금 출금기가 아닌 대학로 인근에 위치한 은행 내 현금지급기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통장에 연결된 체크카드는 30분 뒤 대학로 인근 카페에서 사용됐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대학로에서 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즉 김 씨는 9월 5일 강북경찰서 앞 현금 인출기에서 출금하거나 강북경찰서에 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 형사 등에게 향응을 접대했다는 김 씨의 또 다른 진술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김 씨는 공동 상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김 형사와 또 다른 경찰에게 쌍문동 소재 술집에서 400만 원 상당 향응을 접대했고, 이는 김 형사의 노골적 요구에 의해 이뤄졌다고 했다. 김 씨는 이 돈을 계좌이체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얘기 역시 김 씨 계좌 내역에 400만 원 이체 사실이 없어 허위 진술로 드러났다. 검찰의 김 씨 수사보고 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400만 원 상당 향응을 제공했고, 추석 선물 등 명목으로 200만 원을 계좌 이체로 보냈다고 했지만 김 씨 명의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일치하는 거래 내역이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다.
향응 접대 진술도 허위로 드러나자 이번에도 김 씨는 말을 바꾼다. 김 씨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술을 접대한 뒤 술집 영업부장에게 스크린 골프장에서 38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고 말했다.
이 진술로 김 형사는 다시 수사를 받게 되지만 수사 결과 당시 술자리가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게 드러나면서 김 형사는 무혐의를 받게 된다. 김 형사와 또 다른 경찰관이 있었다는 김 씨의 말과 달리 김 형사와 사회 친구 2명이 있었다. 또한 이들이 단순 노래방인 줄 알고 갔으나 접대부 여성이 등장하자 김 형사가 “이런 자리는 불편하다”며 즉시 퇴실했다. 김 형사가 퇴실하면서 몇 분 뒤 이들 모두 자리를 떠나게 됐다. 김 형사가 접대를 받지도 않았고 몇 분 만에 모두들 나갔기 때문에 380만 원의 비용이 나올 수 없었다.
김 형사는 무혐의가 됐지만 차 씨는 뇌물 취득 및 뇌물공여죄로 기소된다. 받은 사람은 없는데 준 사람은 기소된 것이다. 김 씨 진술은 재판에서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김 씨가 ‘285만 원을 술값으로 접대했다’고 한 것이다. 285만 원 외에도 200만 원을 준 것도 맞다고 주장했다. 2018년 1월 김 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9월 5일경 사건의 담당 경찰관에게 뇌물로 지급할 목적으로 차 씨에게 2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 사건은 차 씨가 재판에서 ATM 위치와 이체 내역 등을 밝혀내며 결국 무죄를 받았다. 차 씨는 “공동 상해 사건은 경찰에게 김 씨 일행을 모두 자백해 일망타진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어떻게 성명불상자로 해달라며 접대했다는 주장을 할 수가 있나. 김 씨 진술은 첫 진술부터 재판까지 계속 바뀌는데 이 진술 때문에 기소까지 된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씨 진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폭행 사건 당시 차 씨를 변호했던 김 아무개 변호사를 향한 진술이 시작됐다. 김 변호사는 이후 경찰 특채에 합격해 2017년 당시 경감이 돼 있었다. 이번엔 김 씨가 김 경감이 변호사 시절 변호사법을 위반했고 경찰 상대로 로비를 하던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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