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술 갈린 피의자 함께 불러 대질 ‘말 맞추기’ 의구심…과거 폭행 피해가 무고교사로 둔갑 기소되기도
‘무고의 무고의 무고’ 장본인 차 아무개 씨를 변호했던 강 아무개 변호사(익명)의 말이다. ‘[무고의 무고의 무고 ②] “경찰 10명만 제보해” 산으로 가는 검찰 수사’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차 씨 구속 이후 그를 향한 압박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압박과 비교해 검찰이 내놓은 혐의 입증 증거는 허술했다. 강도 높은 수사에 비해 검찰이 확보한 건 진술뿐이었고 그조차도 엇갈린 진술이나 번복된 진술이 대부분이었다. 차 씨는 “검사들이 일단 나를 잡아둬야 경찰 비리를 털어놓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지 공익 제보한 무고 사건을 내가 교사했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차 씨가 구속된 A 씨 관련 무고 교사 건은 엇갈렸던 진술이 번복되다가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의미 없는 진술이 된 사례다. 이 사건은 차 씨와 동업하던 이 아무개 씨와 직원이자 여자친구였던 조 아무개 씨가 차 씨의 무고 교사를 증언해 혐의를 입증했다. 그런데 이 아무개 검사가 수사했던 이들의 진술은 처음에는 일치하지 않았던 데다 계속 변해왔다. 그 과정을 보면 묘하다.
2016년 12월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자신들의 무고 범행을 자백하던 이 씨는 갑작스러운 진술 번복과 함께 교사범으로 차 씨를 지목했다. 이런 태도는 검찰 1차 조서까지 유지된다. 그런데 2017년 1월 2일 2차 검찰 조서에서 그동안의 진술과 전혀 다르게 이 씨는 “A 씨가 직원 조 씨 가슴을 만지는 걸 본 적은 없다. 다만 조 씨가 ‘저 새끼가 가슴 만졌어’라고 말했다”며 “2015년 5월 2일 오후 강북경찰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무고 교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2017년 1월 6일 검찰 조사 받은 조서에서 조 씨는 “A 씨가 내 가슴 쪽을 툭 치긴 했으나 추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출동한 경찰에게는 시비가 있었지만 다친 데도 없으니 A 씨가 문제 삼지 않으면 나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며칠 뒤에 이 씨로부터 허위 진술 할 것을 들었고 차 씨로부터 허위 진술 할 것을 지시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얘기가 엇갈리자 검찰은 이 씨에게 “조 씨는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고 이에 이 씨는 “나는 들은 대로 답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진술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2015년 당시 지시를 받았다는 시간 전 조 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며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이 씨 등에게 허위 진술하라는 메시지를 띄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허위 진술할 내용을 전송한 뒤 단톡방을 빠져나가 이 내용을 ‘세탁’한 바 있다. 무고 교사를 받은 시점이 이 씨 주장대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나, 조 씨 주장대로 사건 발생 며칠 후라면 교사받기 전부터 이들은 허위 진술을 하고 있었던 게 된다.
이 검사는 1월 10일 이번엔 이 씨와 조 씨를 대질시킨다. 이 검사는 조 씨가 보낸 허위 진술 지시 메시지를 얘기하며 이 씨에게 “이 문자는 무엇이냐”고 묻자 이 씨는 “차 씨가 허위 진술하라고 내게 알려줬고 내가 이 내용을 조 씨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래서 조 씨가 확인차 다시 전달한 거다”라고 답했다. 조 씨도 “서울 강북경찰서로 이동해서 이 씨에게 들은 내용을 메시지로 다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허위 진술 모의는 간단한 대답으로 차 씨 지시였던 것으로 넘어가게 됐다.
수사통으로 알려진 전직 경찰 정 아무개 씨는 검찰의 조사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일반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는 교사한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덜기 위해서라도 교사한 사람부터 털어놓게 마련이다. 이들과 차 씨는 지킬 의리도 없는 사이다. 그런데 경찰, 검찰 초기단계까지는 자신들이 했다고 자백했다가 검찰 단계에서 말을 바꾼 것부터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만약 이 씨와 조 씨가 제3의 인물인 차 씨를 교사범으로 지목한다면 거짓말탐지기(거탐)부터 내민다. 거탐이 증거로서는 효력이 거의 없지만 거짓말로 판명이 나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자백하게 된다. 진술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거탐을 통해 누가 진실인지, 둘 다 거짓인지 알아봐야 한다”면서 “특히 이 씨와 조 씨처럼 진술이 다른 사람은 절대 붙여 놓으면 안 된다. 붙여 놓으면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술이 갈린 피의자 둘을 대질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부에서 이 진술은 다시 문제가 된다. 무고 사건이 일어난 날 이 씨와 차 씨의 통화는 두 번 있었다. 이 씨는 5월 2일 경찰에 신고한 뒤 1시간이나 지난 새벽 5시 47분 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호음 포함해 4분여를 통화했고, 오후 6시 10분에는 신호음을 포함한 1분 2초를 통화했다. 이 씨는 오후 6시 1분 통화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차 씨와 최초 통화도 하기 전에 이미 이들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2015년 5월 2일 새벽 4시 55분 이 씨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출동 보고서에는 “조 씨는 A 씨가 가슴을 만졌다는 피해 진술을 하고 이 씨는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으나 A 씨가 사건을 접수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 적혀 있다. 즉 차 씨가 물리적으로 지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이미 무고를 하고 있었다. 차 씨 변호인은 출동 보고서 존재를 알게 되고 뒤늦게 법원을 통해 검찰에 해당 문서를 요청했다.
이 내용이 확인되자 이 씨와 조 씨 진술은 또 다시 뒤집어진다. 2017년 4월 20일 법정에서 차 씨 변호인이 “이 씨가 보낸 메시지에 ‘경찰 불러서 엮으려다 빡쳐서 팼어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무슨 말인가”라고 묻자 이 씨는 “흔히 쓰는 엮는다는 표현이고, 조 씨도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한 거다”라고 답했다. 최초 성추행도 없었는데 무고했다는 기존의 검찰에서 했던 진술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차 씨가 이 씨 말에 따라 성추행이 있었다고 믿었다면 무고는 성립할 수 없다.
이에 변호인이 다시 “차 씨에게 메시지 보낼 때는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보고하긴 했나”라고 묻자 이 씨는 “전화 통화로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진술은 오락가락했고 검찰 조서에 분명히 있는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확답을 피했다. 전직 경찰 정 씨는 “이 정도 진술을 믿고 기소했다는 게 어이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2월 22일 검찰은 차 씨를 또 다른 무고 교사 사건인 노 아무개 씨 건으로 기소한다. 여성종업원 노 씨 사건은 없던 일을 만들어 낸다는 무고와 무고 교사 뜻과는 전혀 다르게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CCTV 증거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노 씨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5년 1월 차 씨 가게에 B 씨와 C 씨가 손님으로 왔다. 종업원 노 씨가 복도를 지나가는 틈에 B 씨는 노 씨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2015년 1월 11일 노 씨 진술에 따르면 C 씨는 술병을 들어 위협을 했고 노 씨 손목을 잡고 계단으로 끌고 가면서 강제 추행했다.
2015년 1월 11일 자정 12시 4분 노 씨는 가게 직원 단체 채팅방에서 “사장님 와주세요. 저 지금 끌려나가요”라고 했고 이어 12시 8분 “사장님 좀 와주세요”라고 재차 말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이 씨는 휴가로 가게에 부재했다. 동업자지만 가게 관리는 하지 않던 차 씨가 현장으로 나가야 했다.
차 씨는 노 씨를 데리고 바깥으로 향하던 B 씨와 C 씨를 계단에서 마주쳤다. 차 씨는 “왜 우리 직원을 추행하느냐”고 묻자 C 씨는 갑자기 옷을 벗더니 차 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차 씨와 C 씨 등이 옥신각신 싸우자 마침 순찰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폭행 사건을 목격했다. 노 씨는 출동 경찰관에게 B 씨와 C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노 씨 신고로 12시 40분 B 씨와 C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경찰은 차 씨가 폭행당한 증거 사진을 찍어두고 조서에 첨부했다.
경찰관은 B 씨, C 씨를 체포해 경찰차에 태우고 성추행 피해자인 노 씨와 폭행 피해자 차 씨를 다른 경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향했다. 간단한 자필진술서 작성이 끝나고 사건 발생 약 1시간 뒤인 새벽 1시 42분 노 씨는 추행 현장에 없던 차 씨에게 “키 큰 사람(C 씨)이 자신을 끌고 가려 하고, 술병으로도 위협을 했으며,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B 씨) 둘 다 자신을 만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CCTV를 확인했고 B 씨의 손이 노 씨 치마 속으로 들어가고 노 씨가 손을 뿌리치는 장면을 확인했다. 차 씨도 CCTV를 확인하는 경찰 뒤에서 이를 촬영했다. 2017년 2월 검찰 조사에서 B 씨와 C 씨는 경찰이 자신들에게 “CCTV가 확실히 있다. 합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사건 발생 6일 뒤인 1월 18일 C 씨가 차 씨에게 전화를 건다. C 씨는 “내가 그날 큰 잘못을 저질러 사죄의 마음을 드리고 싶어 전화했다”라고 말했고 차 씨는 “맞고 이런 건 문제가 안 돼도 (법적으로) 나머지 부분은 심각하다. CCTV에 만지는 장면이 다 나온다”고 말했다. 차 씨는 “CCTV가 궁금하면 와서 확인해도 된다. 사과만 하면 됐는데 그렇게 난동을 피우면 어떡하냐”고 말했고 C 씨는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같은 날 C 씨는 다시 차 씨에게 전화해 합의를 봐달라고 했고 차 씨는 “사건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게 원만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C 씨는 변호사와 통화 후 1월 22일 차 씨에게 다시 전화했다. C 씨는 “어렵게 돈을 구해 B 씨와 각 300만 원씩, 600만 원을 마련했다. 이 돈은 폭행을 당한 차 씨가 400만 원, 추행을 당한 노 씨가 200만 원을 나눠 갖고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 씨는 이 사건 이후 가게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2015년 4월 사장이던 이 씨는 갑작스러운 노 씨 퇴사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노 씨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노 씨는 퇴사 이유에 대해 “자신이 근무하던 사업장에서 성추행 피해가 발생해 부득이하게 퇴직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랬던 사건이 2017년 갑작스레 무고 교사로 바뀌어 차 씨를 옥죄기 시작했다. 가게 직원이었던 조 씨와 노 씨뿐만 아니라 B 씨와 C 씨 진술도 2015년과는 판이하게 바뀌었다.
노 씨는 2월 8일 검찰 조사에서 “그날 새벽 파출소로 가며 차 씨가 내 치마 안쪽으로 손을 넣고 중요 부분을 만지면서 ‘이렇게 만졌다고 해라’라고 말했다”면서 “차 씨가 그래야 사건을 묶어서 해결할 수 있다. 손님들이 먼저 때렸다고 해라”라는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2월 7일 조 씨 진술로 새로운 무고 교사는 곧바로 다음날 사건 당사자가 출석해 진술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시 사건 발생 지점과 파출소까지 이동 거리는 새벽 시간 1km도 되지 않아 1분 남짓 되는 거리였다. 또한, 경찰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는데 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이었다. 사건 발생 시 현장에 있지도 않던 차 씨가 노 씨 진술을 교사했다기에는 2015년 노 씨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했듯 2015년 새벽 1시 42분 노 씨는 현장에 없던 차 씨에게 메시지로 당시 추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둘의 대화는 교사한 사람에게 말하는 뉘앙스로 보기엔 어려운 대화였다.
게다가 노 씨 검찰 조서가 노 씨가 직접 진술한 게 맞는지 의문이 가는 지점도 있다. 전체적인 진술 조서 내용과는 전혀 상반된 노 씨의 수기가 말미에 작성돼 있기 때문이다. 조서에는 검찰이 “발생하지도 않은 성추행에 대한 합의금까지 받았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받지 못한 임금과 가해자들로부터 받은 위협을 당한 모든 것을 포함해 합의금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기에 노 씨는 수기로 “발생하지도 않은 성추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터치와 희롱이 있었다고 생각해 합의금 받은 것에 가책은 없었다”는 주석을 달아 놓았다.
차 씨는 “내가 폭행을 당해서 상처가 나 경찰이 사진을 찍기도 했고, CCTV에 추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데 어떻게 무고가 되고 무고 교사가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진술만으로 차 씨는 갇혀버렸고 검찰은 본격적으로 경찰 비리를 요구하는 압박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차 씨는 “검사들이 구형을 싸게 막으려면 경찰 10명은 대라고 했다. 그때 첫 타깃으로 삼은 게 평소 친분이 있던 조 아무개 경장이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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