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2500억 제주항공 2000억 등 대규모 유증 진행…9월 말 고용유지지원기간 끝나면 직원들 다시 ‘집으로’
#대형 항공사는 카고로 만회, LCC는 적자 지속
국내 대형 항공사와 LCC의 2분기 실적도 화물 매출의 영향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형항공사들의 화물 매출 비중은 70%를 넘긴 반면 저비용항공사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21.3%에 불과했던 화물매출 비중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 57.4%로 늘더니, 2021년 상반기에는 전체 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77.4%나 됐다. 화물 매출도 분기별 역대 최대 기록인 1조 5108억 원을 찍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분기에만 화물 부문에서 역대 최고치인 78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물 비중도 2019년 19.3%에서 2020년 56.1%로 급상승했고, 올 상반기엔 72.3%로 늘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1969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9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특히 올 상반기는 해운 물류 대란 여파가 항공 화물로 번지며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소형 항공기 위주인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와 달리 화물 전용기가 없어 장거리 화물 운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 분기마다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제주항공은 712억 원의 적자를 봤고, 진에어는 488억 원 적자, 티웨이항공은 347억 원 적자, 에어부산은 49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보다 화물 매출을 다소 늘리기는 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화물 매출 비중은 진에어가 5.5%, 티웨이항공이 5.1%, 제주항공이 2.1%, 에어부산이 0.5%에 머물렀다. 국제선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선을 확충했지만 LCC들이 저가 티켓 출혈 경쟁을 벌이며 경쟁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돌리지 못했다.
증권사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 3개사의 올해 3분기 영업손익 실적 전망치는 제주항공이 영업적자 624억 원, 진에어가 432억 원, 티웨이항공이 270억 원으로 추정된다.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자본잠식률이 57.9%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진에어도 자본잠식률이 139%까지 치솟았다.
이에 LCC들은 하반기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일단은 버티기에 돌입할 거란 전망이다. 하반기에 100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예고한 LCC는 세 곳이나 된다. 진에어가 1084억 원, 제주항공이 2000억 원, 에어부산이 25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항공사의 각 거점 지자체가 유상증자에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제주항공에는 제주도가, 에어부산에는 부산시가 참여한다. 확보한 자금은 인건비 및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 충당에 쓰일 예정이다.
#무급휴직으로 버티기
LCC들은 일제히 직원들의 무급휴직도 준비하고 있다. 9월 말이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이 끝나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유급휴직의 경우는 평균 임금의 70%인 휴업수당을 정부가 최대 90%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부담한다. 무급휴직의 경우엔 정부가 평균 임금의 절반 정도를 지원한다.
6월까지만 해도 추석 이후로 해외여행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항공사들은 추석 전세기를 비롯해 사이판‧괌‧하와이‧대만‧싱가포르 등으로 정규‧비정규 노선을 다수 계획하며 활기를 찾을 듯했다. 그런데 7월 초부터 대규모로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다시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게 됐다. 업계에선 무급휴직으로 전환될 경우 생계유지 어려움으로 이탈하는 직원이 생기거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은 필수인력만 제외하고 이미 10~12월 무급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고용유지지원을 늦게 시작한 에어부산도 10월 초순 고용유지지원이 종료되면 4개월 동안 무급휴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시국 여행시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외여행지로 꼽혔는 괌, 사이판, 하와이 등 중‧단거리 휴양지 섬들이 일제히 다시 여행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와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여행심리도 다시 위축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분기 백신 접종률 증가와 국가 간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로 국제선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현재는 여의치 않다.
미국 하와이 주지사는 직접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최소 10월 말까지 하와이 섬을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트래블버블을 시행 중인 사이판(북마리아나 제도)도 당분간은 입국 시 5일 동안 켄싱턴 리조트에서만 머물도록 이동 동선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올해 고용유지지원 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270일까지로 확대했다. 6개월의 고용유지지원 기간이 9개월로 늘어났지만 항공사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고용불안에 내몰린 항공산업 16개 노동조합은 “코로나19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용유지지원 기간은 9월 30일이면 대부분 종료된다. 이에 따라 17만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며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예고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고용유지지원이 연장될 경우 유급휴직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미 90일이나 연장된 고용유지지원의 추가 연장은 불투명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올해 1조 3658억 원의 절반 수준인 5976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2020년에 531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예산을 증액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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