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지방 소멸 위기 봉착…기초지방정부 권한 강화 필요”
자치분권의 중요성에 대해 염 시장은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지방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고 우려하며 “양육부터 교육, 일자리, 어르신 돌봄까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초지방정부가 지역맞춤형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시·군·자치구로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염 시장은 자치분권으로의 국정운영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가 독립적인 입법권·재정권·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선 8기의 든든한 토대 구축할 것”
―임기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수원시장으로서의 소회는?
“제가 지난 세 번에 걸친 수원시장 재임 기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민주주의적으로 성숙하고, 정치가 보다 민생해결을 위한 실사구시형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국정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수원시를 이끌면서 자치와 분권의 정신에 입각해 모든 현안들에 대처하고자 했으나 태생적 한계가 컸다. 수원의 서쪽 너른 터에 ‘당수동 시민농장’이라는 곳이 있었다. 10만 평에 이르는 국유지인데 중앙정부가 쓰임새를 찾지 못해 수년간 방치하고 있는 곳을 우리 시가 시민농장으로 만들어 시민들께 제공했다. 농장이 운영됐던 6년 동안 8000여 명의 도시농부가 생겨났고 주말마다 장터가 열리고 축제가 벌어졌다. 그런 곳이 6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국토부가 당수동 일대를 공공택지지구로 개발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땅은 수원에 있지만 정작 수원시민과 수원시는 그 땅에 대해 어떠한 사용권한도 행사할 수 없었다. 심지어 시민농장을 운영하던 6년 동안도 수원시는 기재부에 토지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당수동 시민농장은 아주 작은 한 사례에 불과하고 이런 일이 도처에 있다. 시민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지 못하고, 지방정부 중앙부처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을 마련한다는 노력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제가 시장 임기 내내 자치분권운동에 매진한 이유이고, 이는 임기를 마친 후까지도 지속될 것이다.”
―남은 임기 역점을 두고 추진할 핵심 과제는?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한 지점을 살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에 대응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수원시가 지역의 3개 택시업계와 함께 공공 택시 호출앱을 개발했다. ‘수원e택시’라고 명칭을 붙였다. 기존 택시 호출 플랫폼이 시장우위를 이용해 택시기사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것이니만큼 호출비와 중개수수료가 없다. 가입률도 빠르게 증가해 수원 택시기사의 80% 이상이 가입했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사람 중심’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 시정운영 방식이 훼손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잘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11년간 추진해 왔던 모든 사업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 의미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장은 바뀌지만 시민의 삶은 연속적이다. 제가 만들어 낸 공·과가 민선 8기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최근 ‘전국 자치분권 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로서 활동이 활발하다. KDLC는 어떤 조직인가?
“KDLC는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시민이 참여하는 단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 정치, 행정체계로는 안된다. 자치분권형 국가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현재 1583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광주는 100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다. 최근 KDLC 지역별 조직화가 완료됐다. 지역의 풀뿌리 정치인이 단일 조직으로 세력화돼 당 내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자치분권은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등의 과제들을 21세기 방식으로 풀어가기 위한 전제다. 그런 점에서 대권주자의 자치분권에 대한 이해는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KDLC는 대통령후보의 자치분권 의지를 검증하는 장을 만들 것이다.”
“지방정부 독립적 권한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해야”
―오늘날 대한민국에 왜 ‘자치분권’이 중요한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방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 지난 1월, 지역협의체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추진단을 구성해 백신접종을 추진했고, 이번 코로나19가 ‘K-방역’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주민과 기초지방정부들의 현장 대응력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지방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이 약 225조 원이며, 전국의 기초지방정부 중 30년 이내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80여 곳이 넘는다. 한국의 출산율은 이미 1명선이 무너져 OECD 평균출산율 1.63명의 절반수준인 0.84명을 기록했으며 향후 30년 뒤 10명 중 5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전국 대다수의 도시가 고령인구 10명 중 가임기 여성이 2명도 안되는 이른바 ‘지방소멸단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중앙 주도의 획일적인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끊어내야 한다. 양육부터 교육, 일자리, 어르신 돌봄까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초지방정부가 지역맞춤형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시·군·자치구로 나눠야 한다. 기초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도록 권역별 토론회, 지방의견 수렴을 통해 여론을 만들고 중앙정부 중심이었던 기존 인구정책 권한과 재정도 지역으로 가져오도록 관련 입법 과정에도 힘을 보태 노력해야 한다.”
―완전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번에 2단계 재정분권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결국 중앙부처들, 특히 기재부의 완강한 저항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자치분권으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헌’이 필수적이다. 지방정부가 독립적인 입법권·재정권·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엄청난 정치적 에너지가 필요한 과제다. 이번 대선 기간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을 확인하고 구체적 방안을 끌어내는 장이 돼야 할 것이고, 차기 정부는 임기 초반에 반드시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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