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이병헌 ‘SNL코리아’ 홍보효과 톡톡…‘콘텐츠 명가’ 디즈니플러스, 11월 국내 상륙 확정
#배송 맛집 쿠팡, '콘텐츠 맛집' 노린다
쿠팡플레이가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20년 12월이다. 이미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등이 OTT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플레이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몇몇 교육 콘텐츠를 비롯해 스포츠 경기를 중계했지만 기존 OTT 플랫폼과의 경쟁력을 논하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엄밀히 말해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매달 2900원을 내는 로켓와우 회원들에게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가 공급되며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다. 9월 4일 포문을 연 ‘SNL 코리아’는 이미 케이블채널 tvN에서 여러 시즌 방송된 검증된 콘텐츠다. 미국 NBC의 포맷을 정식 수입하고, 기존 tvN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던 제작진이 나와서 참여한 터라 완성도 또한 높았다. 안영미, 권혁수, 정상훈, 김민교 등 기존 ‘SNL 코리아’ 크루를 비롯해 레드벨벳 웬디와 배우 차청화 등이 새롭게 참여해 대중의 관심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병헌을 첫 호스트로 잡은 것이 주효했다. 그는 영화 ‘내부자들’과 ‘싱글라이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자신의 명대사와 캐릭터를 패러디하면서 웃음을 유발했다. 그가 일본 팬미팅에서 보여줬던 소위 ‘흑역사’ 퍼포먼스까지 웃음의 소재로 가감없이 쓰며 대중들에게 살갑게 다가갔다.
‘SNL 코리아’를 시작으로 쿠팡플레이는 거액을 들인 독점 콘텐츠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가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배우 김수현, 차승원이 참여하는 드라마 ‘어느 날’을 제작하고 있다. 영국 BBC ‘크리미널 저스티스’가 원작이며, ‘열혈사제’로 유명한 SBS 출신 이명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여인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두 남자의 치열한 이야기를 통해 대중적 시각에서 형사사법제도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어느 날’에 참여하는 김수현의 개런티는 회당 5억 원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수현 측 소속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확인 불가’ 정도의 입장 정리로 보아, 실제 그 정도 수준의 개런티를 받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실리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실제 김수현의 몸값이 얼마인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만으로 ‘어느 날’과 이를 편성하는 쿠팡플레이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면서 “향후 쿠팡플레이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쿠팡플레이는 점차 콘텐츠 보유 편수를 늘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4년의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도전기를 담은 오리지널 콘텐츠 ‘로드 투 카타르’(가제)를 만든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도 디지털 생중계한다. 이 외에도 현재 SBS에서 방송 중인 ‘홍천기’를 동시 송출하고 있으며, 배우 윤여정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미나리’를 유일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티빙·웨이브 '초긴장'
쿠팡플레이는 콘텐츠 기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채워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오는 11월에는 그와는 반대 위치에 놓인 ‘콘텐츠 부자’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 ‘어벤져스’ 시리즈 외에도 ‘겨울왕국’ ‘알라딘’ 등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콘텐츠 명가’ 디즈니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다. 11월 12일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그동안 다른 OTT에 공급하던 자사 콘텐츠를 거둬들였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디즈니 콘텐츠의 팬들로서는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도 잔뜩 긴장하고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디즈니가 기존 콘텐츠로만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엄청난 인기를 누린 콘텐츠에서 파생된 마블 스튜디오의 ‘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솔저’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공개된다. 오상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디즈니플러스는 세계적 크리에이터들이 선사하는 매력적 스토리와 탄탄한 브랜드, 프랜차이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모든 연령대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OTT 플랫폼의 경쟁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대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2016년 한국에 론칭됐으나 한국 시장을 겨냥한 변변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어서 고전했던 넷플릭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후 한국을 겨냥한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넷플릭스는 ‘킹덤’ 시리즈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일구면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도 ‘SNL 코리아’ 공개와 함께 주목받았듯, 스타를 활용한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OTT 플랫폼에 사활이 걸려 있다”면서 “결국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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