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서명초등학교에서 열린 방과후학교 성과보고회에 참석, 학생들과 함께 종이학 가방을 만들며 파안대소하고 있다(왼쪽). 2009년 2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강릉시에 위치한 자동차 기어류 부품을 만드는 21세기기업(주) 공장을 방문, 중소기업의 애로를 들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2007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을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한다면 더 나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전문가인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7%대를 목표로 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웠으나 이것이 결국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각종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나빠진 경제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7% 성장을 10년 동안 지속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이른바 ‘7·4·7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수치는 실업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업률은 2003년 3.6%→2004년 3.7%→2005년 3.7%→2006년 3.5%→2007년 3.2%로 대략 3%대를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도 실업률 자체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2008년 3.2%→2009년 3.6%→2010년 3.7%대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필상 교수는 “실업률을 계산할 때 취업 의사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따지기 때문에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 ‘가사 종사자’ 등은 제외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가 상당수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정부의 순수한 일자리 증가 수치는 50만 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9년과 2010년엔 남성 실업률(2009년 4.1%, 2010년 4.0%)이 평균 실업률(각각 3.6%, 3.7%)보다 훨씬 웃돌아 청년실업 사태와 더불어 중장년 가장층의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과 함께 고용률도 주목해봐야 할 수치. 고용률은 ‘취업자 수/1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2007년 고용률은 2005년 단 한 차례(-0.1%) 감소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같은 수치이거나 0.1~0.5%p 늘어나 59.7%~59.8%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엔 전년 대비 0.3%p 감소해 59.5%를 기록한 데 이어 2009년에는 무려 0.9%p나 떨어져 58.6%로 내려앉았다. 2010년 0.1%p를 회복했으나 2011년 4월까지의 집계에서도 59.3%로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보다 낮은 수치다. 실업률과 고용률 모두에서 ‘경제대통령’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권의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는 셈. 이필상 교수는 “일주일에 18시간 이하 일하는 불완전 근로자와 실업자를 모두 합한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 명에 이르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도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고용률은 물론 고용상태도 매우 악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평균 4.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03년 3.1%→2004년 4.6%→2005년 4.0%에 이어 2006~2007년에는 각각 5.2%와 5.1%로 2년 연속 5%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주요 국가들 중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크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불과했다. 그러나 ‘7% 성장’을 목표로 한 이명박 정부의 2008년~2010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2.9%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폈음에도 이 정도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IMF의 최근 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대(2012년 4.2%, 2013년 4.2%, 2014년 4.0%, 2015년 4.0%, 2016년 4.1%)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184개 국가의 평균 성장률과 비교해 0.3~0.7%p 낮은 수치. 저성장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민들이 피부로 가장 크게 느끼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어떨까.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2003년 3.5%, 2004년 3.6%, 2005년 2.8%, 2006년 2.2%, 2007년 2.5%로 5년 동안 평균 2.9%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는 2008년 4.7%, 2009년 2.8%, 2010년 2.9%로 3년 동안 평균 3.5%를 기록했다. 심각한 것은 2011년 들어 물가상승률이 지난 1월 이후 4월까지 넉 달 연속 4%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1월엔 식품물가 상승률이 11.6%에 달해 OECD 회원국(평균 식품물가 상승률 2.6%)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1695달러를 기록했던 데 반해, 실용정부 3년차인 지난 2010년엔 2만 610달러로 하락한 상태. 이 역시 3년 만에 2만 달러대로 회복한 수치였고, 2009년에는 1만 7193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증가율 역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나았다. 2003년 1214억 달러에서 2007년 2622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상승했던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2008년 전년 대비 610억 달러 줄어든 2012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2009년 2699억 달러→2010년 2915억 달러→3071억 달러(2011년 4월)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필상 교수는 이에 대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대를 회복했다는 것은 수출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내수시장은 줄었기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인 경제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분배’ 위주의 정책을 폈다면 이명박 정부는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폈고 결과적으로는 두 정책 모두 실패했다”는 총평을 들려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분배 중심 정책은 보수층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이념적 양극화’를 불러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것.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을 더 성장시키는 정책을 내세웠고, 이들의 이득이 중소기업과 서민층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성장우선론)를 기대했으나 낙수효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 이 교수는 “오히려 낙수효과의 반대흐름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익이 역류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은 성장 위주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므로,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복지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분배정책과의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내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라면 ‘언론자유도’ 부문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에 있는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10월마다 발표하고 있는 언론자유도 순위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때와의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한국은 49위를 기록했고 이후 계속해서 순위가 상승했다. 2004년 48위→2005년 34위→2006년 31위로 올라갔다가 2007년 들어 39위로 내려앉았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순위가 하락했던 것은 당시 공공기관의 기자실 폐쇄 문제가 논란이 되며 언론사들과 정부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해인 2008년 들어서는 47위로 다시 내려갔고 2009년에는 69위까지 급락했다. 2010년에도 42위로 올라서긴 했으나 G20 의장국이라는 명성에는 걸맞지 않는 ‘초라한’ 순위였다. 같은 해 일본은 11위, 미국은 20위였고 공동 42위에는 파푸아뉴기니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언론자유도는 이보다도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들어 PD, 기자 등 언론인들에 대한 간섭과 탄압이 심해졌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우세한 상태다.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근간을 이어받아 포용정책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 지원을 확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 NLL은 우리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NLL폐지발언’으로 논란을 부르기도 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등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 두 차례나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판정패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유연하지 못한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나라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이어진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면서 여권 내에선 ‘강경 일변도의 현 대북 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이전 정권들이) ‘퍼주기식’ 북한 지원을 하는 동안 북은 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현재의 대북정책을 대폭 고치기도, 그렇다고 그냥 고수하기도 난감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