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블랙 위도우’로 몸 풀고 가을·겨울 ‘이터널스’ ‘스파이더맨’으로 승부수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백신 접종률도 크게 오르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도 본격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극장 경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도 하나둘 개봉 일정을 잡고 있다. 특히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연말까지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너무 반가운 소식이지만 국내 영화계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코로나19를 겨우 피했더니 마블 등 할리우드 대작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개봉해 개봉 일정을 잡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9월 1일 13만 8139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12일까지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122만 6502명으로 폭발적으로 많은 건 아니다. 여름 극장가를 주도한 ‘블랙 위도우’가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후 순차적으로 개봉한 한국 영화 ‘모가디슈’는 개봉 7일, ‘싱크홀’은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반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11일이나 걸렸다. 개봉 10일 만에 100만 관객에 도달한 ‘인질’보다도 하루 늦었다.
마블의 ‘블랙 위도우’가 여름 시즌의 시작점에서 워낙 막강한 파워를 선보인 터라 여름 시즌의 막바지에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한 경계심도 높았지만 그리 폭발적인 흥행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마블 최초의 동양인 히어로라는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중국인 히어로인 터라 국내에서 그리 큰 관심을 끌 설정은 아니었으며 영화 자체도 그리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동양인 최초의 마블 히어로인 샹치 역할의 시무 리우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대신 쑤 웬우 역할의 양조위만 돋보였다.
문제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감행될 마블 총공세의 예고편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블랙 위도우’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개봉한 최초의 마블 영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를 끝내며 페이즈3가 마무리된 뒤 시작된 페이즈4에서는 마블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진다. 최초의 동양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그런 흐름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의 결정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터널스’다. 이 영화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과연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어벤져스’ 시리즈의 뒤를 이어 마블의 새로운 동력이 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만큼 마블의 새로운 세계관에 관심을 갖는 국내 팬들도 많은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마동석이다. ‘이터널스’에 길가메시 역할로 출연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마동석은 앤젤리나 졸리, 리타드 매든, 셀마 헤이엑 등과 호흡을 맞춘다. 그렇지 않아도 마블 영화 국내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마동석의 출연은 흥행 측면에서 엄청난 호재임에 분명하다.
또한 12월 연말 극장가에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개봉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마블이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 매우 어렵던 시절 판권을 소니픽처스로 팔았다. 마블과 소니가 계약을 체결해 마블의 페이즈3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스파이더맨은 소니와의 계약 문제로 마블을 떠날 뻔했지만 어렵게 계약이 체결돼 돌아왔다.
앞선 두 편의 스파이더맨에서는 아이언맨과의 관계가 중심이라 어벤져스 시리즈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다. 아이언맨도 마블을 떠난 상황에서 스파이더맨은 닥터 스트레인지와 관계를 형성하며 마블이 페이즈4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다중우주(멀티버스)의 세계 도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마블의 ‘이터널스’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다. ‘어벤져스’ 시리즈 ‘인피니티워’가 1123만 명, ‘엔드게임’이 13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홈커밍’이 725만 명, ‘파 프롬 홈’이 802만 명을 동원했다.
다만 ‘이터널스’는 아직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검증된 영화는 아닌 데다 개봉도 11월로 일정이 다소 불리하다. 12월 연말 대목에 개봉하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은 너무 미국적인 영화라 국내에서도 1000만 관객까지 바라볼 정도의 파괴력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력을 감안해야 한다. 마블의 두 영화 모두 ‘블랙 위도우’의 296만 1172명을 뛰어 넘어 5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영화계에서 지배적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할리우드 대작 신작들이 가을부터 줄줄이 개봉한다. 11월 29일 ‘007 노 타임 투 다이’, 10월 13일 ‘베놈2:렛 데어 비 카니지’, ‘듄’, 11월 ‘탑건:매버릭’ 등이 어느 정도 개봉 일정을 확정한 라인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듭해서 개봉을 연기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이 외에도 여러 편 기다리고 있는 터라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연이어 개봉할 전망이다.
반면 이에 맞서는 한국 영화는 추석 시즌에 개봉하는 ‘기적’과 ‘보이스’ 이후로는 아직 확정된 라인업이 거의 없다. 한국 영화 역시 코로나19로 개봉이 밀린 작품이 여러 편 있지만 할리우드 대작 개봉 일정에 따라 개봉 일을 조정 중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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