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대표, 동거녀·아내까지 중독시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아내·내연녀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부동산 관련 코스피 상장사인 D 사 대표 조 아무개 씨(47)를 구속기소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총 16명의 화이트칼라 마약사범을 구속기소하고 3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47명을 입건했다고 지난 8월 4일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유학이나 사업차 방문 등으로 외국에서 경계심 없이 마약을 접하고 빠져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 등을 바탕으로 마약 밀수에까지 손을 대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10일 대검찰청 강력부가 발간한 ‘2010년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모두 9732명이었으며 필로폰 등 향정사범이 6771명(69.6%)을 차지,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마 사범은 1837명으로 18.9%였다. 양귀비 등 마약사범은 1124명으로 11.5%였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09년 1만 1875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1만 명 이하로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화이트칼라로 지칭되는 상류층 마약사범 적발 건수가 증가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자택에서 5년 넘게 마약을 투여하고 내연녀와 아내까지 마약 중독자로 만든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부동산 관련 코스피(KOSPI) 상장업체인 D 사의 대표 조 아무개 씨(48)는 지난 2005년 7월 오랜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한 지인을 통해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마약에 의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조 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필로폰을 투여하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동거녀 A 씨에게 들키자 오히려 A 씨에게 마약을 권해 자신과 같은 중독자가 되게 했다. 동거녀와 헤어진 뒤 지금의 아내 B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아내마저도 필로폰 중독자로 만들었다. 자신의 집인 강남의 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여하다 아내에게 들키자 아내에게 역시 마약을 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조 씨의 아내 B 씨는 필로폰 투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다수의 유망한 회사를 경영하던 조 씨는 마약에 찌든 삶을 살아오다 결국 회사를 헐값에 팔아 치워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조 씨는 필로폰을 끊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하면 유명 연예기획사 사장이자 탤런트 C 씨의 남편이었던 이 아무개 씨(44)는 마약 때문에 단란한 가정도 연예기획사업도 무너졌다. 2004년 태국 방콕의 모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부터 무심코 건네받아 대마를 처음 접한 뒤로 그는 마약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해 12월엔 미국의 사업파트너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건넨 필로폰과 코카인에 손대는 등 이 씨는 올 2월까지 강남 자택에서 수차례 마약을 투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졸음을 쫓고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수면 장애를 초래하는 필로폰을 투약하기도 했다. 과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경제범죄마저 이번 마약 투약 사건으로 다시 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처한 이 씨는 아내와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마약사범들 중에는 마약 투약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밀수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 협회장 출신의 부유층 인사의 아들인 김 아무개 씨(27)는 고등학교 때부터 호주에서 유학한 호주 영주권자였다. 김 씨는 호주 유학시절 같은 부유층 자제 유학파들과 어울리며 자주 대마를 피웠다. 그러나 국내로 귀국한 이후엔 대마를 피울 수 없었다. 대마 구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피울 대마를 구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 씨와 친구들은 100만~400만 원씩 돈을 모아 일종의 ‘마약펀드’를 만들었다. 8명이 모은 돈은 총 1750만 원. 이들은 이 돈으로 품질 좋은 미국산 대마를 구한다며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대마를 밀수해 오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2009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약 700g의 마약을 해외에서 몰래 들여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의 고급 주택가와 오피스텔 등지에서 나눠 피워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고교를 미국에서 마치고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 외국계 회사원 이 아무개 씨(33)는 대부업체로부터 2500만 원의 빚 독촉을 받고 고민하던 중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월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안 아무개 씨(39)에게 “히로뽕 밀수자금을 대주면 빌린 돈을 갚겠다”며 밀수자금 300만 원을 빌렸다. 이 씨는 이 돈으로 중국에서 300만 원어치의 필로폰 5.49g을 구입해 밀수를 시도했다. 마약을 접해본 적도 없는 회사원이었던 이 씨와 안 씨는 영화나 뉴스를 통해 필로폰을 속옷에 숨긴 채 밀수하는 장면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다 공항에서 적발됐다. S 은행 창업멤버의 아들이자 유학파 은행원인 안 씨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무심코 마약사업에 참여했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이처럼 유학 경험이 있는 부유층 자제의 경우 외국에서 경계심 없이 마약을 접하고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창한 외국어 실력 등을 활용해 마약 밀수에까지 손을 댄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지난 5월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 인근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아들 D 씨와 일본으로부터 필로폰을 밀수해 투여한 병원 원장을 마약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연봉 1억 원이 넘는 대기업 간부가 자신의 동서와 짜고 시중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6만 6000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만들어 유통하다 최근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최근 이처럼 멀쩡한 직장인들의 마약 연루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4일 검찰이 밝힌 화이트칼라 마약류사범의 경향과 특성을 살펴보면 유학·사업·관광 등의 이유로 외국에 자주 드나들거나 유흥에 쉽게 빠져드는 화이트칼라 부유층의 경우 비교적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에 “최근 유명 스타, 화이트칼라, 자영업자, 부유층 자제 등의 고위층이 술집, 카페, 클럽 등에 출입하며 마약 흡입 및 마약 판매에 빠져들고 있다”며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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