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봉서원과 월전미술관(오른쪽). |
설봉공원 순환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은빛 찬란한 호수 너머 오른쪽으로 월전미술관 가는 길이 있다. 미술관은 갈림길에서 300m쯤 떨어진 산비탈에 앉아 있다. 이 미술관은 2005년 타계한 월전 장우성을 기념하여 이천시가 세운 것이다. 지난 2007년 8월 개관했다.
월전은 1912년 이천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여주에서 태어나 약관에 등단하며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동양화가로 널리 인정받아 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국회의사당에 걸린 ‘백두산천지도’, 바티칸 교황청박물관이 소장 중인 ‘한국의 성모와 순교복자’, 현충사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 대영박물관에 있는 ‘새안’ 등이 있다. 그는 생전 대한민국예술원 종신회원을 지냈고,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하는 등 동양화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다만, 그는 친일과 관련된 논란에도 결부되어 있어서 그 평가가 대척점에 있었다. 문단의 미당 서정주를 떠올리면 얼추 비슷하다. ‘그림은 그림으로 보고, 인물은 인물로 보자’는 것과 ‘그림과 인물은 별개일 수 없다’는 주장이 부닥치기 일쑤였지만, 정작 월전 자신은 친일에 대해 ‘그런 바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해왔다. 과거는 명쾌히 정리되지 못 했고, 월전미술관 건립 당시도 그것 때문에 여론의 부대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건립 이후 미술관으로서의 역할로만 따지자면 월전미술관에 점수를 후하게 줘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미술관은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월전의 작품과 고미술작품 1532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관전시, 소장품전시 외에 기획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오고 있다. 특히 기획전의 경우 때로 서양화, 설치, 사진 등 한국화미술관 본래의 경계를 허물며 외연을 확장해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새로 열리는 기획전도 주목할 만하다. ‘장우성·박노수 사제동행’展이 그것이다. 한국수묵화의 대가인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묶어 전시하는 것으로 전시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장우성과 박노수는 스승과 제자 사이다. 1946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장우성이 부임했고, 그 해 만난 첫 제자가 박노수다. 1961년 스승이 교단을 떠나자 이듬해 제자가 그 빈자리를 메우며 교수로 임용되는 등 둘 사이에는 뭔가 특별한 인연의 끈이 존재했다. 이번 전시는 그 둘의 작품을 통해 닮음과 다름을 비교해보는 기회로 삼는다.
한편, 미술관은 봄볕 따사로운 날에 전시를 핑계로 나들이 나서기도 적당한 곳이다. 총 2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의 1층 입구 오른쪽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이곳은 전시와 별개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기분 좋게 귓불을 간질이는 바람을 맞으며 야외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실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다. 또한 미술관 뒤편으로는 설봉서원이 있는데, 그곳까지 이어진 길이 산책하기 그만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월전미술관 031-637-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