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작가가 이런 대본을 썼다면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어 작업실 유리창에 돌멩이가 날아들었을 지도 모른다. 기사를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더 지배적이었을 만큼 충격적인 소식, 바로 그런 일이 현실이 됐다. 서태지와 이지아가 14년 전 결혼했다가 이혼까지 한 상태에서 위자료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음이 알려진 것. 그 어떤 ‘막장 드라마’도 소화하기 힘든 황당한 설정, 그만큼 여느 멜로 영화보다 열정적이고 운명적인 러브스토리였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려 있는 부분이 더 많아 ‘미스터리물’에 더 가까운 ‘세기의 멜로물’의 풀스토리를 들여다본다.
@ 1993년 첫 만남
이지아가 김상은이던 93년, 그는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에 해당되는 나이였다. 이지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9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밝혔다. 항간에 알려진 중학교 2학년 때 유학을 갔다는 것과는 연도에서 차이가 나는데 93년 초,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이 되는 3월 이전에 유학을 떠나서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중학생이던 김상은은 당연히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서태지의 팬이었다.
이지아가 서태지를 처음 만난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LA 한인 공연 당시였다. 이들을 소개해준 이는 이지아와 함께 유학 중이던 친언니. 온라인 매체 <디스패치>는 이지아 측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지아의 친언니가 서태지 측과 친분이 있어 서태지의 팬이던 동생과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태지는 스물둘, 이지아는 열여섯이었다.
이지아는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서 지냈지만 서로 편지와 전화로 계속적인 연락을 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 1996년 돌연 은퇴
여전히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돌연 해체. 항간에선 서태지가 이지아와의 결혼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은퇴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96년 1월 서태지는 전격 은퇴를 발표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인 97년 연말 이지아와 결혼식을 올린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한 네티즌의 글이 있다. 2008년 10월에 한 게시판에 올려진 글인데 ‘이지아 본명은 김상은. 3녀1남 중 막내. 큰언니는 슈퍼모델 출신. 엄마는 노래선생님. 17세에 미국에서 서태지와 룸메이트’라는 내용이다. 본명이 김상은이며 3녀1남 가운데 막내라는 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요즘 이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당시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악플러 취급을 받았지만. 이 글에서 이지아와 서태지가 룸메이트였다는 부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심지어 ‘동거’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적어도 당시 교제 중이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93년 처음 만난 뒤 열일곱이 된 94년부터 두 사람의 본격적인 교제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에 서태지와 이지아의 열애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여전히 인기 절정이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돌연 해체한 까닭이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 1997년 드디어 결혼
97년 12월 10일 서태지와 이지아, 아니 김상은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증인은 이지아의 친언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즈음 한국에서도 서태지의 결혼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그해 12월에 교포인 여대생과 결혼했다는 보도까지 있었지만 서태지와 한국에 있던 가족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서태지가 이지아와 증인인 이지아의 친언니만 참석한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치러 결혼 사실을 부모와 가족들조차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하튼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 살이던 서태지와 스무 살의 이지아는 97년 미국에서 법적인 부부가 됐다. 이듬해인 98년 서태지는 솔로 앨범을 발매하지만 정식 한국 컴백은 2000년에 이뤄졌다. 그러니 은퇴를 선언한 96년부터 컴백한 2000년까지 5년여의 시간이 두 사람에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당시 서태지는 미국에서 모형비행기와 스노보드에 빠져 한가로운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여기에 감춰진 아내가 있었던 것. 출산을 했을 것으로 유력해 보이는 시기도 바로 이 즈음이다.
@ 2006년 끝은 새로운 시작
과연 이들이 이혼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지아 측은 이혼 사유를 “일반인에 비해 평범하지 않은 상대방의 직업과 생활 방식, 성격 차이 때문”이라 밝혔다. 너무나 평범한 이혼 사유인 터라 대중의 의혹을 풀어내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는 답변이다. 게다가 이지아가 여전히 ‘일반인 김상은’이라면 몰라도 그 역시 연예인이 된 상황에서 ‘서태지가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것’이 결정적인 이혼 사유라는 부분은 이해가 쉽지 않다.
제3자가 정확한 이혼 사유를 알 순 없지만 이혼 즈음 두 사람의 상태 변화만 놓고 보면 김상은이 김지아로, 다시 이지아로 변모하며 연예인이 된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사실 이지아는 데뷔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이런 데뷔 과정에 대해 이지아는 “2004년 말 잠시 한국에 왔다 우연히 휴대폰 광고에 출연해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를 만나 연예계에 관심 갖게 됐다”면서 “2005년 초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와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드라마 <태왕사신기>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뒤 2007년 키이스트와 전속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2004년 말부터 ‘서태지 부인 김상은’이 ‘연예인 이지아’로 변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가 김상은에겐 연애(결혼생활)의 끝, 이지아에겐 연예(배우생활)의 시작이 됐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놓고 보면 이들의 이혼에 이지아의 연예계 데뷔가 뭔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2009년 다시 팬으로
2007년 <태왕사신기> 이후 이지아는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만약 비밀 결혼이 아니었다면 97년부터 이미 화제의 중심이었을 김상은은 철저하게 10년여의 세월을 숨긴 채 이지아라는 새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심지어 그의 중학교 동창들마저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이혼 시점을 두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지만 여하튼 2009년엔 두 사람이 완벽히 남남이 된다. 10대 팬과 스타로 만나 부부가 됐던 이들이 12년여 만에 연예계 동료가 된 것. 그렇지만 이 시기 이지아는 여전히 자신이 서태지의 팬이라고 자처하고 나선다. 서태지의 ‘웜홀 콘서트’를 찾은 이지아가 취재진의 질문에 “서태지의 팬이다”라고 밝힌 것. 공연이 3월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혼 성립 직후 시점으로 보인다. 결국 두 사람이 비록 이혼은 했지만 적대적 관계가 아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이지아가 콘서트장에 나타난 것이 하나의 무력시위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2011년 결국 ‘사랑과 전쟁’
언제부터인지 급격히 나빠진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2011년 1월 송사에 휘말리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두 사람의 소송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결국 대중에 공개됐다. 재산분할 50억 원에 위자료 5억 원을 더해 총 55억 원의 대형 소송이다. 결혼부터 이혼까지 별 무리 없이 진행한 이들은 결국 돈 문제로 인해 격돌했고, 이는 14년 동안 철저히 잠겨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미스터리와 멜로가 버무려진 이들의 러브스토리의 결말은 결국 ‘사랑과 전쟁’이 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랑과 시련 동시에 진실은 ‘그들’만이
이지아의 공식 연인이 된 정우성은 과연 이지아와 서태지의 관계를 알고 있었을까. 정우성 소속사 관계자는 “정우성 씨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을 접하고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밝히며 “만약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서태지와의 관계가) 사실이라면 헤어지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일로 인해 정우성과 이지아가 당장 결별에 이르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지아와 정우성은 드라마 <아테나>에 둘이 출연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함께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사진이 포착되면서 열애설이 제기됐다. 결국 정우성은 지난달에 열린 팬미팅에서 열애설을 인정하면서 공식 연인이 됐다. 서태지와의 관계가 밝혀지기 직전에도 냉면집 데이트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이지아 화려한 데뷔 우연일까 필연일까
서태지와 이지아가 결혼했다 이혼까지 한 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배용준이 이를 알고 있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지아는 2007년 방영된 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단박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로 인해 ‘배용준 연인설’부터 ‘김종학 PD 조카설’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태지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항간에선 이지아의 화려한 데뷔 배경에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힘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한다.
시점이 교묘하다. 2007년에 방영된 <태왕사신기>는 사전 제작이 이뤄져 캐스팅은 2006년에 이뤄졌다. 그런데 이지아는 2006년 1월 서태지와의 이혼 절차를 시작했다. 몇 가지 가정은 가능하다. 서태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전 부인 이지아의 평소 소망인 연예인 데뷔를 도왔다는 것과 당시만 해도 이혼을 반대했던 서태지가 이지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의 오랜 꿈인 연예계 데뷔를 도왔다는 것 등이다.
이지아가 배용준과의 열애설이 났던 것 역시 배용준이 열애설을 감수하면서까지 서태지와의 관계를 감춰주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태지와 배용준이 동갑내기 톱스타이긴 하지만 별다른 친분 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 역시 서태지와의 인연은 없어 보인다. 결국 키이스트의 발표처럼 우연히 CF 촬영장에서 만난 이지아에게 양 대표가 연예계 데뷔를 권해서 그가 연예인이 됐을 가능성도 크다.
관건은 키이스트의 향후 대응이다. 만약 키이스트가 이지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배용준 역시 서태지와의 관계를 전혀 몰랐다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