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이령길은 맨발로 걷는 숲길이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을 때, 비로소 숲과 나는 하나가 된다. |
우이령길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자유롭게 열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울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쪽에 탐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입장객을 하루 1000명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 길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그런데 우이령길 부분 통제의 이유는 안보 때문이 아니다. 바로 생태계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처음 재개방했을 당시만 해도 출입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정작 숲의 ‘주인’들이 우이령길을 떠났다.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란스러웠고, 그것이 위협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이령길 6.8㎞ 중에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4.46㎞의 숲길이 있다. 우이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의 흙길이다. 이 길은 맨발로 걷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제는 계절이 맨발로 걸어도 될 정도가 됐다. 신발에 익숙한 발이 흙의 차가운 기운에 흠칫 놀라 오그라들지만 그도 잠시뿐.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 흙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느 탐방센터에서 출발하든 상관없다. 오르막이 거의 없어서 힘든 부분도 없다. 그저 신록의 나무들이 뿜어대는 피톤치드에 흠뻑 젖으며 설렁설렁 걸으면 그뿐이다. 길 좌우로 신갈나무와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오리나무, 국수나무, 병꽃나무, 생강나무, 쪽동백, 산초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신갈나무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숲의 일부는 인공림이다. 1966년 우이령길에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사방공사 때 심은 아까시나무, 물오리나무 등 2400여 그루가 건강하게 자라 완벽히 숲에 자리 잡았다.
교현탐방센터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도봉산 아래 자리한 1000년 역사의 관음도량인 석굴암(경주의 그것과 이름만 같다) 삼거리에 이를 때까지 계곡이 벗하며 흐른다. 계곡 물소리가 무척 시원하다. 석굴암삼거리를 지나면 곧 오봉전망대에 이른다. 도봉산 오봉을 가장 또렷이 볼 수 있는 지점으로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다섯 손가락을 펼친 것 같은 다섯 개의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이곳을 지나면 안보체험관과 대전차장애물지대가 나온다. 안보체험관은 군 벙커시설로 사용했던 것이다. 대전차장애물은 여러 개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길 양 옆에 설치한 것이다. 유사시 그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폭파해서 전차가 지나가지 못 하도록 막는다. 대전차장애물에서 10분쯤 더 걸으면 전경대 숙소와 우이탐방지원센터가 나오고 흙길은 아쉽게도 끝이 난다. 맨발의 자유도 여기까지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 국립공원관리공단(http://ecotour.knps.or.kr) 우이탐방지원센터 02-998-8365, 교현탐방지원센터 031-855-6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