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글라스 정몽익, 기업가치 높인 뒤 계열분리 추진 가능성…그룹 관계자 “과장된 해석”
KCC그룹이 2019년 세계 3위 실리콘업체인 ‘모멘티브’를 인수한 이후 2년여 만에 M&A에 나섰다. KCC글라스 등이 포함된 KCC컨소시엄은 ‘신한벽지’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신한벽지는 국내 시판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벽지업체로,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35억 원 수준이다. KCC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KCC글라스의 인테리어 사업부문인 ‘홈씨씨’를 강화하려는 포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KCC글라스는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완성차 차량 출고 자체가 줄면서 타격을 받았다. 앞서 KCC글라스는 지난해 1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뒤 KCC의 자회사였던 코리아오토글라스(KAG)를 흡수합병했다(관련기사 KCC글라스의 코리아오토글라스 흡수합병 후 지분율 변동의 비밀). KAG는 자동차용 안전유리와 아파트 콘크리트파일(PHC파일)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합병 이후 유리와 PHC파일 사업부문은 각각 KCC글라스 매출의 69%, 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안전유리는 유리 사업부문 매출 비중의 60%가 넘는다.
PHC파일 사업에도 난관이 닥쳤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하면서 PHC파일 판매 가격 상승세로 인한 매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 PHC파일 제조업체 24개사가 판매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PHC파일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입찰 과정에서 순번을 정해 물량을 나누는 등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건설사에 견적을 낼 때는 합의된 기준 가격과 단가율을 준수하도록 합의하기도 했다. KCC글라스는 이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담합에 가담한 삼부건설공업을 흡수합병했기 때문에 과징금 약 88억 원 조치를 받았다.
건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KCC글라스가 KAG에서 들여온 사업부문이 자동차, 주택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인테리어 사업인 홈씨씨를 강화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몇 년 전부터 건자재업체가 토털 인테리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추세인데, 안정적인 수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KCC그룹 관계자는 “신한벽지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고,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당사와 상관없는 분야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인 LX하우시스나 현대L&S도 벽지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M&A를 통해 KCC글라스의 기업가치를 높인 뒤 KCC그룹의 지분 정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CC글라스는 앞서 KAG를 흡수합병하면서 최대주주가 정몽진 회장에서 정몽익 회장으로 변경됐다. 정몽익 회장은 또 지난 5월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KCC글라스 보유지분을 현재 26.06%까지 올렸다. 다만 정몽진 회장과 KCC의 지분이 각각 8.56%, 3.58% 수준으로 여전히 낮지 않다. 동생인 정몽열 KCC건설 회장도 2.76%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몽익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정몽진 회장과의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몽익 회장의 KCC 보유지분 8.47%와 정몽진 회장의 KCC글라스 보유지분 8.56%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27일 종가 기준 양사의 지분가치를 비교하면 정몽익 회장이 2576억 원, 정몽진 회장이 828억 원 수준으로 약 3.1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KCC글라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CC그룹사 계열분리를 위한 마무리 단계로, 동일 비중 지분 스왑(교환)을 고려하면 정몽진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 가치 상승이 필요하다”며 “보유 현금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배당성향 증가 등 주주친화 정책 확대 가능성과 제품 수익성 개선으로 인한 전체 사업부문 가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KCC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지분 스왑에 대한 이야기만 돌아도 우량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대주주 간 교환이 이뤄진다면 비율을 섬세하게 설정하거나 유상증자 시 다른 주주에게 공개매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주가가 왜곡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C그룹 관계자는 “명예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큰 맥락에서 다 정리가 다 된 상태고, KCC와 KCC글라스의 회장님이 각사의 최대주주로 있어 현재 지분관계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며 “KCC가 삼성물산의 2대주주라고 해서 삼성그룹을 어떻게 할 수 없듯이 현재 대주주들의 지배력은 확고하고, 지분관계에 대한 해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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