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지난 빵 사용’ 제보 직원 징계, 임금 줄이기 ‘꼼수’ 의혹까지…맥도날드 “내부적으로 확인 중”
민생경제연구소,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등으로 구성된 ‘맥도날드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최근 맥도날드를 향해 “법질서를 유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시간제노동자(아르바이트생)들의 출·퇴근 시간을 불합리하게 계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근 체크를 노동자들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하도록 하며, 퇴근 체크는 유니폼을 갈아입기 전 진행하게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최저시급으로 대가를 받는 시간제노동자들이 자신의 출·퇴근 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훈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유니폼 환복시간은 근무를 준비하기 위한 대기시간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를 통해 확보한 맥도날드의 시간제노동자 근로계약서에도 ‘유니폼 환복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맥도날드가 시간제노동자의 권리를 대놓고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간제노동자들의 업무시간을 사측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정해놨다는 이유에서다. 근로계약서 6번을 보면 ‘근로 형태의 특성상 매주 당사자 간의 사정에 따라 협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며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은 매주 성실한 협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작성하는 근무스케줄표에 기재된 근무시간에 따른다’고 써 있다. 매장 사정에 따라 ‘합의’가 아닌 ‘협의’를 통해 근무시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법인 아인에 따르면 협의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규정인 경우 의무의 주체인 기업이 근로자 대표와 관련 내용을 논의해야 하지만, 근로자의 의견이 기업의 요구와 다르다고 해도 기업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반면 합의의 경우 반드시 기업과 근로자 대표가 의견을 모아야 하며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거부할 경우 규정이 성립될 수 없다. 이에 비춰보면, 맥도날드 측은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경영상의 이유로 시간제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변경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점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고질적 문제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에서 2017년 알바생들의 노동시간을 편의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약 310억 원 정도의 임금을 체불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러한 행태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어긋난다. 고용노동부의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 관련 지침’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사용자와 근로자는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조건을 변경하려면 협의가 아닌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 즉, 사측이 일방적인 통보나 협의로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맥도날드는 사회적 책임과 법 규범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기업임에도 법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여러 논란에 대해)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사태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논란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맥도날드 측이 지금껏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한 시간제노동자의 제보 영상을 통해 맥도날드가 유효기한이 지난 빵을 재사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영상에는 국내의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유효기간 스티커를 재부착하는 이른바 '스티커 갈이'로 폐기 대상인 식재료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맥도날드가 해당 지점의 시간제노동자를 징계 처분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윤리의식, 공정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여서 맥도날드도 우선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일들이 맥도날드 경영진에 외국인이 대거 포진해 있어 국내 시장 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비롯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인다.
유효상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브랜드만 미국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사업하고 있는 기업이지 않은가. 해외 기업이냐 국내 기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내에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외국인 경영진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부 쇄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고용노동부가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며 “하루 빨리 전체 사업장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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