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때 부산저축은행이 나타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인 조 아무개 씨를 개발팀 자문단으로 영입한다. 그리고 2009년 11월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1805억 원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실제로 이 가운데 1155억 원이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5개 계열 은행에서 나왔다. 조 씨가 대출 과정에서 박 회장과의 인척 관계 등을 이용했다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대주주 친인척에게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건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다.
조 씨는 알선의 대가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자문단으로 있었던 민간개발사 ‘씨세븐’ 측으로부터 약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조 씨는 2011년 수사 당시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만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때 알선수재 혐의가 적발돼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로 있던 H 사의 합작법인에서 대표를 맡았던 A 씨는 현재 천화동인 1호가 지분을 취득한 아이원코퍼레이션의 대표로 있는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H 사는 부산저축은행의 투자 파트너였다. 부산저축은행은 2002년부터 H 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H 사는 2004년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산저축은행을 최대주주로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증권거래소는 2008년 6월 H 사를 유가증권시장공시규정 제29조 및 제35조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은 과거 H 사와 함께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선 바 있다. 두 회사는 2007년 국내 일부 건설사와 함께 캄보디아 현지에 1500만 달러짜리 투자를 했는데, 당시 부산저축은행 측은 이 사업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은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업체 ‘씨세븐’에 1155억 원을 대출해준다. 단일 대출로는 상당한 규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선 사업의 부실 대출 및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 시기에 A 씨는 H 사의 합작법인 대표로 있었다. 법인등기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H 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의 대표직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당 합작법인의 대표직을 그동안 H 사의 역대 대표들이 번갈아 역임했다는 점이다. 즉, 합작법인에서도 부산저축은행과 H 사 내부에서 벌어지던 일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A 씨의 경우 H 사 대표직은 맡지 않았다.
현재 A 씨는 천화동인 1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이원코퍼레이션을 운영 중이다. 천화동인 1호는 2020년 아이원코퍼레이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5%를 취득했다. 일요신문은 사실 관계에 대한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A 씨 회사를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만 밝혔다.
한편,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등 11개의 저축은행이 민간개발사 ‘씨세븐’에 대출한 1805억 원 가운데 400억여 원의 원금은 여전히 미회수된 상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