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빅브라더’는 다 알고 있다.”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는 절대 독재자 ‘빅브라더’에 의해 모든 일상과 동선이 감시되는 끔찍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미래의 최첨단 과학기술로 탄생 한 ‘텔레스크린’이라는 소설 속 감시기계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이미 ‘빅브라더’의 감시 속에 살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애플사가 아이폰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외 아이폰 이용자들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폰이 없는 이용자들은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들의 일상 동선과 위치정보는 이미 줄줄 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내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는 이미 우리의 동선과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기자의 하루일과 동안 얼마나 많은 위치 및 동선정보가 유출되고 있는지 4월 27일 하루에 걸쳐 ‘긴급실험’을 진행해 봤다.
<일요신문>의 긴급 실험 결과, 하루 동안 기자의 위치정보는 낱낱이 파악된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결과였다. 눈 뜨고 집을 나와 출근길 지하철역사 앞 CCTV를 시작으로 기자의 동선 정보는 계속해서 줄줄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하루일상의 위치정보와 동선 정보는 곳곳에 설치된 CCTV와 교통카드 이용내역, 카드결제 내역, 현금 인출 기록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CCTV에 의한 노출이었다. 골목길 구석구석은 물론 지하철 역사, 건물 엘리베이터, 편의점, 카페 등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백석대학교 산학협력단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민간부문 CCTV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하루일상 생활에서 평균 83.4대, 최대 112대의 CCTV와 마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일상 자체가 수십 대의 CCTV로 촬영되는 ‘트루먼 쇼’나 다를 바 없었다.
교통카드 이용내역 역시 일상생활에서 흔적을 남기는 중요한 동선 정보 중 하나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택시까지 결제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터치한다. 교통카드 개별적으로 고유의 등록번호가 존재한다. 단말기에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는 교통카드의 이용내역이 남게 된다. 기자와 통화한 한국스마트카드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지하철·버스 이용내역은 요금 환산을 위해 실시간으로 단말기에 남게 된다. 이는 본사의 ‘ID센터’ 서버로 전달된다. 어느 역, 어느 정거장에서 교통수단을 이용했는지 승하차 기록이 남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결제내역이나 현금인출기 이용내역 역시 한 개인의 요긴한 동선정보로 쓰일 수 있다. 현재 신용카드는 현금보다 더 흔하게 쓰이는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카드결제 내역에는 소비자가 이용한 사업장의 정확한 위치기록이 등재되어 있다. 카드사 서버에는 이러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사법당국이 CCTV 조회와 함께 범법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카드결제 내역이다.
이외에도 직장인들의 지문인식기 이용내역이나 PC 로그인에 의한 IP기록 등 위치정보로 쓰일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은 수두룩하다. 지도 한 장 놓고 한 개인의 이러한 이용정보를 점찍어 놓고 연결한다면 완벽한 동선정보가 완성되는 셈이다.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해킹’ 등의 위험으로 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각종 전산사고 등을 감안할 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