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라인’과 정성호 등 7인회로 경선 시작…이해찬계·민평련계·박원순계 합류로 최대 캠프 형성
이재명 후보 최측근 그룹은 성남시장 때부터 보좌한 실무 참모진 이른바 ‘성남라인’이 주축이다. 이재명 후보 변호사 시절 사무장으로 시작해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을 거쳐 캠프 비서실의 정진상 부실장이 복심으로 꼽힌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정진상 부실장은 이재명 후보와 모든 정치 역정을 함께해왔다. 이재명에게 있어 정진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양정철과 같다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성남시 대변인과 경기도 언론비서관을 지낸 김남준 캠프 대변인, 성남시의원 및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김용 캠프 총괄 선대 부본부장도 대표적인 ‘성남라인’이다. 이 후보 핵심 정책을 설계한 ‘정책 브레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도 대표적 성남라인이지만,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캠프 정책본부장직을 사임한 바 있다.
경기지사로 연결된 인사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측근 이화영 킨텍스 대표,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있다. 이들은 이 후보를 따라 이번 대선을 통해 중앙 정계에 데뷔,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오랜 기간 지원한 의원들이 있다. 정성호(4선) 김영진 김병욱(재선) 의원이다.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40년에 가까운 우정의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과거 이재명 후보가 “나는 원래 정성호계”라고 말한 적도 있다.
정성호 의원은 2017년 대선 경선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캠프를 총괄했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서는 ‘비문’ 이미지에 따른 계파 갈등 등을 우려했는지, 2선(총괄특보단장)으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캠프 내 핵심으로 통한다. 김영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중앙대 선후배 사이로 ‘전략통’으로 꼽힌다. 정성호 의원과 마찬가지로 2017년 경선 캠프 조직본부장, 지방선거 정책검증본부장 등을 맡아 이재명 후보를 도왔고, 이번 경선에서는 캠프 상황실장으로 실무를 총괄했다.
이 후보와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함께했고, 현재 성남 분당을을 지역구로 둔 김병욱 의원은 캠프 총괄 선대부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아 이 후보 지지 조직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 후보를 겨냥해 제기되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응하는 캠프 내 TF 단장도 역임했다.
올해 들어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민생 의제를 제시하며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라섰다. 그러면서 중앙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경쟁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이재명 그룹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선 초기 ‘7인회’라고 불리는 최측근 그룹이 형성됐다. 앞서 세 의원에 임종성(재선) 문진석 김남국(초선)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이다. 이에 더해 민형배 의원도 측근 그룹에 속한다.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하며 친문 인사로 분류된 김남국 의원은 후보 수행실장을 맡아 이 후보를 현장에서 보좌해 캠프 내 핵심으로 부상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은 캠프 전략본부장으로 경선 전략을 총괄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비주류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 내 주요 세력들을 껴안으며 인적 구성을 두텁게 해나갔다. 경선 준비 과정에서 ‘주류’인 친노·친문 핵심 인사들을 차례로 품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과정에는 ‘친노 좌장’ 이해찬 전 대표의 측면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5월 출범한 이재명 후보의 전국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은 이해찬 전 대표의 연구재단인 ‘광장’의 조직기반을 상당 부분 이어 받았다. 또한 이해찬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은 조정식 의원이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대변인이었던 이해식 의원은 캠프 자치분권본부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의원 다수가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전략을 짜 민주당 압승을 이끈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도 경선 중반 이재명 후보 직속 기획단장으로 합류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 최초’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강금실 전 장관이 이재명 후보 후원회장을 맡아 제주 경선에 깜짝 동행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한 장면 등이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계와의 결합도 이재명 후보에 힘을 더했다. 비서실장을 맡은 3선의 박홍근 의원, 비서실 부실장 천준호 의원 등은 캠프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주축으로 떠올랐다. 남인순 의원도 서울선대본부를 이끌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도 이 후보에 힘을 보탰다. 4선의 우원식 의원이 대표적인데, 우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 곳곳을 돌며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개혁 성향 의원들도 이재명 후보 캠프에 대거 합류했다. 박주민 이재정 의원은 각각 총괄본부장과 미디어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범여권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인사들도 캠프 곳곳에 포진했다. 앞서 수행실장 김남국 의원과 전략본부장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이탄희 황운하 윤영덕 문정복 이수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세가 계속 불어나 경선 막바지 이재명 캠프에 속한 의원은 60여 명까지 늘어났다. 민주당 후보 캠프 중 가장 많은 수였다. 이재명 경선 캠프에 몸담았던 민주당 한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는 민주당 거의 모든 계파가 다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비주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재명 후보는 계파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든 영입할 수 있고, 누구나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 그룹도 이재명 후보의 정책과 비전 수립을 도왔다.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부 장관 등의 주도로 구성된 자문그룹 이름은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다. 각계 전문가 18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 멘토 격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이자, 2012년 대선 문재인 캠프의 정책 좌장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행 출신 거시경제 연구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와 재정학자인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경제 분야 정책을 총괄한다. 두 사람은 각각 ‘성장’과 ‘공정’을 키워드로 정책을 다듬을 예정이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와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 정책 등을 정밀하게 다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노동 정책은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 행정개혁위원장을 지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끈다. 부동산TF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정책 개발에 참여했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이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은 지난 11월 2일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 시키며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사실상 현역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역대급’ 매머드 선대위를 꾸렸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관례대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맡았다. 이어 공동 선대위원장만 12명에 달하는 집단 체제를 꾸렸다. 상황에 따라 이름을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경쟁 후보 및 캠프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며 ‘원팀’ 기조를 극대화했다.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상임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명예선대위원장, 김두관 박용진 이광재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이재명 후보와 가장 날을 세웠던 설훈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낙연 캠프에 몸담았던 홍영표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에 합류했다. 정세균 캠프 김영주 의원도 내정됐다. 이외에 이재명 캠프의 우원식 변재일 의원, 윤호중 원내대표, 김상희 국회부의장, 김진표 이상민 의원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비서실장 역시 ‘원팀’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존의 박홍근 의원과 함께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 출신 최인호 의원을 내정했다. 공보단 수석대변인은 박찬대 의원과 함께 고용진 오영훈 조승래 의원이 4인 체제를 구축했다. 상황실장은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중심으로 조응천 진성준 고민정 의원이 활동할 예정이다.
‘7인회’ 중 상당수가 일선에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남국 임종성 문진석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의 경우 1차 인선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김남국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수행비서로 이재명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나, 이번 선대위 1차 인선 수행실장에는 한준호 의원의 이름이 올라갔다.
앞서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은 경선 기간 중 상대 캠프 인사들을 흡수하는 ‘원팀’을 위해 주요 보직을 먼저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경선 캠프에서부터 일해 온 의원들은 누구보다 이재명 후보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며 “캠프 내 각 분과에서 실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남국 의원은 변호사로서 법률지원 업무를 맡을 것으로 전해진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재명 후보의 최근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선대위가 이제 발족해 대선국면이 무르익지 않았다.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전선이 확실하게 그어질 것이다. 그럼 민주당도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며 “선대위가 잡음 없이 잘 운영되게 하는 것도 이재명 후보의 자질 검증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1차 인선을 통해 민주진보 진영을 결집하는 ‘통합 선대위’ 구축을 마무리한 뒤 2차 3차 인선에서는 청년과 여성 등 외부인사와 중도 확장 위주의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지지층은 이재명 후보의 약한 고리다. 이에 당 지도부는 선대위에 여성·청년을 최소 30%는 포진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합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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