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 상대가 요르단으로 확정되면서 홍명보호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고민도 깊다. 2차 예선을 통과해도 3.5장의 본선 티켓을 12개국과 겨뤄야하는 최종 예선이 다가오기 때문. 또한 홍 감독이 발굴해 키운 젊은 선수들이 성인대표팀 엔트리에 차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다 두 대표팀의 경기 일정이 상당 부분 겹쳐 우려를 낳고 있다.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모두 ‘win-win(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K리그 사령탑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일요신문>에 살짝 귀띔했다.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선수 중복 차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K리그 사령탑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이 서로 원하는 부분을 진솔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피상적인 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단다.
단순한 입장 전달만으론 섭섭함만 쌓일 수 있기 때문. 솔직한 대화가 선행된다면 해답을 금방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대답이 많았다.
사실 각 대표팀 엔트리 선정에서 불거진 선수 중복 차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들의 신경전은 과거부터 계속돼 왔고 그때마다 의견을 조율해 나름의 해답을 찾아왔다. 이번엔 어떨까. K리그 한 구단 감독은 “답은 이미 나와 있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예선 일정을 보면 어떤 식으로 엔트리 조율을 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인대표팀의 평가전과 올림픽 예선전이 겹친다면 올림픽 예선이 우선되지 않겠나. 올림픽 예선과 월드컵 예선이 겹친다면 성인대표팀에 선수 차출 우선권을 주게 될 것이다. 두 대회 모두 중요한 경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두 대회 일정을 객관적으로 놓고 볼 때 어떤 식의 조율이 합리적일지 두 감독 모두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본격적인 레이스는 6월부터 시작된다. 초반엔 두 대표팀의 평가전이 맞물린다. 6월 1일, 올림픽대표팀의 평가전 직후 4일과 7일 A매치 평가전이 열린다. 그로부터 약 보름 뒤인 19일, 23일에는 올림픽 2차 예선이 잇달아 치러진다. 9월부턴 양보할 수 없는 일정이 계속된다. 월드컵 예선과 올림픽 예선이 겹치기 때문. 9월 2일, 6일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이, 21일엔 올림픽 최종 예선이 벌어진다. 11월엔 월드컵 3차 예선(11일, 15일)과 올림픽 최종예선(23일, 27일)이 숨 돌릴 틈 없이 열린다. 한 선수가 두 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정과 대회의 중요도를 따져 미리 엔트리를 확정하는 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이에 K리그 몇몇 사령탑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대회 일정과 중요도를 따지기 보단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중 한 곳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엔트리를 확정지어야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K리그 세 명의 감독들은 성인대표팀의 손을 들어줬다. “A대표팀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운영돼야 한다. A대표팀 경력은 경기 출전 유무에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중요한 변환점이 된다.”
한편 동일한 수의 다른 감독들은 올림픽대표팀의 입장을 대변했다. “A대표팀도 중요하지만 국내 현실상 올림픽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은 병역 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중요한 대회임이 틀림없다.”
다른 감독들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대표팀 감독들이 서로 입장을 밝히기 예민한 문제인 만큼 기술위원회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축구협회 조영증 기술교육국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만간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과 조광래 감독의 회동이 열릴 예정이다. 지금까진 성인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올림픽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조 감독도 올림픽대표팀에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조만간 좋은 결말이 내려질 것이다.”
해답은 조광래 감독과 홍명보 감독의 마음 속에 있다.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상생하는 현명한 답안을 기대해본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황보관 감독 “하대성은 준비된 국대”
대표팀 엔트리를 해외파 유망주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K리그 선수들 중에도 쟁쟁한 선수들이 가득하다. <일요신문>은 K리그 각 구단 사령탑들에게 예비 태극전사 한 명씩을 추천받았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인 FC 서울 황보관 감독은 하대성을 지목했다. 체력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경기 운영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황 감독은 “장기적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은 오장은을 입에 올렸다. “중앙 미드필더로 패스워크와 공격력을 갖춘 훌륭한 선수다.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경남 FC 최진한 감독이 꼽은 예비 태극전사는 윤일록이다.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갖춰 경험만 쌓이면 대표팀 주축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유병수를 지목했다. 광주 FC 최만희 감독은 이미 올림픽대표팀에서 기량이 검증된 김동섭을 꼽았다. 뛰어난 골 감각이 일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시야가 좋은 조재철을 꼽았고,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선택한 선수는 신광훈이었다. 활발한 활동량과 영리한 플레이로 오른쪽 수비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전시티즌 왕선재 감독은 제공권에 강하고 공격력이 탁월한 박성호와 공수에 능한 김성준 두 선수를 꼽았고, 상주 상무 이수철 감독은 정경호를,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박현범을 지목했다. 한편, 대구 FC 이영진 감독은 정성룡의 뒤를 이을 차기 수문장으로 박준혁을,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김승규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