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원톱’ 의지, 이준석 ‘자기 목소리’…재보선 지선 공천과 연관, 윤 후보 측 강경책이냐 타협책이냐 고심
#김종인을 어찌하나
본인 입으로 대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원톱 리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정설이다. 공동이 아닌 단독 선대위원장을 희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11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석열 선대위 합류에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 제의에 확답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예스라고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스스로가 확신을 하고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나하고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윤 후보의 원톱 수용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허수아비는 안 한다’는 표현이 말해주듯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원톱 리더로서 지위뿐만 아니라, 선대위 내부에서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 인물도 자신이 추천해보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내비쳤다. 이는 지금 윤석열 캠프 인사들로 선대위를 꾸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실용성을 갖춘 작은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윤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결국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거 같으면 그 사람들 비슷한 형태로 가지 않을까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후보 확정 후 지지율이 꽤 많이 상승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붕 뜰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너무 도취하면 또 언제 실의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대위에 들어가면 윤 후보의 약점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생겼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냉정히 판단해 본선에 대비할 좋은 보기를 보여줬다. 특히 2030 세대에게 희망을 줄 혁신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 관료,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많은 자신의 도움을 얻어야 청와대 입성이 가능하다는 발언으로 분석됐다.
자신이 원톱 선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를 일관되게 옹호하면서 강한 버팀목으로 작용, 윤 후보의 후보 선출이라는 열매에 ‘상당한 지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에, SNS 개사과 논란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때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잇따라 엄호사격을 했다. 논란이 확산되던 10월 22일 김 전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윤 후보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우리는 깐부”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산했다.
이어 11월 5일 전당대회가 열리기 직전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는 결정적 엄호사격을 해주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0월 2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씨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반 국민은 내년 대선이 이재명 후보 대 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와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또 한 분의 도사가 나왔네”라고 반발했다.
윤석열 캠프 내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의 동맹군이 돼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윤 후보가 원한 부분도 있지만 선구안이 좋은 김 전 위원장이 일찌감치 윤 후보를 제1야당 대선 후보로 간파하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줘왔다. 그러니 이제 김 전 위원장은 창업 공신으로서 지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톱 리더로서의 등판을 말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원톱에 대한 의지’는 그의 행보에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올해 만 81세인 그는 11월 15일 자신의 정치 여정을 담은 만화책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를 연다. 위기에 빠진 보수정당의 ‘구원투수’로서 수차례 선거 승리를 이끈 정치인생을 담은 것으로, 발간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이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을 잘 알고 함께 일해봤다는 민주당 전직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나이로 판단하면 안 된다. 그는 매우 건강하고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성취욕이 강하다. 원톱 선대위원장을 반드시 하려고 할 것이고 이 부분이 좌절된다면 윤 후보에게 치명적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준석은 또 어이할꼬
김종인 전 위원장 등장과 더불어 이준석 대표도 윤석열 후보 측에 껄끄러운 존재로 떠올랐다.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원톱 자리에 앉히려고 시도하는 데다 당 규정상 대선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게 됐는데도, 이 대표가 여전히 마이크를 강하게 쥐고 있다는 것 역시 윤 후보로서는 감정이 상하는 부분이다.
이준석 대표는 11월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구상을 실현시키려면 상당한 권한을 좀 줘야 하는 건 맞다”면서 김 전 위원장이 원톱 선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았던 상황에서는 굉장히 좋은 성과들을 냈고, 일부 권한만 부여받은 상황에선 결과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며 “윤 후보도 아마 그렇게 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경선에서 고비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많이 구했던 후보이기 때문에 능력치에 대한 의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전직 의원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여전히 이 대표가 당무를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러 언론에 나가 말을 많이 하고, 일부 발언은 후보를 야단치는 듯한 뉘앙스도 있어서 누가 후보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고 발끈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 11월 6일 JTBC 인터뷰에서도 기존 캠프 내부인사들을 ‘파리떼’와 ‘하이에나’에 거듭 빗대며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발생한 장애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석열 후보 측 불만과 맞닿아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11월 11일 오후 당 홈페이지에 ‘시스템 점검 중’이라는 안내 화면이 뜨면서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대선 선대위 인선 작업을 두고 당내 잡음이 불거진 데 대해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이준석 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하는 과정에서 서버가 다운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날 오전부터 게시판에는 당대표 당원소환제를 언급하는 글이 연달아 게시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소문에 대해 “지나친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사무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를 두고 당이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윤석열, 우회? 직진?
선대위 구성을 놓고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측이 견해차를 드러내는 가운데, 윤 후보는 최근 후보 비서실장에 측근인 권성동 의원을 임명했다.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해 “캠프 측근 정치하지 말라”는 당 안팎 여러 지적이 있었지만, 자신과 가까운 권 의원을 선제적으로 임명한 것은 직진을 통해 주도권 확보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윤 후보가 직진에 실패,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초 윤 후보는 장제원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앉히려고 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 측이 이를 반대하며 금태섭 전 의원을 밀었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권 의원이 들어왔다는 ‘설’이 나돌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 오래해본 사람들은 4선 중진인 권성동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안다. 애초에 윤 후보는 권성동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맡기고, 장제원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하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사무총장 자리를 놔두고 권 의원만 비서실장으로 돌리는 타협안을 받아들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선대위 구성 등 ‘자리’를 둘러싸고 시끄러운 소리가 커지는 것은 내년 대선뿐 아니라,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다, 대선 직후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자리싸움이 아니라 공천 경쟁과도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 측이 이준석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 역시 이런 맥락과 맞닿아있다. 당무를 맡은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관여한다.
윤 후보 측은 어찌됐든 김 전 위원장 문제를 선제적으로 처리한다면 나머지 자리는 자연스럽게 정리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윤 후보 주변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원톱 위원장으로 두면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논란 소지를 없애자”는 강경한 의견도 제시된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원톱에서 배제돼 등을 돌리게 되면 날아오는 독설을 피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윤 후보 측근들 상당수가 제기한다.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을 상징적 원톱으로 두되 중진급이 참여하는 4인 본부장 체제를 가동, 김 전 위원장으로의 힘 쏠림을 적극 저지하고 후보의 위상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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