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뿐 아니라 전문가와 언론인 등 다양한 층의 의견을 모임을 통해 직접 듣거나 보고서 형식으로 전해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발언 내용은 자신이 직접 정리했다고 한다. 메시지팀도 없다는 얘기다. 최측근 의원들조차도 기자회견 발표 직전까지도 전해들은 게 없어 현장에서 기자들과 같이 ‘받아쓰기’를 할 정도였다.
박 전 대표의 한 장외 핵심측근은 이에 대해 “그를 몇 년 동안 모셔오고 있지만 나도 확실한 결정 루트를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까지 박 전 대표 자신이 집에서 혼자 인터넷에도 들어가 보는 등 여론을 굉장히 살피는 것 같더라. 그게 최선은 아닌 것 같은데 특정 측근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면 그곳에 힘이 실린다. 박 전 대표는 그런 것을 아주 싫어한다.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 등의 자문은 내가 볼 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한 “그를 오랫동안 모셔온 의원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집에서 혼자 뭔가 엄청나게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하는 것 같은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그의 이런 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엄청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면 공식적이고 투명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열린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는 비공개적으로 많은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결국 혼자 하는 것 아니겠느냐. 문제 삼을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의사 결정 방식이 크레믈린(크렘린) 같다’는 한 친박 인사의 지적에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