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입학 정원 통합된 이원화 캠퍼스…인식 변화 더뎌 학생들 취업 시 불이익 우려
11월 17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최근 정치권에서 시작된 이른바 ‘분교 논란’으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 13일 페이스북에 ‘저는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다’며 ‘블라인드 테스트로 KBS에 입사한 경험이 있다’고 썼다. 학벌이 좋지 않았으나 신상정보를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 덕분에 KBS에 입사할 수 있었다는 의미였다.
고민정 의원은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중어중문학과 98학번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고민정 의원 졸업 때만 해도 분교였던 게 맞다. 하지만 2007년 수원캠퍼스 명칭을 국제캠퍼스로 바꾸고, 양 캠퍼스 행정 업무를 일원화하는 등 여러 노력 끝에 2011년 7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통합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제캠퍼스는 2012년 3월부터 공식적인 이원화 캠퍼스로 서울캠퍼스와 위치만 다를 뿐 입학 정원이 통합된 ‘같은 학교’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국제캠퍼스를 다른 학교처럼 언급한 고 의원 발언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공과대 앞 운동장에서 만난 20학번 천 아무개 씨는 “분교가 아닌데 ‘분교’라고 발언한 것에 화가 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21학번 이 아무개 씨도 “수원캠퍼스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국제캠퍼스 전체가 본교”라며 “본교와 똑같은 훌륭한 교육 시스템으로 배우고 있는데 다른 학교라고 하면 섭섭하다”고 전했다.
고 의원이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신중한 발언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6학번 이 아무개 씨는 “국회의원은 발언의 파급력이 크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그래도 수원캠퍼스라는 인식이 어른들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데 좋지 않은 인식이 퍼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분교’ 표현을 삭제했다. 11월 15일 발표한 입장문엔 ‘현재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제가 다녔던 20년 전의 학교와는 다른 곳’이라며 ‘(정치인에게 직접 입장을 묻는) 경희대 재학생들, 그리고 총학생회까지 그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고 썼다.
학생들은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더딘 게 아쉽다고도 했다. 공과대학 21학번 이 아무개 씨는 “우리 또래는 경희대가 이원화 캠퍼스라는 걸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게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 게 사실 놀랍다”며 “다만 아직 어른들께선 국제캠퍼스를 분교로 알고 있어 일일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국제캠퍼스에 대한 사회 인식에 민감한 건 취업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채용 시장에서 분교로 인식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외국어대학 20학번 한 학생은 “국제캠퍼스가 분교라는 인식으로 사회 진출 시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체육대학 21학번 이 아무개 씨도 “기업 채용 시 전산망 학적 입력 칸에 이원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수원캠퍼스)와 달리 경희대학교의 경우 국제캠퍼스를 분리해 둔 사례가 많다고 선배들에게 들었다”며 “그런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 3월 4일부터 ‘이원화 표기 정정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 전산망에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분류해 둔 사례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전완주 총학생회장은 “총 5725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총학생회가 기업 및 공공기관 19곳에 조정을 요청해 10곳이 표기를 바로 잡았다”고 밝혔다.
김용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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